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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송도 주민

KNACKHEE 2024. 3. 30. 20:08

 

송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근 플리에 추가한 노래들을 플레이해두고 있다가 승관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안심이 됐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안심이다,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궁금했던 문자 박물관에 갔다. 문자 박물관은 처음 생긴다고 들었을 때부터 김애란 작가님 소설을 떠올렸었다. 생존한 소수민족이 그 자체로 소수 언어가 되어 박물관에 전시되는. 종이를 모티브로 한 건물이 흥미로웠다. 내부가 정말 넓었고 자잘하게 체험할 게 많은 전시 구성도 흥미로웠다. 언어도 미술도 내 영역인데. 여기서 일하고 싶네. 또 송도니까 출퇴근부터 삶의 질이 수직상승할 것 같다. 설명판에 점자도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목판화에서 동판화로 넘어갈 때 확 느껴지던 부드러움이 신기했고 작품마다 대놓고 숨은 뒤러 사인 찾기를 하며 관람한 것도 즐거웠지.

 


손열음 님의 피아노 연주는 윤슬이 반짝이는 낮의 호수 같았다가 또 쏟아질 듯 작은 별이 와르르 떠 있는 아주 검은 밤하늘 같았다. 별뿐 아니라 검은 하늘의 조각들 또한 같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피아노 소리가 진짜 동그랬다. 행복했네.

매거진 <모노그래프Monograph>와 에세이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를 연달아 본 이후로는 계속 마음과 온라인으로 손열음 님의 행보를 좇았다.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에 수록된 인터뷰도 정말 좋았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피아니스트이신 분을 글로만 접한 지 어언 9년, 드디어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갔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있어서 종종 봤고 이후에도 이래저래 학교 덕분에 과제나 특별 강의 식으로 클래식 연주회에 갔던 것 같은데 스스로 가야겠다 마음먹고 시간 맞춰 티켓팅까지 한 건 처음이었다.
서사를 따라갈 수 있었던 첫 곡 외에는 아무래도 어려웠지만 공연장에 있는 자체로 즐거워서 앞으로 좀 더 부지런히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보게 될 클래식 공연은 오케스트라 협연이어도 좋을 것 같다. 틈틈이 기회를 노려야지.

보면서, 시각 예술가들은 기본 작업 외에 IP 라이선스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추세인데 라이브가 기본인 연주자들은 이런 류의 부가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종일 송도에서 전시도 보고 음악회도 봤다. 한적하고 반듯한 송도는 내 꿈의 동네 중 하나이고, 가능한 생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언제든 이곳에서 살고 싶다. 언제까지고. 방법을 찾는 동안 갤러리도 미술관도 좀 더 생겼으면 좋겠네. 서울 외의 대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애증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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