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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리를 차지하고 본 <82년생 김지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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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리를 차지하고 본 <82년생 김지영>

KNACKHEE 2019. 11. 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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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면접을 봤고, 정말 감도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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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오전이고 모임은 저녁이라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집에 들어갔다간 모임에 안 갈 게 빤하니까. <82년생 김지영>은 책으로는 평생 안 읽을 것 같아서 영화로는 꼭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근 영화관에 적당한 시간대의 것이 있었다. 또 마침 지난 명절에 받은 기프티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쓸까 했는데 무조건 2인으로 예매를 해야 해서 잠시 고민하다 그냥 두 자리를 예매했다.
영화를 보면서는 두 번 울었다.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교복을 입은 여자애에게 일방적인 감정으로 위협을 가했다. 여자애는 모르는 아주머니에게 신호를 보냈고 아주머니가 상황을 눈치채고 따라와준 덕분에 남자애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자애가 사라지자 여자애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만다. 같은 상황에 처했던 적은 없지만 어떤 권력 관계에 의해 내가 무력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라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가족들과 밥을 먹는다. 문자 그대로 졸업이 코앞인데 취직을 못해서 시무룩한 얼굴이다. 그런 여자애에게 아빠는 시집이나 가라고, 너는 그게 어울린다고 헛소리를 해대서 이젠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엄마가 대신 나서서 그게 무슨 소리냐며 막 나대라고, 하고 싶은 대로 나대라고 해준다. 나는 아빠와는 교류가 거의 없기에 주로 엄마한테 저런 말을 들었다. 영화에서처럼 취직을 못하고 있을 때. 시집이나 가라고. 그럼 나는 그건 뭐 쉬운 줄 아냐며 꿍얼댔지만 정말 속상했다. 시집은 내 모든 가능성의, 조금 더 과장하자면 내 모든 미래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고, 그런 단어를 엄마가 내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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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부터 에너지가 올라와서 효율이 나는 사람인데 머니잡 때문에 이미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써서 하루에 겨우 한 시간 반짝, 하고 마는 거 너무 원통하다. 하고 싶은 거 찔끔 하다 보면 눈이 째물째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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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힘들었던 날은 꽤 생생한 화질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 장면들을 가만 곱씹다 보면 깨닫게 된다. 그 힘듦이 아니라 그 위로 덮혔던 누군가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 때문에 남겨둔 장면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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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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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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