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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있나요?

KNACKHEE 2020. 9. 23. 22:45

 

 

어제는 성급하게 니트를 꺼내 입었고 하루 종일 아침의 나의 멱살을 잡고 니트 집어 넣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분명 이제 사무용 자아 종료하고 내일 알람 없이 자야 할 것 같은 체력인데, 어째서 화요일밖에 되지 않은 것인이 이해할 수 없는 날이기도 했다.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르다가는 지난 봄부터 자꾸 눈에 밟히던 유난히 밝은 별이 무엇인지 궁금해 어플을 깔았다. 화성이었다니!

 

 

 

왜인지 오늘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이 새삼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사진을 많이 찍었지. 언덕을 오르면서는 뜬금없이 '인생에서 딱 하나의 기억만 남길 수 있다면?'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더 뜻밖이었던 것은 여기에 답을 하는 게 너무 쉬웠다는 거다. 2012년 6월 말의 장면. CCC 여름 수련회였고, 콰이어를 섰던 해였다. 콰이어 자리에 서면 집회장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하루는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마음, 가치관을 가지고 모여 있다는 자체로 뭉클해졌다. 생각난 김에 그날의 일기를 찾아보다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했다. 일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나를 창조해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다.' 와.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창조에 대한 감사를 떠올려본 게 너무 까마득해서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마음. 심지어 이날의 일기에는 올해의 화두 중 하나인 '자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자유함 안에서 찬양했다'라니. 대체 그게 뭔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진짜 잊을 수 없는 날이었네. 그 장면과 그날의 기록들을 곱씹다가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추구할 명확한 가치와 그걸 향해 함께 가는 동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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