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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회화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자주 보이고 미디어 아트존이 있었던 건 확실히 좀 신선했지. 해외 갤러리 참여 비중이 높다고 했는데 사실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건 무엇을 시사하는 거지? 이런 신생 페어에도 기꺼이 작품을 들고 나와 줄 만큼 서울이 중요한 곳이가? 기획자인 컬렉터님의 네트워크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텔 아비브 갤러리스트님은 무척 친절했고 작품은 흥미로웠다. 영어로 해준 설명은 절반 정도만 알아들었는데 그냥 계속 알아들은 척하면서 알아들은 부분에서만 짧은 영어로 호응했다. 디스위캔드룸에서 6월인가 전시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가봐야지. 아 캔버스에서 그리고 잘라낸 작품들은 어떻게 액자화할 수 있는지도 사진으로 보여주셨다.바톤에 반가운 작가님들 많아서 너무 좋았고요,... ..
센세와 만나서 네 시간 동안 얘기만 주구장창했다. 나눌 이야기는 끝이 없고. 이곳도 한때 엄청 반짝였던 곳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에 추억이 쌓여 아늑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쇠퇴하고 낡아버린다는 게 슬펐다.
욕심이 너무 많아서 너무 괴롭다. 번뇌가 풍년이네. 뭐가 됐든, 내 것을 해야겠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상반기 안에는 방향을 정하고 하반기엔 시작을 하자. 무엇을 나의 성공으로 삼을 것인가.
2층에 세워진 바람 표지판 사이를 거닐면서 생각했다. 바람을 표지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 삶은 무척 자유로울 것 같다고.한지 캔버스 위에서 반짝이는 모래는 잔뜩 아름다웠다. 고운 모래는 대개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이미지로 연상되는데, 곱게 갈려 종이 위에 단단히 밀착된 상태의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애써 움켜쥐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관계가 어쩌면 이런 느낌이지 아닐까 생각했다.또 작은 모래들이 커다란 캔버스 위에서 이렇게나 웅장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도 감탄했다. 어떤 바람은 파도 같았고 어떤 바람은 폭풍우 같았고 또 어떤 바람은 폭포 같았다. 일어나고 휘몰아치고 떨어지는 것들. 밀어 올리고 집어 삼키고 낙하하는 것들.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해..
M님이 여느 때와 같이 번역을 위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을 물어왔다. 평상시와 같이 딱딱한 어투의 슬랙으로. 독자를 위해 질문에 추가 맥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건 인터뷰이가 답으로 전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전했더니 본인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단 답이 돌아와서 고개를 돌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붙지 않는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이 도출된 맥락에 대해서도 독자에게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첫째로 문장을 그런 식으로 분석한 게 싫었다. 그리고 인터뷰 전체가 하나의 맥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모든 문장을 현실에 기반해서만 써. 문학적인 표현을 설명하라고 한 것부터 싫었다. 다시 한 번 그 언젠가 ..
이거지예. 힙합팀이 얼굴로 말아주는 무대 너무 최고다. 전원우 얼굴 진짜. 아예 세븐틴이 무대에서 빠지고 댄서분들이 리드해서 팬들이 떼창하고 율동 따라하는 메들리 타임 만든 게 너무 웃겼다. 하지만 그래도 앵앵앵콜 아나스는 40분 해줘야 함. 절거웠네.10년 전의 나에게 해줄 말에 하나 추가해야겠다. "내년에 세븐틴이란 애들이 데뷔해. 일단 입덕해라. 아, 그리고 내년에 방탄 입덕할 텐데, 어차피 할 거 일 년 먼저 해둬. 뭐 그런데 옆에 앉은 사람 제대로 안 씻어서 나는 퀴퀴한 냄새에 입 열 때마다 나는 침 냄새에 부클 코트 가득 품고 있던 정체 모를 흰 가루들 같은 것들 때문에 내내 너무 불편하고 불쾌했다. 피곤. 그리고 여기는 교통편도 그렇고 시야나 무대나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닌 듯. 같은 광역시..
송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근 플리에 추가한 노래들을 플레이해두고 있다가 승관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안심이 됐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안심이다,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궁금했던 문자 박물관에 갔다. 문자 박물관은 처음 생긴다고 들었을 때부터 김애란 작가님 소설을 떠올렸었다. 생존한 소수민족이 그 자체로 소수 언어가 되어 박물관에 전시되는. 종이를 모티브로 한 건물이 흥미로웠다. 내부가 정말 넓었고 자잘하게 체험할 게 많은 전시 구성도 흥미로웠다. 언어도 미술도 내 영역인데. 여기서 일하고 싶네. 또 송도니까 출퇴근부터 삶의 질이 수직상승할 것 같다. 설명판에 점자도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목판화에서 동판화로 넘어갈 때 확 느껴지던 부드러움이 신기했고 작품마다 대놓고 숨은 뒤러 사인 찾기를..
막간의 페이스 깜빡이는 조명들 틈에서 진행된 티노 세갈의 라이브 퍼포먼스 작품을 보면서는 1호선의 나날들이 떠올라 무척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유유히 자리를 뜨는 무용수와 천장에 무수히 떠 있던 생각의 말풍선들. 헿 이런 말 하지 마까,...목소리는 보통 권력이나 용기에 대한 은유로 사용된다. 맥락 없이 던져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권력과 용기 중 무엇으로 읽어내도 어색함이 없다. 쥔 것이 없는 이들이 슬픔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 연대하며 터뜨리는 용기도, 권력을 지닌 이가 보편에서 빗겨나 있는 무언가를 지긋하고 집요하게 바라보다가 내는 용기도 좋아한다. 아름답고 치열한 자기만의 방식으로.그래서 사랑하지, 예술. 사실 그래서 어렵고. 아티스트가 들인 시간과 자신만의 시각..
봄이라 그런가. 마음이 쑥대밭이네. 오늘은 출근길의 마지막 대중교통 루트인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냈다.' 출근 자체가 너무 일이다. 10년 전의 나에게 전화를 걸어 1분 동안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얘길 해줄 거냐는 트윗을 보고 생각했다. "쌀 한 톨 만한 연봉 13개월로 나눠서 주는 데 가지 마. 도망쳐. 그리고 영어 공부 해라. 도전의 폭과 질이 달라질 것. 흑흑."
최애 영화 리스트가 업데이트됐다. , , , .다 보고는 여운,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지내다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은 영화. 인연, 그러니까 쌓인 그 8천 겹의 단어를 대사 없이 눈빛으로 전달하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다. 복잡하고 진한 감정으로 끌고 가는 영화 진짜 좋다. 금요일 밤마다 틀어놓고 싶네. 이렇게나 우아한 영화라니.노라 남편의 태도는 포기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기자고 들면 질 것 같으니까. 맞닿고 난 뒤의 유효 기간을 알 수는 없지만 쌓인 애틋함은 힘이 세니까. 그래서 조금 비겁하단 생각도 들었다. 노라의 발음이 꽤 이슈였던 걸로 아는데 현실적이라 오히려 좋았다.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 그 언젠가 분명 존재했던. 노라가 자신이었던 나영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추억할 수 있..
존재들을 감싸는 따스한 빛과 커다란 자연이 오래 마음을 붙잡았다.몇 년 전에는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우리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공유했다. 같은 풍경을 마주한 우리가 찍은 사진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진들을 가만 넘겨보다 깨달았다. 모두가 마주하는 똑같은 풍경을 다르게 만들려면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작가님의 커다란 풍경화 속에는 작은 인간과 개가 등장했다. 나는 이들이 그림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다. 그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개와 함께 빛을 잔뜩 받을 수 있는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이는 어떤 일상을 보내는 중인지,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 혹시 마음속에 있는 건 아닌지, 마음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