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20231225-27_두 개의 부산과 천안 본문
예배 마치자마자 부산에 내려가 조금 느슨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식단을 열심히 하는 말라깽이 A 언니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사람 많은 게 싫어서 크리스마스에는 언제나 집콕이었는데 오랜만에 당일 외출을 했지. 그치만 인파에 지쳐서 먹을 걸 사들고 들어가 숙소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내년에 시칠리아에 가자고 약속했다.
다음 날엔 한 손으로 꼽고도 남는 몇 안 되는 고등학교 때 친구 G를 만났다. 진짜 너무 오랜만. G는 작년이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이제 해결책이 생겨서 좀 나아졌다고,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호화로운 파이어를 꿈꿨는데 이제는 물질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생활을 굴리는 선에서의 파이어를 추구하게 되었다고. 또 누가 뭐라든 자신과 평생 갈 사람이 아니기에 그래라,로 넘길 수 있게도 되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재미있는 게 없어서 클라이밍 말고 새로운 취미를 찾긴 해야될 것 같다고도 했다. 또 축의는 절대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고 했는데(물론 결혼식도 안 가고 본인 결혼식도 안 했다!) 내가 투덜대기만 하고 실천은 못 하고 있는 걸 실제로 해내는 사람을 봐서 기뻤다. G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등학생 때 봤던 G 안의 여러 G 중 가장 그에게 편한 모습이 크게 발현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올라가는 길에는 천안에 들러서 T와 함께 M의 집들이를 했지. 밍은 호기롭게 뇨끼를 해주겠다고 나섰는데, ... 태어나서 그렇게 큰 뇨끼를 한끼에 그렇게나 많이 먹은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고, 왜 비싼지 이해 완. 부산도 그렇고 천안도 그렇고. 보면서 온갖 예쁜 건 서울에 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서울도 일부나 서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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