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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20201009-11_호캉콘

KNACKHEE 2020. 10. 11. 12:23

 

 

대체로 정보에 늦는 편이라 전시를 얼리버드로 예매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바스키아 전은 대학원 동기 분이 소식을 공유해주셔서 한 달 전에 예매를 해놨다. 이렇게 글자가 많은 작품조차 작품 밖의 해설이 필요하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전시에서는 뜻밖에 앤디 워홀의 일기 타래가 핵꿀잼이었다. 이 아저씨 진짜 천부적인 비즈니스맨이네. 바스키아보다 더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지만, 그 안에 자기의 사상과 가치를 얼마나 집요하게 집어넣느냐가 그림의 무게를 달라지게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말년에 약을 하고 그린 것들까지 초반의 가치관으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건 이미 환영과 무의식의 표현에 불과하지 않나. 결이 좀 다를 수 있지만 대학 때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에 대해 발표했던 게 생각났다. 작품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나는 여전히 기존의 대표적인 그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그 작품을 해석하려 했고 당연히 대차게 까였지. 낄낄. 호캉콘을 위해 잡아놓은 숙소는 무척 만족스러웠고 큰 화면으로 애들 영상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게다가 난생 처음 치즈볼을 맛보았고, 미쳤다 진짜.

 

 

 

어제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입욕제를 사서 덕메와 노나 가졌다. 욕조가 없는 생활을 한 지 아주 오래되었고 이번 호캉콘을 앞두고 계획한 건 입욕제 하나였다.(덕질은 언제나 덕메에게 업혀가는, ... 고, 고맙읍니다요, ... 덕메가 TV 연결까지 착착 해냈다) 늦은 오전에 일어나서는 다음 주 모임까지 읽어야 하는 벤야민 아저씨 책을 끝내고 욕실로 들어갔다. 입욕제가 물에 풀어지는 순간부터 행복,을 떠올렸다. 벤야민 아저씨 책을 읽으면서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음에 다시 봐야지,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러다 생각했다. 이해를 미루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다시 보려는 의지를 발휘하는 것보다 시간이 없고, 새로운 게 너무 많다,는 핑계를 대는 게 더 쉬우니까.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는 다신 나가지 않을 생각으로 아이스크림이며 지미니 생일 케이크를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다. 먹으면서 애들 영상을 보고 있으니 또 시간 순삭. 봤던 영상 중에 아렘이 라이브에서 자기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의 몸을 만들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는 얘기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너무 성급하게 성과만 바라고 일희일비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아, 콘서트는 결국 데이터로 봤는데 와이파이가 너무 끊겨서 프론트에 문의했더니 올라오신 기사님께서(그분의 업무상 이름은 폴Paul이었다. 뭔가 인상적이었음) 난처해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저희가 안 그래도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업체에도 확인을 해봤는데 선에는 문제가 없고요, 그런데 오늘 BTS 콘서트가 있어서 접속량이 많아지다 보니까, ... 다들 그래서 개인 데이터 사용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이해 좀 해주세요."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데이터 사용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다른 아미들과 함께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뜨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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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쉐도우-블랙 스완-VCR로 이어지는 무대는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민윤기 목에 핏대 세우면서 쉐도우 하는 거 진짜 너무 미쳤고. 현악기가 이렇게 마음에 닿는 소리인 줄은 블랙 스완 무대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아니 그런데 이 여운 느낄 새도 없이 욱, 등판 ㅋㅋㅋㅋㅋㅋ 랩라 무대 너무 탄산이고. 핵좋아, 진짜. 무대 영상이나 효과는 감탄밖에 안 나와서 이건 진짜 기업 설명회를 위한 장치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엄청나다 싶었는데 마지막 애들 멘트를 듣다가는 아, 이건 다 누굴 위한 건가 싶어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렇게라도 이어가는 공연은 누구를 위한 걸까.

사실 전못진 때까지만 해도 보컬이 불안한 게 있었는데 00:00에서는 완전히 안정적이었고 특히 지민이 음색이 유지되면서 목소리에 힘이 생긴 게 신기했다. 그리고 다들 옷 너무 좋았고요, ... 춤 때문인지 이 무대는 꼭 90년대 댄스 발라드 무대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취저. VCR을 보면서는 태태 무대가 어린왕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왕자는 석진이의 것이었고 카메라 앵글을 위에서 잡을 때 댄서분들이 사부작사부작 밑에서 대형을 갖추러 나오는 게 너무 귀여웠다. 석지니 율동 하는 것도 너무 ㅠㅠㅠ 진짜 공연장이었으면 미뉸기 시소 때만큼 함성 장난 아니었을 거라고 ㅠㅠㅠ 진짜 한이다. 여우 칭구들도 너무 귀여웠다고오ㅠㅠㅠㅠㅠ 특히 여우 친구들이랑 스테이지 이동할 때 귀여워서 쓰러질 뻔. 그런데 태태 무대는 좀 당황스러웠다. 오, ... 어린이라니. 그리고 싱크 안 맞을 수밖에 없는 모니터 아미들 떼창은 다음엔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고, ... 그렇지만 네가 좋았다면 됐어, 태태야.

콘서트 하는 중에 현장만큼은 아니어도 일상에서 쌓인 독이 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애매하게 좋네. 공연이 끝나고 말간 얼굴로 저는 50% 정도 만족했어요. 프로모션을 하는 것 같았어요, 하던 석진이의 얼굴이 자꾸 눈앞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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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콘서트는 덕메와 헤어져 혼자 집에서 콘서트를 봤는데(아, 물론 덕메와 함께 본 토요일 것도 결제는 각자 했다. 당연한 것) 진짜 핵노잼. 애들 옷은 오늘이 더 예뻤고 석찌 개인 무대에서 볼터치 연하게 한 거 너무 귀여웠다. 지구 안을 때는 진짜 너무 귀여워서 지구 부술 뻔. 멘트들도 어제보다 정돈돼 있어서 아, 오늘 게 녹화판으로 나오겠구나 싶었다. 주경기장에서 했으면 어두운 무대들이 좀 더 뒤로 갔을 텐데 실내라서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밟은 축제 분위기인 것도 새로웠다. 아니 그런데 앵콜곡으로 봄날을 하면 어쩌자는 거죠? ㅠㅠ 너무 반칙이라고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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