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코로나 시대의 덕질2_HAPPY RM DAY 본문
코로나 시대의 덕질의 연장. 남준이의 생일 케이크도 덕메와 각자 챙기고 공유했다. 그런데 이 두 사진은 전부 내 거. 왜냐며언- 지난 주에 무화과 치케 시즌이 시작돼서 와, 놓칠 수 없어! 조금 이르지만 오늘 챙기자! 하고 미리 먹어놓고는 뭔가 아쉬워서 이번 주에 한번 더 먹었기 때문, ...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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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생일.
너의 모든 날에 언제나 파랑의 고요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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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준이의 날을 앞두고 주문한 시집도 배송이 한없이 미뤄지다가 다행히 오늘 도착해서 덕메가 픽한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 며칠째 잘 먹지도 않고 / 먼 산만 바라보는 늙은 개를 바라보다가 // 이젠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 늙은 개를 품에 안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 책에서 본 적 있어 /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기도 / 빛이 출렁이는 집 //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은 길을 주었다 / 길 끝에는 빛으로 가득한 집이 있었다 // 상상한 것보다 훨씬 눈부신 집이었다 /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 입구에 세워진 팻말을 보았다 /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 늙은 개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 누군가는 버려져야 했다 //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 뿐이야 /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 돌부리를 걷어차면서 // 다다를 수 없다는 절망도 길을 주었다 / 우리는 벽 앞으로 되돌아왔다 // 아주 잠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_ 안희연 〈면벽의 유령〉(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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