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천재 기획자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거시다 본문

DAILY LOG

천재 기획자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거시다

KNACKHEE 2021. 9. 25. 12:44

 

전시의 시작인 '일상의 온도'가 정상 체온보다 낮은 36도씨인 데다가 부제가 에필로그. 전시 시작부터 화룡점정 찍어버렸고요. 기획자 분 정말 스토리텔링 천재 아니신지, ... 무엇보다 전시의 도입부부터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고 연애의 대상을 '사람, 사물, 이루지 못한 꿈,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희망' 등으로 확장해 표기해준 게 좋았다.

이연 작가님의 <Lonely cactus 1, 2>는 보자마자 울컥했고 '그림아 미안해 슬플 때만 너를 찾아서 그래도 계속 나를 위로해주겠니'라는 말이 적힌 <이기적인 편지> 앞에서는 좀 울었다. 나한텐 종교가 이래서 늘 마음이 무겁다.

권아리 작가님의 <얼굴 없는 신>은 침대 맡에 두고 싶은 평안이었고.

안상희 작가님의 그림은 사랑의 보편적인 심볼인 하트 안에 갖가지 일상과 감정을 담아 놓은 게 직관적이면서도 은유적이라 인상적이었다.

붉은 빛으로 가득했던 '애증의 온도' 공간에 들어서면서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진짜 얼굴이지 않나 싶어서 한참 이곳저곳을 지나쳤다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했지 뭐야.

안소현 작가님은 이 전시를 예매한 이유였지.

휘리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줄은 몰랐어서 무척 반가웠다. <The Evening>이란 그림 옆에는 <계절이 바뀌는 시간>이 걸려 있었다. 둘 앞에 서서는 어둠이 지나가고 나면 삶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수밖에 없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섹션 도입부마다 작가들의 작품을 한 점씩 모아서 티저같이 구성한 것도, 디지털 프린트 작품이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미술품'의 기준이 확장되며 세분화되고 있다. 즐겁네.

이중섭에 이어 김창열까지. 진짜 슈퍼 컬렉터시네, 설립자분.

정멜멜 작가님의 작업을 보러 갔던 <오늘의 날씨>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유용했다. 지금 하는 작업에 적용해볼 게 한가득.

혼자 가기엔 텐션이 높은 관객 참여형 전시였고 각 섹션의 가이드는 친절했지만 밀도가 낮았다. 새로운 서비스 브랜드 론칭을 위해 기존 프로모션을 넘어 전시,의 형태를 가져가기로 결정한 거라면 온라인으로 찾아봐야 하는 정보들을 오프라인 공간에 좀 더 맥락 있게 놓아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어제 수업시간에 근 7년 사이에 한국 원로 작가들의 회고 아카이빙전에 왜 성황인 것 같냐는 질문에 갑자기 주목받았으니까 우리가 이런 게 갑자기 나온 게 아니고 원래 있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고(쪼랩이라 생각만 하고 대답은 못함) 어느 정도 맥락이 맞았다. 교수님께서는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해외에서 주목하니까 한국 미술의 족보 찾기를 한 것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셨다. 작년에 디올 발제를 준비하며 헤리티지 매니지먼트에 꽂혔던 게 생각났고, 정말이지 헤리티지가 다네, 하고 생각했다.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1002-03_보고 생각하고 걷고 먹고 말하고  (0) 2021.10.03
기분이나 내봤다  (0) 2021.09.28
마음이 시소네  (0) 2021.09.22
나쁜 말들은 정말 오래오래 남아 있다  (0) 2021.09.19
EARLY HAPPY RM DAY  (0) 202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