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방
- layra
- ParLak
- AMHYANG
- La Porte etroite_naver
- 센서블리
- 나무, 버스정류장
- 댁의 예쁜이들은 어떻습니까?
- 한낮의 오수처럼
- 국경의밤
- off-the-record
- 강변살자_고아라님
- Winter Light l 빛. 맑음
- 사이이다
- NANAN -
- 유럽에서 100일
- seoyounhu.home
- BANGTAN BLOG
- 딴짓의 세상
- 슬로워크
- DECEMBER HOLIDAY
- 소년의 내일
- 바닐라 스카이
- 타르테의 기타이야기
- Paper Cloud
- urbanline
- MUSK ON, MUSK ON
- QUELPART
- HappySky + 맑게빛나다 :)
- Reason 4 breathing
- 이나 티스토리_스킨소스
목록DAILY LOG (1175)
Write Bossanova,
더는 방치할 수 없어 이발을 했다. 지난번 머리를 해준 언니가 내게 알은 체를 했는데 정말 기억이 나서 알은 체를 한 것인지, 내가 자신에게 머리를 맡겼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알은 체를 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사실 어느 쪽이든 별 상관은 없다. 언니는 내게 일자 스타일로 자를 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자르면서 일자 스타일을 유지하면 /너무 착해질/ 거라고 했다. 촌스럽다의 순화인 것 같았다. 왜 일자를 고집하는지 묻기에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니는 아주 조금만 층을 내겠다고 했다. 머리는 확실히 가벼워졌고 막 일자로 잘랐을 때의 촌스러움과 마주하지 않아도 됐다. 친절한 언니는 내게 드라이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조금이라도 머리를 손질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 회식을 빙자한 대표님의 술술술-이었는데, 본인이 술을 좋아하면서도 직원들에게 강요를 하는 건 아니어서 한 시름 놨다. 양꼬치를 먹고 데친 꼬막을 먹고 노릇노릇한 감자전을 먹었다. K기자님이 술이 오른 대표님을 커버하면서 나를 일찍 귀가시키기 위해 애를 쓰셨다. 느지막이 대표님의 지인이 회식자리에 합류하셨는데, 나의 학교 선배이자 과 선배라고 하셨다. 95학번이라니. 그분은 이래서 학연지연 하나보다며 반가워하셨고, 내 귀가를 독촉하는 K기자님과 합세해 우리 후배를 어서 집에 보내라고 한 마디 거들어 주셨다. 덕분에 자정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편의점에 춰컬릿을 사러 들어갔다. 미쿡인이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말을 무척 잘 했다. 중년의 편의점 아저씨는 어디서 왔..
오늘의 양말. 클라이언트 컨펌이 필요한 작업인데, 피드백은 내일이나 올 예정이어서 당장 할 게 없었다. 대표님은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남은 게 아니면 퇴근하라고 했다. 다섯 시 반이었는데. 룰루랄라.
* 사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이 /잘/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비록 오늘이 첫날이지만 그곳에서 내게 닿아 있는 일들은 나로 하여금 /잘/하고 싶다,란 마음이 들게 했다. 일단은 이걸로 충분하다. * 이건 어제의 것. 아이를 기다리며 나는 노란 장미를 접었다. 이제는 설명서 없이도 장미를 접을 수 있게 됐다. 민재는 스스로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 상황이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하고 그 아이의 성격이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한데, 그 아이의 성격 역시 상황의 결과물이라고 하면 모든 건 상황 탓이지만, 상황 탓만 할 수 없음을 안다.
* 아침부터 선택을 강요받아서 진이 빠졌다. 다다음주에나 연락을 줄 것처럼 하던 곳에서 오전 중에 서류를 가지고 올 수 있냐기에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알겠다고 하시더니 이내 전화가 와서는 뭘 잘 몰라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최종 임원 결재를 올리려는 참인데 복수가 아니라 그쪽 한 명만 올릴 거다, 그리고 우리가 이 계열에서는 나름 대기업이라 월급도 이만-큼 준다, 며 다시 생각을 해 보라고 했다. 솔직히 급여에 좀 흔들려서 엄마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엄마도 나와 같은 이유로 고민하시다가 그래도 네가 덜 시달리고 더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시기에 그렇지? 하고는 다시 한 번 감사하지만 먼저 연락 준 곳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싶어서 일단은 면접을 보러 갔다. 이번 면접은 오십 분이나 봤는데, 압박면접은 아니었고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물으셨다. 면접관 중 한 분이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써야 할 말들은 다 들어가 있다고 해주셔서 넙죽 칭찬으로 받고 감사하다고 했다. 다음주까지가 채용 기간이고 우선 나를 포함한 두어 사람을 먼저 면접을 본 거라, 다음주 중에 두어 사람을 더 면접을 보고 그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처음 들어간 곳의 어린이 버전 같은 느낌이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집에 가는 길에, 더는 사용을 미룰 수 없는 기프티콘을 썼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쓰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저 사이즈를 함께 먹을 만큼의 인원을 만날 일이 없어서 결국 사서 집에 들고 갔다. 더워라.
* 사실 가면서도 마음이 어수선했다. 대표님의 이력이 탄탄해서 저런 분을 사수로 두고 싶다는 마음과 거리가 멀어서 된다고 해도 어떻게 다니나 싶은 마음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갔더니, 보내준 포트폴리오 보니까 그 정도면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며 날 아예 다니게 할 생각으로 불렀다고 했다. 출근하게 된다면 언제부터 할 수 있냐기에 다음주부터 나올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다음주부터 나올래요? 해서 네! 했다. 착. 착. 착. 착. 대표님의 편안하고 깔끔한 태도가 좋았고, 사무실에 들어 섰을 때 느껴진 환한 느낌이 좋았다. 거리는 여전히 걱정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 오는 길이 길이 안 막혀서 약속 시간보다 무척 일찍 옆동네에 도착하게 됐다. 만나기로 한 곳 바..
세 번째 망원. 커리어우먼 차림으로 나타난 K씨와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한강을 따라 오래 걸었다. 걷다가 마치 할머니의 자전거를 타고 나오신 것 같은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시선이 닿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등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션님이 보낸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맙소사. 한여름의 쇼팽이라니. 여름이 가기 전에 리핑해서 들어야지.
패키지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쓔를 만났다. 우리는 지하철 역 안에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나는 그녀의 가방 속에 들어 있을 스위스 춰컬릿을 생각하며 더 환하게 웃었다. 이번 여행에서 남자친구와 나, 딱 두 명의 것만 사왔다고 해서 감개무량했다. 덤으로 카밀 핸드크림까지 받아 입이 귀에 걸린 날. 옥상이 있는 카페에 갈까 했으나 그러기엔 햇볕이 너무 뜨거웠고 옥상을 차지할 게 아니라면 굳이 그 카페에 갈 이유가 없어서 지난번 분위기에 취했던 엣모스피어에 다시 갔다. 유럽 여행기를 풀어놓은 쓔의 결론은 /다시 가야돼/ 였다. 중요한 건 '자유 여행'으로. 패키지는 한 번으로 족하다며, 더 천천히 유럽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는 나의 여행 스타일을 어필하며 꼭 나랑 같이 다..
9:26 G_ 헉스 말도 안돼 늦잠이다. 혹시 11시 예배 다음 시간 몇 시인 줄 알아?ㅜㅜ 10:27 J_ 1시 반인데 가끔 예배 대신 강연 있을 때 있어서 ㅜㅜ 오늘은 어떤지 모르겠당 ㅜㅜ G_ 머리도 안 말리고 가고 있다. 뛰는 데 물 다 튀김 ㅋㅋㅋ J_ ㅋㅋㅋㅋㅋ기특하다ㅋㅋㅋ G_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만나면 쓰담쓰담 해줘ㅋㅋ 예배가 시작되고 잠시 후 민가혜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를 복기해 그녀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다. 예배드리러 나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공시생의 길로 들어섰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예배에 오는 발걸음을 멈췄었다. 처음엔 당연히 가야지- 했으나 막상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더라. 시험이 끝난 삼 주 전부터 다시 예배에 나오기 시작했고..
오늘의 만남을 이야기하려면 어제의 갑작스런 연락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외할머니 댁에 들렀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생각 나서 J오빠한테 연락을 했더니 내일 서울에 온다고 했다. 서운하게 오면서 연락도 안 하냐고 했더니 내가 백수인 걸 몰랐고, 연락했다가 시간이 안 맞아 못 보는 건 좀 그래서 연락을 안 했다고 하기에 사실이든 착한 핑계든 어쨌든 신기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만남에 대해 일기를 쓰면서 제목으로 /6년 만에/를 쓴 것에 대해 얘기하려면 6년 전의 비전 캠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교회가 모여 진행되는 수련회였고 무작위적이고 강제적으로 조를 짜 주는 형식이었다. 조원이 7~8명 정도 됐던 것 같은데 그 중 예쁘고 참한 K언니랑 세상 착해보였던 J오빠랑, 동갑이라 계속..
선배랑 덕수궁미술관에서 절찬리에 전시 중인 이중섭 아저씨 전을 봤다. 오전까지만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오후에 잦아들어서 변동 없이 만났다. 하지만 궁을 가로질러 미술관까지 가는 그 짧은 순간 장대비가 쏟아진 건 안 비밀. 둘 다 손에 든 우산이 무색하게 젖었다. 심지어 둘 다 흰 운동화였는데! 만나기 전에 이중섭 아저씨가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을 다 읽고 가서는 전시 내내 선배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선배는 대표작인 소 그림만 생각하고 굉장히 마초적이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편지를 저렇게나 다정하게 쓰는 사람이었냐며 놀랐다. 어제 동양화를 전공한 은경이한테 들은 건데, 아저씨는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그림에 관련해서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