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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_선예도 맨날 이렇게 자리가 없으면 어쩌라는 거야, 진짜

KNACKHEE 2024. 6. 26. 00:01

 

선예도 맨날 이렇게 자리가 없으면 어쩌라는 거야, 진짜. 그런데 이거 인서타 스토리에 올렸다가 뜻밖에 대학 때 교류가 거의 없었던 동기가 지금은 나와 같은 최애를 공유하고 있는 덕메라는 것도 알게 되고, 사실 누구였는지 왜 팔로우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같은 분야에 있는 분에게 일예에 도전하면 뜻밖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용기도 얻었다. 신기하네. 다정한 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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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일 년간 정리를 미뤄뒀던 편지 상자를 열었다. 1/15 정도 하고 상자를 덮으며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편지를 옮겨 담을 케이스를 사야지 싶었다.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은 편지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달았다. 늘 마음을 혼자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다정한 마음들을 많이 받아왔다니. 그러고는 잊어버렸다니. 좀 더 겸손하고 큰 마음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신기했던 건 글자에 묻어나는 마음이었다. 진짜 신기하지. 생일을 축하하며 카드를 써 주고 무엇을 보고 네가 생각났다며 편지를 건네고. 진짜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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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맺는다는 건 서로의 견고한 평행세계에 절대 닿을 리 없는 다리를 짓는 일이 아닐까. 닿은 줄 알고 내딛은 마지막 발걸음은 새카만 허공으로 낙하하고 누구의 영역인지도 모를 허공에서 허우적대다 어렴풋이 빛나는 온기를 발견해 떨어졌던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다리를 짓기 시작하는. 그렇게 쌓인 무수한 시도들은 하나의 맞닿은 길이 되지는 못해도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로운 층위의 길이 되어줄 테다. 그리고 그 온기를 만들어내는 건 서로의 기억에 자리한 성심의 순간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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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5주간 현대미술 강의를 온라인을 듣는다. 관, 비엔날레, 상업 갤러리를 모두 경험하고 대안 공간을 10여 년 이상 운영해오다 아트 페어에 관심이 생겨 몇 년 전부터는 상업 갤러리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관장님의 강의.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를 엄격하게 구분하며 갤러리스트는 작품을 팔아내고 전시의 PM 역할을 하는 느낌이 강하다면 큐레이터는 평론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평론을 쓸 수 없다면 큐레이터라고 할 수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하셨지.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는 것 같다며. 그런데 강의를 듣다가 갤러리나 관의 구성원들을 이야기하며 인턴에 대해 설명한 건 좀 의아했다. 그분의 주장에 따르면 인턴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무급, 40만 원 따위의 열정 페이가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유가 정말 그 사람의 생명과도 같은 시간과 그가 삶으로 축적해 온 짧은 지식과 눈치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합리화가 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