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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소중한 것과 눈앞에 닥친 것의 괴리

KNACKHEE 2023. 11. 3. 21:44

소중한 것과 눈앞에 닥친 것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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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가구와 공예품, 건축 등을 다루는 잡지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매달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업의 즐거움을 묻는 질문에는 이를 업으로 삼는 분들도, 취미로 즐기는 분들도 모두 이렇게 답했다.

"나무는 정직해요. 내가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또 나무를 만질 때면 잡생각이 사라지는데, 그것도 정말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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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작가님의 전시 <손길 모양>은 특별한 목적 없이 반복된 '그리기'와 '만들기'가 쌓여 이뤄진 결과라고 했다. 매일 작업실로 출근해 한 시간의 타이머를 맞춘 채로 해내는.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이 하루를 여는 루틴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꼭 작가님의 아침 일기를 읽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아침은 밤새 쌓인 내가 가장 적은 필터를 거쳐 드러날 수 있는 시간이니까.

몸을 움직이고 그 행위 자체에 몰입한다는 측면에서 이 전시는 잡지사에서 일하며 인터뷰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요즘은 몸을 쓰는 일이 비효율적이고 기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머리를 집약적으로 쓸수록 몸을 반복해 사용하는 행위에서 숨쉴 틈을 얻는 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필요했던 생각과 마음은 언제나 그 '틈'에서 생겨나고.

 

 

퇴근하고 픽업하러 갈 예정된 행복이 있어서 금요일이 더 즐거웠다. 도록 책장에 모셔둬야지! 아니 그런데 작가님께 사인 받을 생각을 못 했다. 기회 날리기 선수. 도록을 구매하며 작가님께 사실 이 시리즈 중 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까 글 쓰는 분이라고 하셨던 분이죠, 하고 기억해주셨다. 모두를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얼굴은 기억을 못 하지만 글 쓰시는 분이 소장했다는 건 기억한다고. 그래서 나는 작가님 그림 책상에 두고 맨날 보면서 덕분에 매일이 행복해졌다고, 작품 활동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횡설수설 고백했다. 작가님은 글 작업 파이팅,이라고 응원까지 해주셨지 뭐야. 그 파이팅 잘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어야지. 야금야금. 와작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