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이러고 나면 내가 너무 싫어져서 그게 제일 싫다 본문
M님이 여느 때와 같이 번역을 위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을 물어왔다. 평상시와 같이 딱딱한 어투의 슬랙으로. 독자를 위해 질문에 추가 맥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건 인터뷰이가 답으로 전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전했더니 본인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단 답이 돌아와서 고개를 돌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붙지 않는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이 도출된 맥락에 대해서도 독자에게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첫째로 문장을 그런 식으로 분석한 게 싫었다. 그리고 인터뷰 전체가 하나의 맥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모든 문장을 현실에 기반해서만 써. 문학적인 표현을 설명하라고 한 것부터 싫었다. 다시 한 번 그 언젠가 작가의 인터뷰에서 건져 올린 표현이고 독자에게 모든 맥락을 설명해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자 그럼 저 질문에 아니오,란 답이 돌아오면 어떡할 거냐고 해서 나는 그럼 그 질문과 답을 안 쓰면 된다고 했다.
그럼 그러자,고 일단락이 났는데 그러자고 돌아서는 그의 태도가 그래, 니 뭐대로 해라,의 태도여서 또 치밀었다. 심지어 지난달엔 답변을 받아놓고 바빠서 잊었다는 이유로 며칠째 파일을 주지 않기도 했다. 자기 마감만 중요하고 내 마감은 안중에도 없지. 이건 그간의 감정이 쌓여 작게 터진 거다. 맨날 본인 글 쓸 시간만 고려하고 내 일정은 엄청 밭게 잡아 원고 마감일을 정한다. 그럼 뭐 나는 밤새서 해오라는 건가. 그 일이 반복되고 반복된 감정이 쌓였다. 슬랙 말투가 늘 딱딱한 것도 기분이 나쁘고.
그래도 사람도 몇 없는 회사에서 이래봤자 좋을 게 없으니 예민하게 굴어 죄송하다 하고 나는 이런 입장인데 당신 같은 반응이 보편적일 것 같으니 이 맥락을 추가하면 될 것 같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에게 닿을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업무를 또 해야 한다는 면에서도 짜증이 났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고 나면 내가 너무 싫어져서 그게 제일 싫다.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뇌 (0) | 2024.04.08 |
---|---|
봄 걷기, 봄에 걷기, 봄을 걷기 (0) | 2024.04.06 |
사진을 늘어놓는 것 외에는 쓸 말이 없다 (0) | 2024.04.04 |
세븐틴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진짜 (0) | 2024.03.31 |
내 꿈은 송도 주민 (0) | 202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