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부지런히 바지런히 본문















































존재들을 감싸는 따스한 빛과 커다란 자연이 오래 마음을 붙잡았다.
몇 년 전에는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우리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공유했다. 같은 풍경을 마주한 우리가 찍은 사진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진들을 가만 넘겨보다 깨달았다. 모두가 마주하는 똑같은 풍경을 다르게 만들려면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작가님의 커다란 풍경화 속에는 작은 인간과 개가 등장했다. 나는 이들이 그림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다. 그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개와 함께 빛을 잔뜩 받을 수 있는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이는 어떤 일상을 보내는 중인지,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 혹시 마음속에 있는 건 아닌지, 마음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림 안에서 궁금한 것이 잔뜩 생겼다. 한 프레임 안에 등장하는 나무들의 잎사귀가 만들어내는 물결이 모두 다른 모양새인 건 감동 포인트였고.
이 전시는 대학원 동기 분들과 함께 봤다. 취향도 배경도 전부 달라서 같은 전시를 봐도 호불호가 크게 나뉘고 상이한 감상을 나누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모두 아름다움에 감탄하기 바빴다. 작가님 덕분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감사해서, 작가님의 매일도 대체로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있길 바랐다.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시는 친밀한 듯 어려웠고 제목은 취향이었지 뭐.




























지난번 바톤에서 보고는 반해버린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전시가 또 열린대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입장 시간이 마침 도슨트 타임이어서 큐레이터님과 함께 작품을 둘러봤다. 운도 좋지. 덕분에 그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리너스 반 데 벨데는 방구석 여행가다. 그는 방에 앉아 빛을 그리기 위해 부지런히 야외로 나갔던 19-20세기 외광파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 여행을 한다. 그렇게 혼자 여행을 하며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욱 깊이 있는 생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작품마다 적혀 있는 문장들은 그 과정에서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그림 일기 같은 너낌.
전시 타이틀은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났던 20세기 외광파 작가인 마티스의 말이다.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리너스의 작업 세계관과 맞닿아 있는 말. 취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은 같은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차용해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동시에 상상력은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재능'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의는 방구석 여행을 통한 그의 창작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알게된 그의 면모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들. 이는 한계를 인지하지만 한계를 규정하지는 않는 방식 같다고 느껴졌고, '나만의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전시에서도 '살롱전처럼 작품을 배치했네'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작가의 의도였다. 보통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다소 엄숙한 관람을 종용하지만, 중세 유럽의 살롱전에서처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할 수 있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눈물의 표면장력.
무엇을 모른 체하려는 건지 생각해보게 됐던 기괴한 형상의 존재.
무책임과 혐오가 지나간 자리에 놓였을 포스트잇들.

수선 맡긴 바지가 다 됐다는 연락을 받고는 꽃을 샀다. 매번 잘해주시는 게 감사해서.






매일의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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