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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_민애옹이 포도를 안 줘서 전애옹을 보러 감

KNACKHEE 2023. 8. 6. 21:22

 

아니, 민애옹이 포도를 안 주는데 어쩌겠어. 전애옹이라도 보러 가야지.

 

 

매력적인 성장서사에는 반드시, 흥미로운 조력자가 등장한다.


불완전한 대피소에 있는 복면들은 그것이 일시적인 시공간이라는 것에 개의치 않고 그 순간을 만끽하는 듯 보인다. 불꽃놀이를 하고, 그네를 타고, 바다의 아름다움을 향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실 그러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을 힐끔거리게 되어서 아주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복면들의 주변부에 머무르다 지난해 봄, 화면의 전면부에 등장하기 시작한 네비게이터 발광오리는 그런 복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내 빛이 비추는 곳으로 가보는 게 어때? 현실로 돌아가는 건 조금 더 유예하자. 불안한 마음에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 하면 금세 다시 길을 잃고, 네 자신도 잃어버리고 말 거야."


전시 공간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작품의 제목은 <양재천>이었다. 찢었다, 진짜. 양재천이라니. 작가님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꿈속의 양재천이다. 돌다리는 강을 건너려는 복면들의 두 번째 시도였다. 첫 번째 시도는 킥보드로 구름다리 건너기였으나 끊어져 있어 그러지 못하고 돌다리로 우회한 것. 하지만 돌다리도 그 길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균일하지 않은 돌다리의 간격에 난처해하는 복면들 앞에 발광오리가 나타나 제 머리를 내어준다. 복면들이 꿈속의 방랑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작가님 개인전 정말이지 올여름 가장 큰 행복이었고, 저는 너무 충분하니까 이번 녀름 자체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녀름 그만,... 이 온도, 습도, 자외선 멈춰.

 

 

성장과 갈아 넣음의 필수불가결에 대한 글들을 보면서 사회생활 3-4년 차까지 나의 시간과 체력과 정신을 갈아 넣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것은 성장에 영향을 주는 시간들이었을까. 나는 어떤 성장을, 성취를 했지. 그게 그저 어리석은 돌진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까봐 더 파고들어 생각하기가 무섭다.

다음 주에는 다수의 외근과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일정을 잡는 친구들에게 다음 주가 헬일 거라 이런 이런 양해를 구하고 싶다는 말을 하다가, 그럼에도 야근은 최대한 하지 않을 예정이라 그런 말을 하는 게 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야근을 해야만 헬인가. 평소보다 더 높은 밀도와 마음의 압박으로 정해진 업무 시간을 채우는 것도 헬이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이니까.

엄마의 남편을 넘어 엄마에게까지 마음을 닫게 된 지점이 늘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C사에 있으며 나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져버린 시점부터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이전이 아닐까 싶더라고. 2014년도에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엄마의 남편은 사채빚에 연대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했고, 나는 기가 막혀서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당연히 그걸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엄마는 그래도 아빤데 어떡하냐며 해주라고 했다. 그때 끝났던 것 같다, 이 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