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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기쁘다

KNACKHEE 2019. 6. 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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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장에서 몇 달을 같이 일했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언니가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이 원래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나는 언니가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았을 테다. 사실 '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된 것도 얼마 안 됐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기자님, 이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서로 교류도 많지 않았다. 언니의 카페를 일 년에 두어 번 가는 게 전부였고 인사가 필요한 시기마다 연락을 주고 받는 게 전부였다. 거의 인친 수준. 지난 여름에서야 언니가 이제 기자도 아닌데 뭘 기자님이라고 하냐며, 언니나 아니면 전 사장이라고 부르라는 선택지를 줘서 언니! 하고 외쳤다. 그래서 이번의 만남이 더 신기하고 기뻤다. 사실 약속 장소로 가면서도 어색할까 조금 걱정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언니에게 더는 글을 쓰는 걸 직업으로 갖지 않기로 했을 때 걱정이 되진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가진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 남의 이야기를 빌어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는 게 좋았다고. 그래서 이번 직장으로 옮기면서도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언니는 오히려 써야 하는 글이 아니라 자기의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대학 때 썼던 자신의 글을 좋아했기에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를 벗어나서 더 마음에 드는 자신의 글을 쓸 것이었기에. 글도 그렇고 지금 언니가 새로 시작한 일도 그렇고. 구태여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이 언니가 필요한 만큼씩 해내기를 응원했다. 선선하고 눅진한 밤이었다. 기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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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는 것 외에도. 비슷하지만 어쨌든 업종을 옮겨온 게 왜 이렇게 아쉬운가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출판은 잡지처럼 하나의 책을 함께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는 아무래도 그게 아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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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찍고 이어지는 문장이 없는데도 왜때문에 스페이스바 누르시는 거죠? 그렇게 하면 워드 시험에서 감점인데.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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