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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모종의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없게 된 팀이었는데 그냥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서 커피챗을 요청했고, 흔쾌히 그러자, 해줘서 고마웠다. 그들은 내가 제안 메일에 우리가 누구인지 소개한 게 인상적이었고 금액을 밝히고 시작한 것도, 또 진행 과정을 빠르게 먼저 공유해준 것도 좋았다고 말해줬다. 잘 기억해 둬야지. 앞으로도 잊지 않게. 그리고 확실히 길바닥에서 전화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눈 팀 중 길바닥에서 통화했던 곳이 있는데, 내가 너무 말과 호흡이 빨라지고 두서가 없어져서 인상이 좋지 않게 남은 느낌이다. 이건 이번 프로젝트뿐 아니라 올초의 어떤 기업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깨달은 바다. 그러지 말 것.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길바닥에서는 전화로 업무 얘기 하..

L브랜드 재단에서 유의미한 타이틀을 얻어 낸 신진 작가님과의 미팅. 고국의 정서에서는 희망을, 고국의 정세에서는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던 시절. 윤형근 화백은 파리에서 자신이 천착해 온 '천지문天地門' 회화가 그 독자성을 지키면서 유럽 미술계라는 새로운 맥락에서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한지를 활용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 시도는 증명으로 이어졌고 20여 년이 지나 다시 파리를 찾은 작가는 더욱 확고해진 자신의 세계를 커다란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다. 세밀하고 치열한 증명을 통해 대담하고 밀도 높게 펼쳐내 보이는 자신.인터뷰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살아 남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그림은 죽느냐 사느냐의 차원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며, 가장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가장 고생스럽게..

취미는 입덕 04|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b. 1964)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전반에는 삶과 죽음, 시간과 자연이 주제로 흐른다. 1980년대 후반, 그의 애인이었던 Manfred Weisner가 에이즈로 생을 마감하면서부터 시간과 삶의 덧없음,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무한함, 현재와 영원,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스위스 태생인 그는 현재 뉴욕과 노스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회화, 조각, 사진, 영화, 설치 미술, 랜드 아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그의 이전 작업에서 출발한다. 작은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큰 작업을 하고, 무채색의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색이 가득한 작업을 하는 식이다..

세상에. 너무 귀엽다, 얘.애초에 귀여워서 입덕한 거지만 실제로 보니 모니터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귀여워 입을 틀어막았다. 나 얘 말투 너무 좋아. 됴아,로 발음되는 좋아,도, '좋아.', '좋지?', '좋을 거야.', '좋았어요?', '좋았지?' 등으로 변주되는 좋아,도 좋았다. 찬찬한 말의 속도도.지금껏 봤던 무대 중에 영상과 조명이 그 자체로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비장미의 절정. 노래랑도 찰떡이었고. 특히 월에 있던 세션 스테이지를 막아두고 색의 스펙트럼으로 연출했던 초반의 무대들에서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연상됐다. 세션 스테이지가 오픈되고 창균이 악기들 틈에 앉아 꾸린 무대의 영상은 그냥 작품이었고.두 번째 의상을 입고 진행했던 무대 중간에는 달고 묵직한 향이 공연장 전체에 퍼졌다. 창균은..

마지막 성경공부 모임을 마치고 조금 아쉬워서 슬렁슬렁 센팤을 산책했다. 좋네. 송도 살야아지, 꼭.

'왜 이 전시를 국현미에서?' 이 전시를 마주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가장 큰 물음표였다. 어름하게나마 그 답을 찾기 위해 국현미 웹 사이트의 '미술관 소개' 페이지를 클릭했지만 그나마 얻을 수 있었던 건 여러 분관 중 왜 서울관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정도의 단서였다. 서울관이 복합 문화 시설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구현' 하고자 한다는 것.'왜 국현미'인지에 대한 답은 전시 리플릿 세 번째 페이지 두 번째 문단 첫 번째 문장 정도로 갈음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정영선에게 조경은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생동하는 모든 것을 재료 삼는 종합과학예술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궁금증에 대한 당장의 해갈은 되었다. 생각을 이어가기 시작하면 '무엇이 예술..

양말 가게에서도 전시를 하고 액세서리 가게에서도 전시를 하고 옷 가게에서도 자신들의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데 우리는 왜때무네 이렇게까지 전시에 박한가. 과연 자본의 문제이기만 할까.

날이 좋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줄 손발 정도로만 직원들을 활용하는 대표를 만났다.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좀. 그래서 그 회사에 기획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매장 직원이라고 했다. 고집스럽게 자기 브랜드의 색을 지키는 모습조차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좋아하던 브랜드를 하나 잃었네. 가까이에서 보고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행운은 흔치 않은 것 같다._ 영어 듣기를 할 때 세 번의 기회가 있다. 이때 첫 번째에서 얼핏 어떤 맥락을 상정해 버리면 그 다음 기회 때 아무리 놓친 것을 들으려고 애써도 들을 수 없게 된다.

뒤끝 없는 전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도 좋고, 이렇게 전시 공간 안에서 깊은 즐거움에 빠졌다가 행복만 안고 전시장을 빠져 나오게 되는 전시도 좋다. 안녕, 멜로! 우리 어디서든 또 만나!뭐든 복습은 잘 못 하는 편이라(고 쓰려다 보니 몇 번씩 다시 본 영상 콘텐츠들이 생각나지만,...) 전시를 N차 관람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스티븐 해링턴의 개인전은 그 예외 중 하나.일 년에 한 번, 여름이 되면 귀여운 능력자 S와 만나 근황 토크를 한다. 이번엔 만나서 뭘 먹고 뭘 볼까 하다가 용산에 가면 기깔나는 전시가 있다,는 말로 S를 불러냈다.내가 추천한 콘텐츠를 함께하는 건 리스크가 큰 일이라 함께하는 내내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쓰윽 만족도를 묻게 된다. S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즐겁게만 볼..

주로 서유럽의 작품들을 따라 익혔던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북유럽의 것으로 볼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 그런데 이제 백여 명의 도슨트 청중을 곁들인,... 그래도 도슨트를 들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처음 대량으로 마주하는 북유럽 작품들 사이에서 길을 덜 헤맬 수 있었다.서유럽의 인상주의에서는 피부에 닿던 햇살의 촉감이 느껴졌는데, 북유럽의 인상주의에서는 태양의 열기가 느껴졌다. 뭐랄까. 지역 특성상 좀 더 귀한 해가 나는 찰나를 아주 강렬하게 붙잡아 광활한 눈밭에 둘러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 열기를 오래 머금고 있을 수 있도록.도슨트님은 물감이 두껍게 발려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도 자극하기에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질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손끝의..

요즘 내 문장에 찰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도가 너무 낮네. 이후에는 소설을 좀 읽어야겠다. ktx에서 옆 사람이 청량마요 먹태깡 먹는 냄새가 너무 역해서 순간 멀미할 뻔했다. 배 말고는 멀미 안 하는 새럼인데! 환기 안 되는 공간에서 냄새 심한 거 못 먹게 했으면 좋겠다.무언가를 좋아하는 게 너무 피로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좋아하는 걸 더 오래 좋아하려면 이런 적폐들은 계속 까발려지고 바로 잡혀야지 그게 맞지 싶고. 피곤하네. 하2브 얘기 하는 거 맞다.ktx를 타고 있다가 생각했다. 나는 대체로 만나러 가는 사람이네, 하고. 지방에서 지내는 이들과 만날 땐 대부분 내가 움직인다. 서울에서 친구를 만날 때도 그렇지. 매일 일을 하기 위해서도 짧지 않은 거리를 움직인다. 매거진, 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