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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Save ME

KNACKHEE 2016. 5. 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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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 있으면 멜론 정기권이 결제되지만, 그 며칠을 기다릴 수 없어서 바로 개별구매를 했다. Save ME는 이질적이면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입부가 매력적이다. 정말 좋다.

 

불타오르네를 듣고 세이브미를 듣고 에필로그를 듣는다. 불타오르네에서 윤기의 '용서해줄게'는 청춘에게 주는 면죄부 같은 느낌이다. 괜찮다고 말하며 모두 불태워버리자고 한다. 발목을 붙잡는 겁도, 일어설 수 없게 하는 괴로움도. 모두 불태워버리고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여도 좋으니 네 멋대로 네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윤기의 목소리가 노래를 맺는다. 용서해줄게. 그래도 괜찮아. 너는 틀린 게 아냐. 하지만 트랙이 세이브미로 이어지며 화자는 다시 겁에 질린다. 어둠에 잠식당한다. 아니, 자아에 갇혀 질식한다.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알려주려는 게 아닐까. 즐겁게 놀아도 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는데,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네가 흔들리지 않고 잡아야 할 가치가 필요하고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도 돌아오게 할 목표가 필요하다고. 너에게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밖으로 꺼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렇게 성장한다. 아이들은 이 성장 서사에 손을 내밀고 날개를 달아준다. 자신을 잃을 정도로 자신에 취해 있던 정체성을 일깨우고, 어지럽게 구겨져 있던 몸과 마음을 펴주고 손을 내밀어 한없이 떨어지던 발을 지상에 놓아준다. 사랑하니까. 아이들은 그 인생을 사랑하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모든 흔들리는 인생에 필요한 건 성실하고 진실된 사랑이다. Young Forever란 부제를 달고 있는 에필로그는 그렇게 지상에 놓인 인생의 또 한 번의 성장 서사를 써 나간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생겼고, 그 꿈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안다. 잠깐 맛본 성취가 영원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안다. 그래도 괜찮다. 하고 싶은 게 또렷하니까. 무얼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 알았으니까. 잠깐 닥친 미로와 당장의 어둠이 모든 미래는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리고 아이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Forever we are young.

 

버터플라이 프롤로그 버전은 가사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소리가 그리는 공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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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덕질을 하면서 돖이 앨범을 A, B, C, D버전으로 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방탄이들이 이번 앨범을 데이 버전과 나이트 버전으로 낸다고 해서 무척 흔들리다 결국 두 개를 다 샀다. 예약구매한 앨범이 도착했고 집에 오자마자 앨범을 열었는데 1/64의 확률이 무색하게 두 포토카드 모두 석진이가 나왔다. 가장 마음이 덜 가는 멤버라 무척 속이 상했다. 엄마에게 포토카드 두 개 다 내가 제일 덜 예뻐하는 멤버가 나왔다고 찡찡댔더니 엄마가 네가 고등학생이냐며, 그런 건 소싯적에나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한심해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소리 하냐는 얼굴로 받아쳤다. 소싯적에도 했지, 하고. 그럼 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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