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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30분을 내리 달리는 데에 꼬박 네 계절이 걸렸다 본문
내 운동의 목적은 언제나 현상유지다. 그런데 올해는 바지를 입다 위험을 감지했다. 이제 더는 유산소를 미룰 수 없는 것인가, 싶어 러닝화를 사고 런데이 앱을 깔았다. 지난봄의 일이었다. 절박해지니 뛸 만한 곳이 없어 러닝을 하기가 어렵다던 그동안의 핑계는 문자 그대로 핑계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인도를 따라 동네를 달렸다. 중간에 이사를 한 후에는 집 옆에 작은 공원이 생겼지만 한 바퀴를 도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을 뛰려니 무료해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여름엔 잦은 비를 핑계로 러닝화를 방치했다. 이러다간 뭣도 안 되겠는데, 싶어 가을에는 주민센터의 헬스장에 등록했다.
평일 5일 중 이틀은 필라테스를 가고 하루는 온라인 스터디를 하거나 상담을 받고 또 하루는 다정한 얼굴들을 만나고 나면 러닝머신 위에 오를 수 있는 날은 하루가 남았다. 주말은 없는 날이다. 토요일에는 평일에 못한 현장학습을 해야 하고 주일에는 누워 있어야 돌아오는 지하철의 날들을 맞이할 에너지가 생기니까. 그래서 8주짜리 런데이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을 완주하는 데에 꼬박 네 계절이 걸렸다. 자신이 없는 날은 단계를 역으로 밟아 돌아오느라 24개의 단계를 35개로 늘려서 뛰었다. 올해 안에 마지막 코스 클리어를 목표로 했고, 오늘 완. 던.
요즘에는 완주와 성의와 마감과 타이밍 사이의 균형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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