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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워크숍으로 떠났지만 그림을 본 자유 시간의 기록만 남아 있는 도쿄 여행_01_대만에서 돌아온 바로 그 다음날은 일본으로 워크숍을 갔다. 비행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되어서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본에 도착했고, 위워크 도쿄타워 지점의 빌려둔 회의실에서 얼기설기 워크숍 비슷한 흉내를 내고는 헤매다 찾아간 꼬치집에서 인원수를 말하니 ",... 이빠이데쓰"라는 말과 함께 퇴짜를 맞았던 날. 하는 수 없이 그 옆의 넓지만 사람이 없고, 꼬치집이지만 현지인이 하지 않는 애매한 곳에서 애매한 맛의 음식들을 먹었다. 워크숍을 간다면 좀 더 준비라는 게 필요하겠구나, 싶었지. 이날의 기록은 전혀 없고, 이 정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_ 20231012

두 시간이면 통근 편도랑 비슷하잖아, 하고 가뿐하게 떠난 대만 여행_04-05_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 날의 첫 번째 일정은 약국에서 다래끼 약을 사는 것이었다. 몇 년 전의 동유럽 여행에서 다래끼가 난 이후로 종종 다래끼가 나서 째보기도 하고 먹는 약이나 눈에 넣는 물약을 써보기도 했는데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했는데 증세가 금세 호전돼서 감탄했다. 할머니 약사님 채고시다. 약국을 나와서는 카페에 앉아 시집을 읽다가 앱으로 '[여행은 명상] 낯선 곳에서 커피 한잔' 테마의 짧은 명상을 했다. 여행은 일상에서 물리적, 마음적 거리를 두고 왜 그렇게 별일 아닌 것에 종종거렸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의 커피가 생각보다 맛이 있든 없..

두 시간이면 통근 편도랑 비슷하잖아, 하고 가뿐하게 떠난 대만 여행_03_ 대체로 대만의 수도에서 시간을 보냈으니까 이 국가가 보여주고 싶은 최상의 모습만 보다 돌아가는 거겠지. 그런 면에서는 어제 타이중에서 같은 테마의 전시를 본 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이라는 영역에 국한된 것이지만 어느 일부라도 요즘의 세대가 생각하는 이 나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쓱 볼 수 있었던 거니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는 도착한 첫날 편의점에서 비닐 장우산을 산 것이었다. 고양이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고양이들이 모두 정말 컸다. 허우통은 어쩌다 고양이들이 모여들어 고양이 마을이 된 걸까. 카페에 있던 고양이의 선명한 입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마스코트 고양이가 캐릭터로 그려진 코스터 뒷면에 방명록..

두 시간이면 통근 편도랑 비슷하잖아, 하고 가뿐하게 떠난 대만 여행_02_ 타이중에 가기 위해 플랫폼에 서서 어디가 우리 칸의 줄인지 웅성웅성했더니 앞의 여성분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돌아서서 알려주고, 우리가 이동하고 나서는 제대로 서 있는지 확인하러 와주기까지 했다. 어쩜 이렇게 친절하지. 주일라서, 이동하는 중에는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시편 131장 1절-3절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를 들었다. 내게 필요했던 말씀이라 기록해둬야지._ 추석은 내 삶이 사랑의 빚임을 알아차리는 일종의 초대의 시간이다. 내 삶이 사랑의 빚이 아니라 요구할 것만 많다고 생각할 때 성정이 거칠어지고 다른 사람들과 담을 쌓게 된다. 요구할 것은 많고 세상이 내게 대우해주는 게 마땅치 않다고 느낄 때 우리는 화를 ..

두 시간이면 통근 편도랑 비슷하잖아, 하고 가뿐하게 떠난 대만 여행_01_ 대만의 첫인상은 거대한 식물원 온실이었다.(feat. 알 수 없는 규칙으로 작동하는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그리고 그곳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미술관에 가려고 버스 안의 승객에게 길을 물으니 남은 정류장 수를 알려주고 본인이 먼저 내리게 되자 기사님에게 우리를 부탁하셨다. 기사님은 잊지 않고 우리에게 내릴 정류장을 알려 주셨고. 대만 여행 초장부터 감동 너무 심했지 뭐야. 지난여름, 에드워드 양 감독님 회고전 소식을 접하고는 드디어 몇 년간 리스트에만 담아뒀던 영화들을 볼 때가 왔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밀림의 왕인 내게 그건 야무진 꿈이었고 결국 어떤 영화도 보지 못한 채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Y언니랑 선라이즈팤 장미원을 산책했다. 내내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는 언니를 보며 꽃은 사람들이 자꾸 예쁘다고 해줘서 더 예뻐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표현이 풍부하고 생각도 많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도 익숙하다. 덕분에 언니랑 시간을 보내면 같은 장면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이 배가 될 때가 많다. 분명한 재능이자 장점. 나는 더위에 잼병이지만, 초여름 정도까지는 그래도 그 계절만의 초록을 즐겨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딱 여기까지만.

간송미술관이 재개관을 한대서 열심히 교육 프로그램까지 티켓팅을 했다. 서화가들의 합작 병풍은 꼭 오늘날의 축전 너낌이라 재미있었다. 서화 스타일로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풍경이라는 강진희의 (1888)도 인상적이었지. 노수현의 (1930)도 좋았고 김영의 는 메모장에 '19세기 졸귀'라고 적어놨는데 뭐가 졸귀인지 적어놓지 않은 데다, 사진 촬영도 불가였고 검색으로도 잘 안 나오는 작품이라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피마준이라는 기법으로 종이에 질감을 낸 작품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전시의 영문 제목은 이었다. 영문 제목을 보고 국문으로 된 을 다시 보니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이런 종류의 전시를 타국의 뮤지엄이 아니라 갤러리와 함께 개최하고 판매까지 한다는 게 놀람 포인트였다. 업무 시간에 전시 보는 거 너무 좋고요.

바깥백 투움바 파스타 먹고 싶어서 혼자 가서 먹고 왔다. 예전에는 비싸다고 느껴지던 곳이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이렇게 받아서 통신사 할인 받고 런치 할인 받고 하니까 오히려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마치라잌 인서타 갬성 카페들에서 높여 놓은 커피값 때문에 한때 사치인의 표본으로 여겨졌던 스벅 커피가 오히려 보통의 가격이 된 것처럼. 다음엔 스테이크 먹으러 가야지. 선업튀 덕분에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재개봉을 했다. 정다미 님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전소니 님에 반하고 나와버린,... 그런데 영화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주 어두운 내용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엘베를 탔는데 소녀들이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길래 다시 영화관으로 가서 포스터를 한 장 챙겼다. 있는 건 받아야지. 기본 포스터 뒤에 영화에 길지 않게 ..

점심 산책,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강약중간약 없이 강강강강강강강강,의 날(=I인데 사적, 공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외부 일정이 있었음)을 보냈고 내일은 병원 일정은 있지만 시와 도를 넘나들지는 않아도 되는 날이라 벌써 숨통이 트인다. 어류가 아닌 포유류인 고래는 바다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꿈과 숨,이라서. 꿈을 꾸며 숨을 참고 꿈을 향해 가며 숨을 내쉬는 일을 생각했다. 어부가 되고 싶지 않고, 꿈을 바다로 빠뜨리고 싶지 않다는 가사도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