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알 수가 없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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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이 좋지 않았다. 어제 그래도 좋은 회사니 있는 동안은 잘 다녀봐야지, 하고 다잡은 마음이 무색하게 오늘은 제목회의 들어가자마자 도식이 있어도 1도로 하고 지난 책도 재판을 찍게 되면 1도로 바꿔서 할 거란 얘길 들었다. 이게 전체적인 건지 반복된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나에게만 적용되는 패널티인지 알 수 없지만 후자면 마음에 불 날 것 같은데. 점심 때 즈음에는 셔츠와 바지에 우유를 쏟았다. 희미하게 자국이 남아서 급한대로 윗옷만 사서 갈아 입었다. 잘 지워져야 할 텐데. 오후에는 실험에 참여하는 전시의 예매가 있었고 내가 알아온 전시인데 나는 광탈을 하고 친구는 예약에 성공했다. 저녁에 있던 한 달 전에 잡은 약속도 친구의 기약 없는 야근으로 미뤄질 뻔하다가 눈치를 보며 나와준 덕분에 늦게나마 만날 수 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면서는 원래 같이 보러 가려던 백초충 작가님의 전시를 보러 갔다. 손님들이 있는 작은 카페 공간 안을 돌아다니며 봐야 하는 식이어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한 바퀴 둘러본 뒤 굿즈를 몇 개 사서 나왔다. 그래도 액정으로만 보던 그림들을 원화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본 친구와는 거의 6년 만에 만나는 거였는데 나도 친구도, 그때와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친구는 우리가 이렇게 띄엄띄엄이나마 오래 볼 수 있는 사이인 것에 대해 신기해했다. 그러니까, 대학 때의 친구는 나보다는 M과 더 자주 보는 사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M과 더 자주 보는 사이가 된, 뭐 그런 맥락에서. 그리고 우리는 대학 때부터 교류가 엄청 많은 사이가 아니기도 했고. 내가 일방적으로 맨날 좋다고 연락을 해댔다. 건강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은 놓칠 수 없으니까! 친구는 어색할 법도 한데 고맙게도 그 연락을 받아줬고. 고맙지 진짜. 무튼, 사람 일 알 수 없다,는 얘기를 좀 했다. 하루가 썩 좋지 않은 일들로 채워지고 있었는데 마지막의 만남이 좋으니 꼭 오늘이 무척 좋은 날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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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 소개를 본 M은 내가 110%를 한 것 같아 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일에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번 책은 저자분이 원고를 워낙 잘 써주셔서 다른 때보다 힘이 덜 든 편이다. 어제는 겨우 학기, 그것도 조모임으로 너댓 번 본 게 전부인 분이 회사 일도 열심히 하는 편이죠? 회사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회사 계속 다녀요, 했다. 많은 걸 들켜버렸네. 그러게, 지혜롭게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그걸 너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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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새 시즌을 열심히 본다. 종말은 우리를 용감하게, 어쩌면 무모해지게 만들지. 꿀잼. 바냐 얘기 나올 때면 좀 고구마지만 전체적으론 화려한 CG와 무대미술(맞나?) 덕분에 눈이 즐겁고 제각각인 캐릭터들의 특성이 누구 하나 제외되지 않고 전부 살아있는 게 매력적이다. 에이단 갤러거는 볼 때마다 태현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둘 다 눈이 왕 커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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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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