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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좋은 건 한번 더

KNACKHEE 2019. 6. 2. 14:27

* 어제


좋은 건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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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음부터 아빠에게 계획,을 묻는다. 자식들은 부모를 그렇게까지 원망하는 것 같지 않다. 어떤 의미로, 기우의 집도 구김이 없고 화목하다. 실은 이게 가능할까 싶은 거지. 왜 아빠를 원망하지 않지. 저렇게나 무능하고 무계획한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생의 팔할은 저치한테서 비롯된 건데. 어쨌든 자식들은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계획을 짜고 움직인다. 민혁의 수석을 두고 기우는 계속해서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그는 자꾸만 그 수석에서 잘못된 상징을 읽어냈다. 기우의 상징과 계획은 민혁이었다. 계획은 꿈과 같은 말인듯 보이기도 한다. 기우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민혁에게서 비롯된.

영화는 믿음의 벨트가 산산조각 나는 걸 보여준다. 잘 아는 사람과 믿는 사람의 소개로 만들어지는 믿음의 벨트.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 사람을 '믿어'도 되는 만큼 잘 아는 걸까.

무능한 아빠는 원조 기생충에게 묻는다. 어떡할라 그래? 당신 계획도 없지? 하고. 그는 왜 원조 기생충의 계획이 궁금했을까. 아니. 그저 그보다는 자신이 낫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질문이었을까. 그랬던 그는 아수라장이 된 박 사장의 집을 빠져나온 후 자신에게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그의 계획이 언급된 유일한 장면. 박 사장의 집을 빠져나올 때 그의 몸짓은 꼭 사뿐사뿐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만큼 가볍고 신이 나 보이기까지 했다. 대문을 나서 지하실 문을 마주하기 전까진 계획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직전 재해민 피난소에서 무계획만이 실현될 수 있는 계획이라고 말한 참이었다.

재해민 피난소에서 기우는 돌이 자꾸 자기한테 달라붙는다고, 따라온다고 말한다. 허황된 꿈이 자꾸 그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파티가 한창인 정원을 내려다보며 기우는 다혜에게 묻는다. "나 잘 어울려? 잘 어울리냐고, 여기." 그러고는 수석을 꺼내 들고 내려간다. 일 층의 정원이 아니라 그보다 더 밑의 장소로. 일 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지하의 사람을 '상징'으로 내려쳐야 했다. 결국 기우의 꿈은 반지하의 삶을 아예 지하로 끌어내린 꼴이 돼버렸다.

'냄새'가 언급될 때, 십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집이 망했고 원래 살던 곳 건너편에 있는, 두 개 동이 전부인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했다. 평수는 반으로 줄었고, 층은 두 배 더 높아졌지만 집에 닿을 수 있는 수단은 계단뿐이었다. 오래된 곳이어서인지 하수구 냄새가 많이 났다. 온 집안이 그 냄새에 잠식된 것 같았다. 교복을 입을 때였다. 신경이 곤두섰다. 집을 잠식한 그 냄새가 나까지 먹어버릴 것 같아서. 그때부터 열심히 향수를 뿌렸다. 내게 '가난의 냄새'는 그런 식으로 각인된 것이어서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반지하의 냄새가 폐부를 깊게 찔렀다. 가난을 숨길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부분이라서.

영화는 기우의 편지로 끝을 맺는다.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꼭. 관객에게 하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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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프닝 크레딧이 양쪽 정렬로 나온 게 정말 좋았다.



잘 때 물고 잘 마우스 피스를 맞췄다. 몸은 정말이지 소모품이고 유지 관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 오늘 / 이번 주 말씀 /  역대상 14장 08절-11절 "돌파구Breakthrough"

DO YOU WANT TO BE HEAL? _ NOW IS THE TIME, TODAY IS THE DAY. 낫기는 원하지만 변화는 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상황을 변화시켜주길 바라지 '나'를 변화시키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아니라, '나'의 '안'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삶의 돌파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도와 순종. 다윗은 계속해서 묻고 기도했다. 적이 오고 있을 때도 전장에 가기 전 장막에서 기도했다. 승리는 이미, 그 장막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는 이미 승리한다. 단, 소리내서 기도해야 한다. 생각으로 하는 기도 말고. 말에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종해야 한다. 기도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기도로 구했을 때 그분이 나에게 하길 원하신 그 일을 해야만 한다. 설령 그것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리는 지시일지라도. 그분은 우리 삶의 가장 견고한 영역을 무너뜨려 돌파구를 주실 것이다. 내 삶에서 순종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인가? 하나님의 계획은 항상 놀랍다. 나는 그것을 믿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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