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231003_아이 니드 모어 연휴 본문
나는 우스OUSSS[us :]라는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한정판 플라마리온 프랑스어 사전에도 은근슬쩍 올려놓은 그것. 하지만 ',,,+!]((('로 시작하는 이것을 독해해낼 능력은 없어서 또 자료를 조각 모음했다. 작가의 인터뷰와 여러 전문가들의 해석을 토대로 가닿아 본 우스는 다음과 같다.
'작업 중이던 작가가 찾는 생각의 공간. 1990년대 후반부터 차근히 구축되어 온 우스는 작가의 우주이자 피난처인 동시에 형태소이고 접속사이며, 용어이자 개념이다. 이곳의 캐릭터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형상이다.'
근본은 어쩔 수가 없어서, '형태소'를 언급한 대목에 마음을 빼앗겼다.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형태소. 이것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전시실 중앙에 놓인 작품의 상태이기도 한 '공중 부양'과 닮아 있다.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작품 <Density>는 자석의 속성을 이용해 구현됐다고. 극을 선택해 거리를 조절하는 것, 형태소를 고르는 일도 이와 같다. 무엇을 어떤 거리에서 전할 것인가,의 문제.
PKM+ 1층에 있던 2007년의 연작 <OUSSSEUX> 드로잉은 꼭 우스의 프리퀄같은 느낌이었고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OUSSS'를 발음 기호대로 읽으면 '우스'이지만, 알파벳 자체만 놓고 보면 'US'인 것은 괜히 뭉클하기도 했다. 우스라는 세계가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든 결국에는 가장 작은 것부터 세밀하게 조율해낸 '우리'를 보여줄 것만 같아서. 작품들이 모두 말없이, 그리고 밀도 높게 다정했다.
작가 박민규의 단편 소설 <아침의 문>에는 죽음에 실패한 남자와 원치 않는 생명을 임신한 여자가 등장한다. 남자가 다시 한번 옥상에서 자살 시도를 하기 위해 둥근 밧줄 너머로 얼굴을 들이밀던 때였다. 그는 건너편에서 아이를 낳고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야" 하는 외침에 돌아오는 답은 "왜". 남자가 건너편 건물 옥상에 도착한 건 여자가 아이를 남겨두고 사라진 후였다. 죽으려던 남자는 아이를 안아든다. K2에 있던 작품들은 죽음과 탄생이 교차하는 소설의 마지막을 떠오르게 했다. 뜨끈하게 폭발하는 생명과 서늘하게 침잠하는 죽음의 교차.
K3에는 거대한 네 점의 조각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시 설명문에서는 그의 작업의 맥락과 영감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작품으로 <Shadow>와 <Ingest>를 언급했는데, 마음을 잡아끈 것은 <Moon Shadow>였다. 달 그림자라니. 그림자는 빛을 가린 물체의 뒷면에 생긴다. 하지만 달은 태양의 빛을 받아 드러나는 존재다. 그렇다면 달의 그림자는 빛의 속성을 지닌 어둠인 걸까. 그림자를 퍼뜨린 초승달의 단단함에 자꾸 발이 붙잡혔다.
양혜규 작가님 전시도 안 놓쳤지!
창 밖은 폭우, 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창 너머는 내가 원하는 세계가 될 수 있다. 정말이지 그게 무엇이든. 인식의 굴레에서 해방되고 오히려 멀리에서 봤을 때 뚜렷해지는 것들. 2017년엔가는 접사로 찍어둔 카페 오브제의 사진을 보면서 가까이에서 보면 더 자세히 보이는 게 아니라 뭉개져버릴 뿐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 단상들을 바탕으로 좀 더 정리된 기록으로 갈음하게 되면 좋겠네.
더 줘, 연휴. 아직 봐야 할 게 산더미야. 그리고 사실 좀 더 많이 누워 있고 싶다.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밧두 선예매 스케줄을 놓쳤고 심지어 일반예매가 리터럴리 내일 모레다 (0) | 2023.11.01 |
---|---|
롱 탐 노 씨, (0) | 2023.10.27 |
급 드라이브 (0) | 2023.10.01 |
송도 산책 언제 질려 (0) | 2023.09.29 |
국현미 순례자 (0) | 202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