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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고백

KNACKHEE 2019. 10. 11. 22:50








사랑한다그여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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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걸 이해의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랬다. 나약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2017년과 2018년 두 계절하고도 반을 지나는 동안의 나는 틈만 나면 죽음을 생각했다. 종이에 베기만 해도 밴드를 붙이는 쫄보라 몇 번이고 어떤 방법이 가장 덜 고통스러울지 검색했다. 누군가의 부고를 들을 때면 정말이지, 부러웠다. 뭐가 그렇게 힘든데? 하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회사도 가정도, 여러 상황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해도 되는 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자주 정리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고 어떤 말을 적어 놓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고는 지옥에 가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는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빨간 버스 안에서 B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고는 그냥 울었다. B는 기꺼이 그 전화를 끝까지 받아줬다. 이후에도 나는 전화를 하거나 얼굴을 마주 볼 때마다 힘듦을 토로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시기는 B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걸. B도 무수한 울음을 참아내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게 아직도 두고두고 고맙고 미안하다. 길어졌는데,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다시 하나로 수렴한다. 사랑한다. 네 말대로, 오늘은 달이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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