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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너무 행복이었다 본문
"유희하다 ; 즐겁게 놀며 장난하다." 내게 이 전시를 관통한 하나의 단어는 전시 설명문 첫 단락의 마지막 용언인 '유희한다'였다. 작품이 이렇게 익살스러울 수 있나. 각잡히지 않은 선, 작품 옆면에 쓰인 타이틀과 시리얼 넘버, 로켓을 구성한 브랜드의 통일성에 따라 구분되는 'FRANKEN'과 'PERFECT', 맨해튼 남쪽의 스튜디오에서 찐으로 모형 로켓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등 어느 것 하나 유쾌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우주 세계관에 진심인 거 너무 좋다.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물리적 작품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NFT로 발행된 작품 중 14개를 선정해 커다란 물리적 캔버스에 옮겨 놓았다는 것이었다. 또 로켓의 각 부분을 구성하는 부품에 30개의 브랜드를 선정하고 이를 선택한 이들의 아이덴티티로 연결짓는 부분 또한 이날의 호들갑 버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NOSE CONE은 문학동네로 TAIL ASSEMBLY는 닥터마틴으로 BODY는 음, 역시 아미이자 방탄일까. 사실 아이돌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 브랜드가 있으면 그게 몸통이 되면 될 것 같다. 돖과 함께 시작된 덕질 인생,... 혹시 카시오페아셨던 분 증에 초록창 카페 가애옥수 아시는 분 있나요,... 제가 거기 공동 설립자였습니다만,... ㅋㅋㅋㅋㅋ
주기적으로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은 사회와 삶에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아마 평생 일시적인 유효기간의 답만을 갖게 될 테지. 어쨌든, 예술의 기능 중 하나는 유희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도 감상자도 즐겁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수 있지. 전시를 보고 만난 친구에게 너무 신이 나 감상을 늘어 놓았더니 흥미가 생겼대서 같이 갈 날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날 일정에 아트선재센터도 슬쩍 끼워넣었다.
아.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잘츠부르크를 잠시 앓았다. 나으 잘츠 ㅜㅜㅜㅜ 다음에 잘츠 가면 타데우스 로팍 잘츠도 꼭꼭 가야지 ㅠㅠㅠㅠㅠ 아니 일단 저 오스트리아 좀 다시 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이렇게 행복이어도 되나.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금요일 밤을 보내고 난 후의 토요일 오전이었다. 알람 소리에 일어나 예약해놓은 병원에 갔다가 서울로 가는 빨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후 두 대의 파란 버스를 거쳐 목적했던 지역에 도착했다. 여느 여름날처럼 아주 습했고, 부채감에 들고 나온 노트북으로 두 손이 무거웠다. 다각도로 누적되는 피로에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갤러리로 향했다.
그렇게 들어선 갤러리에서 마법을 경험했다. 배윤환 작가님의 작품들과 마주하는 순간, 문을 열기 직전까지 마음을 괴롭히던 모든 문제들이 자취를 감췄다. 그림들과 마주하면 자꾸 광대가 볼록해져서 제자리를 벗어나는 마스크를 몇 번이고 고쳐 써야 했다. 귀여움은 정말 힘이 세지.
동물 개체 수 조절 프로젝트의 여파로 불면증에 빠진 늑대를 위해 이를 먼저 경험한 토끼들은 자신들이 터득한 기법을 총동원해 분주히 움직인다. 햇빛이 내리쬐는 북극의 대기는 꼭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고, 몇몇 작품에서 캔버스 옆으로 흘러내린 아크릴들은 녹아버린 빙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귀여움의 레이어로 두텁게 쌓아올린 오늘날의 환경 이슈들.
때로는 절박한 고함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결국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하는 건 이런 방식이지 않을까. 상체보수남 석진이의 상의를 벗긴 게 팬들의 격양된 외침이 아닌 멤버들과의 우정 타투였던 것처럼, ... (? ㅎㅎㅎㅎㅎ 물론 내가 당장 적극적인 환경운동가의 정체성을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내 기억에 존재하는 한 이런 문제들을 내 삶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뭐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아주 사소하게라도.
<키득대는 빙하들 3>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지난달에 장전해놓은 총알을 모두 소진해버려 아쉬운 대로 리미티드 에코백을 샀다. 진짜 돈 많이 벌고 싶네. 결제를 하면서는 흘러넘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큐레이터님께 "전시 너무 행복이었어요!ㅠㅠ" 하고 고백했다. 가끔 행복이 이렇게 쉬울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창작자들을 애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전시 설명문 최근에 본 것 중에 가장 좋았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와 지금의 전시 작품들에 담긴 배경을 이렇게 담백하고 잘 읽히게 써내시다니. 전시 자체도 좋았지만 설명문 덕분에 작가님이 더 궁금해졌다. 이전 작품들 찾아봐야지.
그리고 잠깐 챙긴 양심. 논문은 또 전혀 다른 영역의 글쓰기라 일단 잘 쓴 논문 필사부터 해보고 있다. 아직 목차 구성도 못 했으면서, ...
이 전시는 갤러리에서보다 갤러리를 나와 S의 감상을 들을 때가 더 즐거웠다. S는 (사진에는 없는) 홍이현숙 작가님의 영상 작업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과 정희민 작가님의 <우리의 손금이 만날 때>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다면 둘 중에 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엇을 선택하겠느냐 물었다. 영상을 집중해서 보던 S의 얼굴을 떠올리며 답을 기다렸고, 내 예상은 빗나갔다.
"어, 진짜? 불상 영상 흥미로워했잖아!"
"네, 둘 다 마음에 드는데 영상보다는 실물 작품이 뭔가 더 유일한 걸 소장했다는 느낌일 것 같아서 그런 상황이 되면 그걸 선택할 것 같아요. 그리고 영상은 뭐랄까, 설명해주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있었지만 언젠가 불상을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래서 좋은 불상을 소개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S 귀여워. 내게는 개별 작품보다도 해외 갤러리가 소개하는 4명의 한국 작가의 그룹전이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갤러리는 왜 지금 한국의 수많은 작가 중 이 네 명을 조명하기로 선택했을까. 전시 설명문에 의하면 '외부 흐름 속에서 잊혀지거나 간과된 내부의 감각에 집중하며 현재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세계를 온전히 느끼길 바란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한 주제로 묶인 네 작가님들의 그룹전에는 해외 체류 시 경험하는 이방인으로서의 감각, 기술 환경 속에서도 오직 인간의 몸으로만 인지할 수 있는 감각, 지구상의 생명체가 변이하며 공존해온 흔적에 대한 감각, 공감각적 접근 방식으로 경험하는 비인간적 존재와의 관계 맺음과 공생 대한 감각이 표현돼 있었다. 갤러리에서 만난 동시대의 이슈들.
브렌트 와든은 직조의 결과물을 '회화'로 명명했다. 작년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열린 개인전의 설명문에 따르면 이 회화엔 종이에 그린 드로잉이 존재하고 완성된 작품을 베틀에서 떼어낸 후에야 최종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반복해서 베를 짜는 일. 이번 전시의 설명문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그것은 '노동 집약적'인 행위다. 동행한 S는 이 지점에서 이런 감상을 남겼다. "같은 노동인데 이것은 갤러리에 걸리는 작품이 되고 노동 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것은 상품이 되네요. 이 작가가 노동과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말하려던 것에는 이런 부분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의 작업을 설명하면서 언급된 '아그네스 마틴'은 페이스 갤러리의 전속 작가였다. 적극적인 작품 판매를 지양했던 작가의 성향을 존중해주고 작업을 하는 내내 갤러리가 서포트를 했다고 알고 있다. 브렌트 와든이라는 동시대 작가를 아트 히스토리 내에서 조명하는 동시에 갤러리의 맥락에서도 짚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진만 찍으면 몸둘 바를 몰라 하며 고장나는 새럼.
이전했다는 리만 머핀은 공간이 아주 멋졌고 전시는 아주 어려웠다. 이 전시 리뷰는 나중에 업데이트 하는 걸로.
링슐랭 최고였다. 위스키와 티라미수 진짜 찰떡. 칵테일은 최대한 포토제닉한 것으로 골라봤는데 정말 음료 같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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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스트 P님이 '널 갈아넣어 일해야 할 거고, 우린 너의 단물만을 쪽쪽 빨아 먹고 팽할 거야' 하는 식의 이 바닥의 채용 공고를 인서타 스토리에 공유했다. 그걸 보며 든 생각을 적어 P님에게 공유했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키우지 않고 소비만 하면 결국 이 시장에는 이런 걸 견디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고 해외 페어 등 업무 이상의 경험치를 쌓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경제적 배경이 있는 사람만 남을 확률이 커져서 지금껏 그래왔듯이 엘리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재를 키우지 않는 곳은 유지는 돼도 발전이랄까, 확장이랄까, 뭐 그런 부분에서는 늘 아쉬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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