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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CITY,

KNACKHEE 2020. 10. 7. 21:28

 

PHOTO BY. 쓔

 

남준이네 도시로 감리를 갔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쓔를 만났다. 원래는 짧게 보고 잡아놨던 운동을 갈 생각이었지만 치킨집에 앉는 동시에 직감했다. 불가능. 이미 취소하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는데 늘 정원이 차는 수업이라는 게 걸렸다. 학원에 전화해서 그냥 나는 횟수 차감을 하고 대신 다른 사람이 예약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울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걸 좀 기특하게 봐주셨는지 이번에는 횟수 차감 없이 취소를 해주시겠다고 했다. 운이 좋네. 쓔를 만나면 하는 일은 딱 하나다. 광대가 아플 때까지 웃는 거. 쓔는 사회인 레벨이 자꾸만 상승하는 중이었다. 여전히 많이 참긴 하지만 해야만 살 것 같은 말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멋지네. 잔뜩 먹고는 굳이굳이 버스를 타고 호수공원에 갔다.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더 넓고 잔잔해서. 겉으로도 속으로도 계속 감탄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말아 놓은 표지 감리 대지를 들고 총을 쏘는 시늉을 해보였는데 쓔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줬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네가 좋다니 됐지 뭐. 공원에는 개가 많았고 그중 한 마리가 쓔랑 빤히 눈을 맞추다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니 맹렬히 달려와서는 아예 발등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쓔는 개를 쓰다듬으며 네가 남자였으면 좋겠다, 아하하하하- 했다. 즐거웠지만 집에 가는 길은 무척 고됐지. 지하철역이 지척이었지만 나는 조금 지쳐서 버스를 타고 싶었다. 하지만 한참을 걸어 정류장에 갔더니 버스는 30분 후에나 온다고 했다. 아. 기다릴 수는 없어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서 지하철을 탔다. 그렇게 걷고 지하철만 2시간을 타고 내리니 버스를 기다려서 탈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아, 모르겠다! 하고는 평소 불호의 영역에 두는 택시를 잡아 탔다. 즐겁고 고됐네. 길고 긴 지하철 여정에서는 쓔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내가 너무 현실을 모르고 꿈을 꾼 건가." 그렇지만 현실을 몰랐으니까 꿈을 꿀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집에 도착하니 펀딩한 <wawa109>가 와 있었다. 상자 여는 데 울 뻔. 내 생에 최초로 정기구독을 했던 잡지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그걸 보고 자란 아이는 그 언저리의 일을 하는 새럼이 됐답니다. 휴. 진짜 추억이네.

 

 

 

그리고 새 이불. 칭구들, 새 침구가 마음에 드시나요?

_

 

박막례 님이 하신 말을 볼 때면 종종 외할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나곤 한다.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안 돼서 속앓이를 하던 때였다. 퇴근 후 외할머니 댁에 들렀다 오신 엄마가 외할머니께서 내게 꼭 전해주라셨다면 이렇게 말했다. "4년 동안 고생하면서 학교 다녔고, 취직은 언젠가는 하게 되어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인생에 다시 없을 지금을 즐기고 푹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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