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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190607-08_뜨거운 생활 25_2년 만에 다시 송도 스테이

KNACKHEE 2019. 6. 9. 00:14















01.

엘리오는 올리버의 'LATER'를 '무례'하다고 느낀다. 두 가지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방과 함께 올리버에게 마음까지 내준 엘리오의 입장에서는 자기와의 관계 맺기를 나중으로 미루는 듯한 올리버의 태도가 무례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의 또 하나는, 엘리오의 첫 대사처럼 올리버는 엘리오의 방과 마음을 모두 점령한 '침입자'이기에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올리버가 이미 자기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줄도 모르고. 엘리오와 올리버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게 했을까.


02.

엘리오는 헤라클레이토스 《우주의 파편》 사이에 있던 올리버의 글을 읽는다. "강이 흐른다는 의미는 모든 것이 바뀌므로 두 번 만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함으로써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있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 사상가인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을 관통하는 흐름은 '대립물의 충돌과 조화', '다원성과 통일성의 긴밀한 관계', '로고스'였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는 철학적 격언이 유명하다. 《헵타메론》의 한 대목에서 달변가 아마두르는 플로리다에게 제 마음을 돌려 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영원히 남을 건물'에 비유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각자 어떤 모양의 마음을 지어 올렸을까? 시간이 흐른 뒤에 각자가 지은 마음은 처음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내구성이 좋은 '사랑'을 쌓아 올리려면 어떤 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03.

한 야사에 따르면 헤파이스티온은 알렉산더 대왕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성 연인이었다.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 서로를 본인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알렉산더 대왕이 헤파이스티온과 페르시아 왕가를 찾았다. 페르시아 여왕은 둘이 비슷한 옷을 입고 있던 탓에 헤파이스티온을 알렉산더 대왕으로 착각하고 잠시 왕궁에 머물 것을 권했다고 한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당황하는 페르시아 여왕에게 알렉산더 대왕은 "실수가 아닙니다 여왕폐하, 그 또한 알렉산더입니다."라고 말했다. 관계맺기에서 서로를 '명명'하는 말이 즉, '호칭'이 관계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이 있는가? 또는 관계의 깊이나 방향을 변경하고 싶어서 호칭의 변경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던 경험이 있다면 말해보자.


04.

올리버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뒤 아빠는 엘리오에게 올리버와 함께하며 느낀 감정을 소중히 하라고 말한다. 사실 늘 고통과 행복이 함께 있는데 고통의 자극이 상대적으로 강해서 자주 행복을 잊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고통을 잊으려 하다 보니 분명 있었을 행복까지도 잊어버리는 거지.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사실 책 《헵타메론》의 전체적인 내용이 영화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해설에서처럼 소설 속 적절한 문장을 영화 속 적절한 장면에 넣었을 뿐이다. 아주 성공적으로. 이 역시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 없이 떼오고 싶은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삶에서 특정 장면을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해당 기억에서 제거해버렸던 적이 있는가?


덧.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서먹하게 군 건 왜일까?

마르치아가 자신이 이용당한 걸 알고도 엘리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_


아니, 그런데 얘네 약간 자기들은 비밀 연애 하는데 실은 회사 복사기도 아는 사내 연애 했네-

_


IS IT BETTER TO SPEAK OR TO DIE?

_


그런데 밤새 이 영화와 책, 구색 맞추기로 가져온 질문들을 안주로 각자의 연애사를 떠들었다고 한다. 누구의 말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왜때문인지 노트에 적어 둔 말들도 옮겨 놔야지.

- 사랑은 그렇게 찾아 오는 게 아닐까. 오글.

- 어- 나 이렇게 나쁜 사람이다?

- 사는 게 마음 같으냐.

- 씨, 는 이성을 붙잡는 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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