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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연희 산책

KNACKHEE 2016. 5. 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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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늦었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장난스레 눈을 흘기는 센세에게 손하트를 마구잡이로 날렸다. 센세가 마카롱을 한보따리 준 덕에 길거리에서 어깨춤을 췄다. 퐁대에서 연희동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얼핏 아는 동기의 성향을 이야기하며 상황극을 주고받았다. 오늘까지 연희동에서 연희, 걷다 행사를 한다기에 연희동에 가보고 싶던 일본 가정식 집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데이트 장소를 연희동으로 정했다. 음식점의 웨이팅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고 사러가에 앉아 행사 지도에 표시를 해가며 산책 코스를 정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먹은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정한 산책 코스엔 부잣집들이 즐비했고 우린 연신 감탄했다. 티에이블에서 있던 전시는 공감하기엔 어려웠고 다른 장소들은 행사공간이라기보다는 그냥 소비공간에 가까워서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손수건에 가고 싶었는데 주일이라 문을 닫아서 오며가며 봐두었던 디저트 카페에 들어갔다. 의자가 무척 편했고 주인 아저씨가 친절했고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아 고즈넉했고 커피는 커피였다. 그다지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센세가 내 드립을 잘 받아줘서 나는 신이 났다. 우린 여전히 대학생 같았고 그러지 않길 바라면서도 그랬으면 싶었다.

 

 

 

*

센세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지금 한창 연애가 하고 싶어 안달나 있던 시기를 지나 무척이나 평온한 시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러웠던 선배에 대해서도 정리가 됐다. 연애하고 싶던 시기에 하필이면 그 선배를 조금 자주 만나게 됐고 주변에 있던 사람 중 그래도 그정도면 연애 상대로 괜찮지 않을까,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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