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넓고 대쪽 같은 아샴의 세계 본문
































































취미는 입덕 06|다니엘 아샴Daniel Arsham(b.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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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아샴의 세계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톤으로 구성되며, 장면을 강조하는 것은 명암이다. 이는 부분 색맹인 그가 색의 부재를 빛과 그림자에 대한 탐험으로 치환한 결과다. 작가는 대부분의 작업이나 프로젝트에 메시지 또는 의미를 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저 자신의 작품을 마주한 이들이 학습된 선형의 시간에서 벗어나 그들이 서 있는 시간적 위치를 상상해 보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다니엘 아샴의 세계를 이루는 주요 개념인 ‘가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eolog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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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마치 수천년 전 자취를 감췄다가 이제 막 발굴된 유물들처럼 부패한 듯 보인다. 역사적 조각상들의 몰드를 활용해 만든 작품들은 신체 곳곳이 부식되어 있고 떨어져나간 단면에서는 수정이 솟아나 있다. 마치 새 생명이 자라나는 것처럼. 이는 작가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한다. 그는 모든 것은 결국 침식되기에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지만, 동시에 수정과 같이 새로운 것이 자라나는 등 연약함 속에서도 활발한 결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만, 수정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정이 기대한 형태로 성장할지, 또 다른 침식이 일어나 결국 붕괴되고 말지는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경험하지 못할 그 시간 속에서 지금의 우리가 애지중지하거나 최신 문화로 신봉하는 것들이 미래 세대에게는 어떤 취급을 받을지 또한 확신할 수 없다. 이것은 그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 중 절반은 실패했음을 깨닫고 이를 수습하려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시작하는 데에서 창작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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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럭셔리 브랜드, 인기 대중 문화들의 끊임 없는 러브 콜을 받는 다니엘 아샴이 본격적으로 예술계(artworld)에 편입되는 데에는 페로탕 갤러리의 창립자인 엠마누엘 페로탕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페로탕은 아샴을 갤러리의 작가로 영입했고, 2005년 페로탕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둘은 지금도 함께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20년간의 협업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페로탕 뉴욕과 파리 지점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신뢰 관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티스트의 잠재력에 대한 페로탕의 이해였다. 페로탕은 아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나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 때문에 당신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작품 안에서 더 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을 대표하는 갤러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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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전시 감상
펼쳐 보일 자신의 세계가 이렇게나 넓고 대쪽 같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시 마지막 공간을 둘러싼 영상 설치 작업 속 선회하고 중첩되는 시간의 흐름은 어딘지 모르게 평온한 느낌을 줬다. 마침 관람객도 뜨문뜨문 있어서 그곳에 한참 앉아 있었다. 그 공간과 작업을 통째로 갖고 싶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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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Whitehot Magazine>, Clare Gemima, “The Best Art In The World”(2023.12)
•<The Talks>, Emma Robertson, “Daniel Arsham: “It can take years to get there””(2023.09)
•<OCULA>, Sam Gaskin, “5 Questions for Artist and Designer Daniel Arsham”(2023.08)
•<Wallpaper>, Harriet Lloyd-Smith, “At home with Daniel Arsham”(2022.10)
•<Ignant>, Steph Wade, “In Conversation with Daniel Arsham, The Prolific Artist Exploring The Mysteries Of Time”(2021.10)
•<Shinsegae magazine>, Ho Kyoungyun, “시공간과 다양한 문화를 믹싱하는 DJ”(2021.06)
•<Art&object>, Paul Laster, “Fictional Archeology: An Interview with Daniel Arsham”(2021.0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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