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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언제나 옳고 여름 진짜 싫어 본문
사실 나는 좀 더 누워 있고 싶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의 몸과 마음으로 지내다 마침내 맞이한 토요일 아침이었으니까. 진짜 싫어, 여름. 하지만 전시 이미지를 보다가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에서는 액정을 끄고 몸을 일으켜야 했다. 이건 봐야지.
캐서린 번하드의 이름을 처음 마주한 건 작년 초, 한창 작품 가격에 대해 리서치를 하던 때였다. 주로 옥션 하우스 발 기사로 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비싸고 인기 있는 작품인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이미 소장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다른 소장품도 너무 궁금해지고,... 게다가 2000년대 이후 제작 작품 위주의 챕터라니까 컨템포러리 처돌이의 심장이 뛰고,... 누워 있긴 글렀지 뭐.
미술관에 가서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을 보면서는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바비>가 떠올랐다. 어릴 때 웨딩 피치 인형 등 유사 바비를 가지고 놀긴 했지만 정통 바비에 대한 추억은 없다. 그렇게 많은 라인이 있는 줄도 몰랐고. 추억이 있었다면 이 영화에서 시원하게 얘기하는 페미니즘에 더해 또 다른 감정으로도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겠다 싶었다. 캐서린 번하드는 ET, 핑크 팬더, 심슨, 크록스, 나이키 등 대중문화 요소를 차용해 팝 아트 맥락에서의 작업을 한다. <바비>와 마찬가지로, 앞서 나열한 문화적 유산에 대한 접점이 좀 더 있다면 그의 작업이 기성 미술에 어떤 반기를 들고 있는지에 더해 작품과 다른 측면에서의 교감이 가능했겠다 싶었다.
더불어 문화 산업의 주도권이 여전히 서구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계화로 공유하는 문화적 요소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적 유산이 우리의 것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어지럽네.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은 두밧두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배경음악 삼아 들으면 더 즐겁겠다 싶었다. 캐릭터 멜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옆면 처리가 낙하의 느낌과 잘 어울렸다.
린 마이어스의 작품은 다른 작품을 보러 갔다가도 다시 그 앞으로 돌아와 한참을 서 있게 만들었다. '내면의 심리적 풍경화'라니.
유산의 경험을 표현한 애니 모리스의 작품도, 미술사와 문학사에서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대상화되어온 여성의 신체를 화두로 던진 케이틀린 코우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작품은 리터럴리 포토존이었고, 모르는 사람의 찍사가 되어주는 경험도 했지. 전시의 마지막에 마주한 예페 하인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좋았고, 오브젝트 서교점으로 가서는 최고심 작가님의 '세상에 쫄지 말자' 키링을 샀다.(?
2000년대 이후 제작 작품들로 꾸린 이 전시에서는 과거의 기법과 유산들을 활용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기성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는 기성을 더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탄탄한 기본이 쌓이고 자신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더해져 공감과 놀라움 모두를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어지는 걸까.
아 그런데 진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뭐지. 너무 짱인데.
뜨생도 클리어. 날이 견딜 수 없게 더워서 뜨생 친구들에게 또 퉁명스럽게 굴었다. 그래도 친구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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