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20200521-22_진흙과 모래알갱이 본문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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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속작 어그러진 것 때문에 계속해서 마음이 아주 안 좋았는데 오늘 자정이 넘은 시각에 온 저자의 연락에 그래도 다행이네 싶었다. 나는 자기계발서는 '더 알고 싶은,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소개든 저자 소개든 대중이 자기가 뭘 필요로 하는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걸 가정하고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내가 왜 이 '장르'를 싫어했던 건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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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T의 이번 앨범은 단순히 화양연화의 고급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완전히 결이 다르다. 엘리트(더 적확한 단어를 찾지 못했는데 어떤 특권층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당장의 할 일과 고민은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친구들이랑 사이 좋게 지내기, 정도의 집단을 표현하고 싶었다) 집단의 미묘한 감정이 있다. 시기 질투와 견제, 하지만 '또래집단'이 주는 동질감은 때론 다행스러움과 행복을 동반하기에 내심은 영원하고 싶기도 한 복잡한 마음.
이건 B의 화양연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그들의 서사는 자기 안으로 침잠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세계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세계가 보호받아야 하기에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다 나의 세계는 다시 깨지기도 하는데 그 주요 원인 역시 자기 자신이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건 언제나 '나'다. 타인과 손을 맞잡은 순간에도 '우리'가 되긴 하지만 개인은 개별적인 상태로 존재한다. 중요한 건 '나와 나'의 관계이며 주된 정서는 존재의 고독과 연민, 그리고 연대.
하지만 T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건 '나와 너'의 관계다. 나의 세계는 너로 인해 깨지고 내면은 복잡해지지만 행복 역시 너로 인해 존재한다. 주된 정서는 애증과 혼란, 그리고 성장통. BU에서 관계가 모든 상황의 종착지라면 TU에서 관계는 모든 상황의 시작점이다. 일단 나는 이 둘을 이렇게 읽고 있고, 민애옹 너무 예쁘고 휴닝이 핵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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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를 두려워하는 것이 지식의 첫걸음이건만 미련한 자들은 지혜와 교훈을 멸시하고 있다. _ 잠언 01장 07절(KLB)/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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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체크를 해달라고 넘긴 표지와 띠지에 S대리님은 연필로 빼곡이 문장 교정을 해서 돌려줬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저 사람이 어떤 마음에서 이걸 표시해줬을지 알 것 같아서 이내 고마웠다. 그동안 내 마음을 가장 많이 돌봐준 사람이기도 하니까. 자기도 바쁜데 이렇게 꼼꼼하게 봐주고! '우리집'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낡은 건물의 외관을 올려다보면서는 새삼 이 낡은 집 하나 갖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생각했다. 모르겠고 그냥 집 근처에 위스키 바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에는 어슷디 새 믹테를 찬찬히 듣다가 마지막 트랙을 반복해서 들었다. 사실 이것도 덕메 없었으면 이미 링크 펑난 뒤에 접속해서 못 들을 뻔했다. 종완찡은 빨리 미늉기랑 성규 연결해줘서 죽기 전에 내 최애랑 최애가 작업하는 거 볼 수 있게 해주라!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된 건 나는 책이 아니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거다. 책은 그냥 내가 흡수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상상으로 메울 여백이 많은 활자 매체이기에 여러 채널 중 가장 선호하는 것 같고. 아니 그리고 딴소리지만 잡지의 잡스러움과 레이아웃은 정말 예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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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진흙 같고 정신은 모래 알갱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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