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삶의 오아시스에 놓인 랜덤 다이버시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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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 가는데 리플렉션을 안 들을 수 없지. <LIFE OASIS>도, <RANDOM DIVERSITY>도 가보고는 싶은데 너무 멀어서 망설이다가 덕메님이 함께해준다는 말을 덥썩 물었다. 혼자는 너무 멀지만 그곳에서 만날 반가운 얼굴이 있으면 가볼 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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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ASIS>는 예약제로 운영 중이었고 마스크 필수에 전시장에서 나눠주는 고무장갑(?도 착용해야 했다. 오는 길에 전시 자료를 조금 찾아봤는데 섹션 7에 사그마이스터 앤 월시 특별전이 있다는 것 외에는 기획자나 참여 작가의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마침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픽업해서 전시 전체 의도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는 분이 있길래 "섹션 7이 사그마이스터 앤 월시 특별전이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섹션에는 누가 참여했나요?" 하고 물었더니 도슨트인 줄 알았던 분이 전시 오픈 이래로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데 본인이 이 전시의 총괄 기획자라고 소개해주셨다. 오, 영광. 섹션 7에 두 작가의 브랜딩 작품이 영상으로 소개되는 것 외에는 이 전시장에는 물리적인 작품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브랜딩 차원의 공간 체험형 전시였는데 공간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감각을 매료시키는 기술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근래 본 전시 중에 가장 즐거웠다. 섹션마다 초입에 간결한 가이드가 있었던 것도 다정했고. 멋지네. 특히 섹션 3에서 도형에 하나씩 불이 켜지고 이내 물이 몰아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깨달음을 얻은 순간은 자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엔 또 다시 무언가에 휩쓸릴 뿐이지. 이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 뭐, 이런 생각을 했다. 하핫. 전시를 보는 내내 '몰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공간과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전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작품이 없어도 '전시'가 될 수 있다, 음, 아닌가 좀 틀린 말인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인터랙션으로 반응하는 영상 자체를 작품으로 봐야 하는 걸까. 여하튼, 라네즈는 기존에도 그 유명한 수분크림 때문에 '수분 촉촉'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이미지가 강화된 건 물론이고 해당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시 마지막에 '성수(지역 이름이겠지만 그렇게만 읽히지 않는 게 포인트겠지?)'라고 라벨링된 물과 라네즈 제품 샘플을 주기도 해서 써보고 괜찮으면 본품에도 도전할 요량으로 샘플을 깠는데 피부에 맞지 않았다는 슬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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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먹고는 검색해둔 몇몇 카페 중에 월요일에도 문을 닫지 않는 곳을 찾아 갔는데 편안하지 않은 공간이었고 음료 컵의 기본 크기는 다른 곳의 플랫 화이트 크기였다. 아니 나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서 상관이 없었지만 덕메는 밀크티를 주문했는데 그 크기로 나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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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랜덤 다이버시티! 공간은 아주 작았고 나는 입장객 명부를 작성하면서 슬쩍 혹시 오늘 체험에 나타나지 않아 비는 자리가 있는지 질척댔는데 담당자분께서 노쇼 없이 다들 열심히 와주시고 계신다는 말로 답을 일축하셨다. 하핫. 다이버시티는 두 개 이상의 안테나 신호 중 강한 신호를 선택해서 수신하는 장치라고 한다. 장치의 역할을 알고 나니 뇌파를 측정해서 기억의 색을 조제해준다는 체험이 어떤 맥락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장 한쪽에는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억의 색이 담긴 용기가 있었는데 팬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던 전시인 만큼 우리의 본진인 아이돌의 그룹명이 바로 눈에 띄어서 웃음이 났다. 트위터로 정치하시는 미국의 그분의 기억을 떠올린 분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덕메가 체험을 하는 동안 건물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바닐라색의 민초를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무려 홀로그램 커버로 제작된 도록을 이해해보려 애썼는데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록 작성하시는 분들 조금 더 초면인 사람들을 위해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명확하게 좋아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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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들과는 별개로. 요며칠 계속 친구들을 만나면서는 상대의 이름을 좀 더 많이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