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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도넛 피어

KNACKHEE 2020. 5. 10. 20:21

 

 

행복을 확신한 곳에 행복이 없었다. 분명 좋을 거라고 생각한 미늉기 홈마전은 무척 실망스러웠고 그럼 다음에 오려던 전시를 오늘 볼까, 해서 찾은 곳은 일요일 휴관이었다. 그렇담 길을 걷다 괜찮은 전시를 하는 듯 보이는 곳에 들어가자, 하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도넛 피어 전을 보게 됐다. 시각적 즐거움이 넘치는 전시였고 색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작업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렇게나 화려한 극복이라니. 사진에 있는 작은 도넛들 말고 사람 크기만 한 도넛 작품을 보면서는 '큰 작품'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에 하고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물리적인 크기 자체가 큰 것. 분명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크기가 주는 경이와 감동이 있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는 서점에도 잠시 들렀는데 여전히 소확행이란 단어가 많이 보였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런 작고 확실한 행복 말고, 풍선 같더라도 아주 큰 행복을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너무 작은 곳들에서 작은 규모의 일을 위해 너무 많은 나를 갈아넣어와서. 그래서. 이제는 크고 시원시원한 일을 하고 싶다. 요즘은 자주 숨이 차고 숨이 막히고 손목을 쳐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