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나도. 나도 소감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본문
정신 빼놓고 살다 두밧두 콘 선예매 기간을 놓쳤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일반 예매 이틀 전이었다. 일단 가기만 하자,를 목표로 하고 4층을 잡아서 다녀왔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다음엔 꼭 기필코 반드시 절대로 선예매,...
손글씨 엽서부터 모아존 포카까지 수빈의 날이었다. 무대 앞뒤가 다를 수 있는 건 알지. 그렇지만 무대 위의 모습까지 의심하게 만들만한 모습은 안 보여주면 좋겠다. 고척 4층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전에는 왜 못 느꼈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음향이 당황스러웠다. 얘네가 진짜 마법 콘셉트에 진심이라 중앙 원형 무대에 마법진을 그려서 2층 정도까지의 방어막을 쳐놓은 건 아닐까, 그럼 좀 말이 되는데, 하고 잠깐 생각했다. 화려한 비주얼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는 음향이 답답해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나는 응원법 예습 안 해가고 현장에서 컨닝하는 새럼인데 4층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팬들이 한가득이었고, 그분들은 과자를 먹고 게임을 하며 영상을 시청하듯 무대를 즐겨 주셔서 컨닝할 정답이 없었다. 아니, 아이를 따라 온 것까지는 좋은데 여기에 와서 앉아 있기로 한 거면 그냥 입 다물고 봐야지. 앵앵콜 하러 나왔는데 끝내자,가 뭐야 끝내자, 가. 그럴 거면 밖에서 기다리셔야죠. 진짜 무례하다. 그래도 2층까지는 함성도 크고 응원법도 열심히 하는데 4층에 있으니까 오만 사람이 다 와 있어서 콘서트를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웠다. 다시 한 번 못해도 2층은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계기. 그렇지만 다음에 또 그나저나 이나저나 해서 4층밖에 못 잡는다? 그럼 또 가야지 뭐, 어떡해. 덕후가 무슨 힘이 있어.
이번 콘에서 제일 기대했던 건 '물수제비' 무대였다. 첫 번째 인사하고 들어갈 때까지도 안 해줘서 못 듣는 건가 했는데 앵콜곡으로 해줘서 울 뻔했네. 너는 어떤 마음으로 너를 던지는 건지 궁금해,라니. 한때 인디 덕후였던 새럼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던 곡. 무대 중에 낙원, 네버랜드를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한 건 휴양지의 이미지였다. 그런 공간은 낙원인가. 정말 끝난 줄 알고 일어났다 다시 앉아서 듣게 된 찐막곡 블루 스프링도 이변 없이 좋았다. 아니 이번엔 블루 스프링 왜 안 하지, 했는데 찐막곡이었다니. 그런데 너무 신호 없이 해서 진짜 나갈 뻔했다. 이번에도 공연장 가득 향을 채워줘서 좋았고.
앵콜에 앵앵콜에 앵앵앵콜을 한 덕에 이들은 인사를 하며 소감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나도. 나도 소감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별일 없으면 지금 살아온 시간의 한 바퀴 반 정도를 더 돌려서 살게 될 테니까 한 번쯤은 그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만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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