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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간송미술관이 재개관을 한대서 열심히 교육 프로그램까지 티켓팅을 했다. 서화가들의 합작 병풍은 꼭 오늘날의 축전 너낌이라 재미있었다. 서화 스타일로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풍경이라는 강진희의 (1888)도 인상적이었지. 노수현의 (1930)도 좋았고 김영의 는 메모장에 '19세기 졸귀'라고 적어놨는데 뭐가 졸귀인지 적어놓지 않은 데다, 사진 촬영도 불가였고 검색으로도 잘 안 나오는 작품이라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피마준이라는 기법으로 종이에 질감을 낸 작품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전시의 영문 제목은 이었다. 영문 제목을 보고 국문으로 된 을 다시 보니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이런 종류의 전시를 타국의 뮤지엄이 아니라 갤러리와 함께 개최하고 판매까지 한다는 게 놀람 포인트였다. 업무 시간에 전시 보는 거 너무 좋고요.

바깥백 투움바 파스타 먹고 싶어서 혼자 가서 먹고 왔다. 예전에는 비싸다고 느껴지던 곳이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이렇게 받아서 통신사 할인 받고 런치 할인 받고 하니까 오히려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마치라잌 인서타 갬성 카페들에서 높여 놓은 커피값 때문에 한때 사치인의 표본으로 여겨졌던 스벅 커피가 오히려 보통의 가격이 된 것처럼. 다음엔 스테이크 먹으러 가야지. 선업튀 덕분에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재개봉을 했다. 정다미 님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전소니 님에 반하고 나와버린,... 그런데 영화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주 어두운 내용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엘베를 탔는데 소녀들이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길래 다시 영화관으로 가서 포스터를 한 장 챙겼다. 있는 건 받아야지. 기본 포스터 뒤에 영화에 길지 않게 ..

점심 산책,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강약중간약 없이 강강강강강강강강,의 날(=I인데 사적, 공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외부 일정이 있었음)을 보냈고 내일은 병원 일정은 있지만 시와 도를 넘나들지는 않아도 되는 날이라 벌써 숨통이 트인다. 어류가 아닌 포유류인 고래는 바다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꿈과 숨,이라서. 꿈을 꾸며 숨을 참고 꿈을 향해 가며 숨을 내쉬는 일을 생각했다. 어부가 되고 싶지 않고, 꿈을 바다로 빠뜨리고 싶지 않다는 가사도 좋았지.

모종의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없게 된 팀이었는데 그냥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서 커피챗을 요청했고, 흔쾌히 그러자, 해줘서 고마웠다. 그들은 내가 제안 메일에 우리가 누구인지 소개한 게 인상적이었고 금액을 밝히고 시작한 것도, 또 진행 과정을 빠르게 먼저 공유해준 것도 좋았다고 말해줬다. 잘 기억해 둬야지. 앞으로도 잊지 않게. 그리고 확실히 길바닥에서 전화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눈 팀 중 길바닥에서 통화했던 곳이 있는데, 내가 너무 말과 호흡이 빨라지고 두서가 없어져서 인상이 좋지 않게 남은 느낌이다. 이건 이번 프로젝트뿐 아니라 올초의 어떤 기업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깨달은 바다. 그러지 말 것.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길바닥에서는 전화로 업무 얘기 하..

L브랜드 재단에서 유의미한 타이틀을 얻어 낸 신진 작가님과의 미팅. 고국의 정서에서는 희망을, 고국의 정세에서는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던 시절. 윤형근 화백은 파리에서 자신이 천착해 온 '천지문天地門' 회화가 그 독자성을 지키면서 유럽 미술계라는 새로운 맥락에서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한지를 활용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 시도는 증명으로 이어졌고 20여 년이 지나 다시 파리를 찾은 작가는 더욱 확고해진 자신의 세계를 커다란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다. 세밀하고 치열한 증명을 통해 대담하고 밀도 높게 펼쳐내 보이는 자신.인터뷰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살아 남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그림은 죽느냐 사느냐의 차원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며, 가장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가장 고생스럽게..

취미는 입덕 04|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b. 1964)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전반에는 삶과 죽음, 시간과 자연이 주제로 흐른다. 1980년대 후반, 그의 애인이었던 Manfred Weisner가 에이즈로 생을 마감하면서부터 시간과 삶의 덧없음,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무한함, 현재와 영원,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스위스 태생인 그는 현재 뉴욕과 노스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회화, 조각, 사진, 영화, 설치 미술, 랜드 아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그의 이전 작업에서 출발한다. 작은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큰 작업을 하고, 무채색의 작업을 하고 난 후에는 색이 가득한 작업을 하는 식이다..

세상에. 너무 귀엽다, 얘.애초에 귀여워서 입덕한 거지만 실제로 보니 모니터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귀여워 입을 틀어막았다. 나 얘 말투 너무 좋아. 됴아,로 발음되는 좋아,도, '좋아.', '좋지?', '좋을 거야.', '좋았어요?', '좋았지?' 등으로 변주되는 좋아,도 좋았다. 찬찬한 말의 속도도.지금껏 봤던 무대 중에 영상과 조명이 그 자체로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비장미의 절정. 노래랑도 찰떡이었고. 특히 월에 있던 세션 스테이지를 막아두고 색의 스펙트럼으로 연출했던 초반의 무대들에서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연상됐다. 세션 스테이지가 오픈되고 창균이 악기들 틈에 앉아 꾸린 무대의 영상은 그냥 작품이었고.두 번째 의상을 입고 진행했던 무대 중간에는 달고 묵직한 향이 공연장 전체에 퍼졌다. 창균은..

마지막 성경공부 모임을 마치고 조금 아쉬워서 슬렁슬렁 센팤을 산책했다. 좋네. 송도 살야아지, 꼭.

'왜 이 전시를 국현미에서?' 이 전시를 마주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가장 큰 물음표였다. 어름하게나마 그 답을 찾기 위해 국현미 웹 사이트의 '미술관 소개' 페이지를 클릭했지만 그나마 얻을 수 있었던 건 여러 분관 중 왜 서울관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정도의 단서였다. 서울관이 복합 문화 시설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구현' 하고자 한다는 것.'왜 국현미'인지에 대한 답은 전시 리플릿 세 번째 페이지 두 번째 문단 첫 번째 문장 정도로 갈음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정영선에게 조경은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생동하는 모든 것을 재료 삼는 종합과학예술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궁금증에 대한 당장의 해갈은 되었다. 생각을 이어가기 시작하면 '무엇이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