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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새에 새카만 뿌리가 엄청 나왔고 디자이너님은 보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놀라셨다. 보통 한 달에 1~1.5cm가 자라는데 나는 한 달에 2cm가 넘게 자라는 것 같다며. 가을에 여행을 갈 거라 여름 말미에 염색을 하겠다고 했더니, 2년 전에 처음 봤을 때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 것도 불편해 하더니 이젠 계획도 세울 줄 안다며 기특해 하셨다. 오늘은 2~3cm 정도를 자르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한 정도와 실제의 정도가 달랐다. 머리카락이 생각보다 많이 잘려 나가서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았다. 빨리 자랄 수 있게 평소보다 분발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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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잘 들어가지 않던 카페에 들어갔다가 잡지를 함께 만들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봤고 어느 정도 만들고 싶은 것의 방향이 비슷한 것 같아 끼워주세요! 했다. 학생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포함한 넷 모두 이십대 후반이었다. 이 만남도, 잡지를 만드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 우리는 아주 어색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의견을 짜내려니 압박면접을 보는 것 같아 우리는 다음 모임에 좀 더 구체적인 의견과 자료 조사를 지참하기로 하고 오늘은 친해져요! 하고 치맥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 볼 땐 모두 말을 놓자,고 결의했다. 다들 오들의 만남이 힘들었던 것 같아, 다음에 다들 또 볼 수 있겠지? 하고 반신 반의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또 봐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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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참고 있었는데 으으으으으, 더는 안 되겠어! 난 글렀어! 땡이야! 하고 해질녘에 집을 뛰쳐나가 미래의 나에게 또 하나의 짐을 지웠다. 나는 평생 근근이 살아가겠지. 뚠뚠. 이렇게 맞이한 네 번째 스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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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이직을 하느라 빈 달들을 빼고 41개월을 일했는데 3년차를 뽑는 자리에서 커리어가 부족해 곤란하단 소릴 들었다. 이제는 별로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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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미만의, 혹은 이 년 미만의 경력은 경력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내가 그곳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 알 필요도, 의지도 없겠지. 일주일 분량의 하루를 보냈는데. 그걸 더는 견딜 수 없어 사측에서 최소로 치는 기간을 채우지 못한 건데.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업계는 그런 거 좀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그리고 내가 매번 다른 분야의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같은 분야의 일을 했는데 쌓이는 해들을 왜 다 무시해버리는 건지 나는 이해가 조금 어렵고 속상하다. 그래 누군가는 그 기간을 채웠겠지, 착실히. 나는 그러지 못했고. 아이고 그래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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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나는, 졸업하고 지금까지 53개월이 지났는데 그중에 41개월(처음에 들어갔다 한달 반 만에 나온 곳이 있으니 정확히는 42.5개월)을 일했으면, 이번의 퇴직을 빼고 대략 9개월을 논 건데, 왜 이렇게 제대로 논 기억이 없는지 모르겠다. 불안과 돈을 핑계로 그 시간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배아파라. 이러니 저러니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그냥 맘 편히 놀기라도 할 걸. 그래서 지금은 정말 제대로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있다. 그리고 빚을 내서라도 체코에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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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벽과 맞닿은 부분에 이불을 구겨 등을 기대고 다리를 늘어뜨렸다. 귀여운 슈키 쿠션을 다리 위에 올리고 어제 도착한 책을 보다가 깜빡, 졸았지. 슬- 눈을 뜨니까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외엔 사위四圍가 고요했다. 그 찰나, 아주아주 오랜만에.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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