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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이 주차 마무리

KNACKHEE 2019. 4. 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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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년이 조금 못 되게. 여기저기를 옮겨다녔다. 어디든 야근이 잦았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몰라도 새로운 곳은 정시에 퇴근을 한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했는데 이런 생활이 이 주 정도 지속되자 불안해졌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싶어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러던 차에, 한 디자인 회사에서 사 년 전에 있었던 일을 고발하는 익명의 글을 봤다. 아. 아, 싶었다. 이대로 괜찮아야지. 모두가 그래야지. 단순히 업무 시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는 선배가 했다던 말이 자꾸만 입안에서 맴돌았다.


우리 이렇게 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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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랑 컨버스 하이를 샀다. 작년에 매장에서 신어보고는 예쁘긴 한데 컨버스를 이 가격 주고,... 하는 생각에 계속 고민 리스트에 넣어뒀다. 그러다 얼마 전에 텍스트 뮤비에서 단체로 신고 나오는 노랑 컨버스 하이에 뽐뿌가 제대로 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발 매장들에 들러 사이즈를 찾았는데 품절의 연속이었다. 계속 이걸 신경 쓰고 있느니 사는 게 에너지 낭비를 덜 하는 길이지 싶어서 결국 온라인으로 주문해버렸다. 아이, 속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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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링을 만나 버거를 먹고 보통 퐁대로 지칭되는 반대편의 길로 걷다가 환호하며 당고 카페에 들어갔다. 서교동으로 통칭되는 지역인 것 같은데 금요일 밤인데도 아주 한산하고 조용했다. 집을 나오고 싶단 열망으로 가득한 우리는 이 지역을 무척 탐냈고 지나는 길에 부동산을 눈여겨봤지만 어째서인지 종이 벽보가 유리창에 붙어 있지 않았다. 박하네, 박해.

수링은 오히려 어렸을 땐 어른스럽단 말을 자주 듣고 그 말에 일부 수긍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어른의 나이가 된 지금은 전혀 자신이 어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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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행은 정말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전전 회사 대표님은 자꾸 큰 건수를 잡게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대행이 싼 똥을 가져와 나에게 나눠주신다. 이 주 내내 그거 같이 치우고 있는데 정말 하기 싫다. 애초에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해놓고도 결국 또 이렇게 꾸역꾸역 받아서 하고 있는 나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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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볼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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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게 되면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대하며 갈고 닦게 되는 재능, 이란 건 사랑의 대상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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