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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송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근 플리에 추가한 노래들을 플레이해두고 있다가 승관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안심이 됐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안심이다,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궁금했던 문자 박물관에 갔다. 문자 박물관은 처음 생긴다고 들었을 때부터 김애란 작가님 소설을 떠올렸었다. 생존한 소수민족이 그 자체로 소수 언어가 되어 박물관에 전시되는. 종이를 모티브로 한 건물이 흥미로웠다. 내부가 정말 넓었고 자잘하게 체험할 게 많은 전시 구성도 흥미로웠다. 언어도 미술도 내 영역인데. 여기서 일하고 싶네. 또 송도니까 출퇴근부터 삶의 질이 수직상승할 것 같다. 설명판에 점자도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목판화에서 동판화로 넘어갈 때 확 느껴지던 부드러움이 신기했고 작품마다 대놓고 숨은 뒤러 사인 찾기를..

막간의 페이스 깜빡이는 조명들 틈에서 진행된 티노 세갈의 라이브 퍼포먼스 작품을 보면서는 1호선의 나날들이 떠올라 무척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유유히 자리를 뜨는 무용수와 천장에 무수히 떠 있던 생각의 말풍선들. 헿 이런 말 하지 마까,...목소리는 보통 권력이나 용기에 대한 은유로 사용된다. 맥락 없이 던져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권력과 용기 중 무엇으로 읽어내도 어색함이 없다. 쥔 것이 없는 이들이 슬픔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 연대하며 터뜨리는 용기도, 권력을 지닌 이가 보편에서 빗겨나 있는 무언가를 지긋하고 집요하게 바라보다가 내는 용기도 좋아한다. 아름답고 치열한 자기만의 방식으로.그래서 사랑하지, 예술. 사실 그래서 어렵고. 아티스트가 들인 시간과 자신만의 시각..
봄이라 그런가. 마음이 쑥대밭이네. 오늘은 출근길의 마지막 대중교통 루트인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냈다.' 출근 자체가 너무 일이다. 10년 전의 나에게 전화를 걸어 1분 동안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얘길 해줄 거냐는 트윗을 보고 생각했다. "쌀 한 톨 만한 연봉 13개월로 나눠서 주는 데 가지 마. 도망쳐. 그리고 영어 공부 해라. 도전의 폭과 질이 달라질 것. 흑흑."

최애 영화 리스트가 업데이트됐다. , , , .다 보고는 여운,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지내다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은 영화. 인연, 그러니까 쌓인 그 8천 겹의 단어를 대사 없이 눈빛으로 전달하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다. 복잡하고 진한 감정으로 끌고 가는 영화 진짜 좋다. 금요일 밤마다 틀어놓고 싶네. 이렇게나 우아한 영화라니.노라 남편의 태도는 포기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기자고 들면 질 것 같으니까. 맞닿고 난 뒤의 유효 기간을 알 수는 없지만 쌓인 애틋함은 힘이 세니까. 그래서 조금 비겁하단 생각도 들었다. 노라의 발음이 꽤 이슈였던 걸로 아는데 현실적이라 오히려 좋았다.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 그 언젠가 분명 존재했던. 노라가 자신이었던 나영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추억할 수 있..

존재들을 감싸는 따스한 빛과 커다란 자연이 오래 마음을 붙잡았다.몇 년 전에는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우리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공유했다. 같은 풍경을 마주한 우리가 찍은 사진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진들을 가만 넘겨보다 깨달았다. 모두가 마주하는 똑같은 풍경을 다르게 만들려면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작가님의 커다란 풍경화 속에는 작은 인간과 개가 등장했다. 나는 이들이 그림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다. 그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개와 함께 빛을 잔뜩 받을 수 있는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이는 어떤 일상을 보내는 중인지,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 혹시 마음속에 있는 건 아닌지, 마음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

소월길에 화이트스톤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가봐야 하는데, 하고 동동거리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미적거리다 보니 도쿄 본관과 별관을 먼저 다녀오게 됐다. 그리고 올봄, 드디어.도쿄의 본관처럼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형태의 건물이었고 지금껏 가본 해외 갤러리 지점 중에 내부가 가장 근사했고 남산과 한 프레임에 두고 볼 수 있는 새 조각상들이 있는 루프탑이 흥겨웠다. 갤러리 입구에 거리 생활을 하는 털뭉치 친구들을 위한 물그릇을 둔 것을 보고는 작게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다정해!갤러리에서는 파랑을 테마로 한, 중, 일 작가들의 그룹전이 진행 중이었다. 마음과 맞닿아 있는 파랑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지. 신비롭고 고요하게 빛나는 심연. 세 작가 중 중국의 리우 커 작가의 작품(1-5)에..

스티븐 해링턴의 세계에 덕통사고를 당한 건 지난여름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 였다. 그때부터 내내 작품 속 멜로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을 더 보고 싶었다. 전시를 보고 한 계절이 흐른 후에는 경복궁 옆의 회사 건물 로비에서 그의 조각 작품을 발견하기도 했다. 너무 반갑더라고.그러다 지난 12월 3일, APMA의 전시 라인업 포스팅에서 스티븐 해링턴의 이름을 발견했다. 와. 그때부터 해외 밴드를 덕질하는 팬의 마음으로 그의 (작품의) 내한을 기다렸다. 작가는 SNS를 통해 자신이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작업해 나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보여줬다. 콘텐츠가 풍부한 덕질은 지루할 틈이 없지.그리고 오늘 마침내. 마침내! 와.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너무 신이 나서 전시장..

혜인 님 진짜 케이팝의 미래, ... 애긔가 어떻게 감성이 그래. 목소리는 말모. _ hy브 새로운 여돌 멤버별 데뷔 티저 보다가 진짜 다들 귀엽고 예쁘긴 한데 너무 인위적이고 전형적인 여돌이라 뉴진스도 이랬나 하고 보니까 아니더라고. 채널 첫 영상이 한 시간짜리 데뷔 라이브고 생각해보니 얘넨 티저 이런 거 없이 뮤비 세 개 연달아 공개했다고 했던 것도 같고. 그 영상 찾다가 by jeans를 봤는데 커버 하나를 해도 왜 이 곡을 선택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는지 생각하고 말하게 하는 도입부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얘넨 그래도 좀 인간적이고 편안하네 싶기도 했고. 다음 콘도 가고 싶어지더라고. 두밧두는 마법 소년 세계관을 어린왕자로 이어가네, ... 기깔난다 진짜. 어머뿔자..

"당신이 무엇이기에?"올해의 작가상을 관통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질서와 규칙을 정하는가, 누가 그것을 왜 따라야 하는가. 적어도 갤러리 운영자라면, 본인이 이 작가를 왜 선택했고 지금 이 공간에 걸린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신인 작가를 선보이면서 멋드러진 비평으로 전시 소개를 갈음한 것도 너무 불친절하다고 느껴졌다. 예, 어려웠고요, ... 국갤 전시는 흥미로웠지만 그렇다고 감상이 쉬웠던 건 아니라서 리서치 형식의 리뷰를 (언젠가) 적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학고재도 지나치지 않고 쓱쓱. 인천 새럼이라 휴일에 서울 나오면 '일단 온 김에,'하는 해외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서 일단 다 찍고 가야 한다. 보는 것이 우선이고 감상과 사고는 후의 ..

내가 무슨 업무를 하는 사람인가를 정리하고 정의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 사람인가가 먼저 정돈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정리되면 내가 지금 무슨 업무를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_ 세상에 좋아할 게 너무 많아서 신나지 않느냐는 빨간 머리 앤의 멘트 전광판을 보고 생각했다. '마음은 맨날 넘치고 시간은 맨날 없지. 애써 시간 내 좋아하느라 더 절거운가 싶기도 하다'고.

조럽! 졸업! 나 이제 척척석사! 교수님꼐는 메시지로 인사를 드렸고 졸업 축하한다며 꽃 사진을 보내주셨다. 서윗.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전전 회사의 H차장님, H과장님 H님과 점심을 먹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진짜 계속 기분이 좋더라고. 꼭 콘서트 갔다 온 것처럼. 오늘 기분 덕에 다음주까지 힘을 내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문드문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들. 세 분을 회사로 배웅하고 S 카페에도 들렀지. 이 카페가 그 자리에 계속 있다는 게 삶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짧은 만남 이후에 사장님은 DM으로 이런 메시지를 나눠주셨다.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잖아요! ㅎㅎ 친구가 갑자기 찾아오면 나오는 버릇이거든요 ㅋㅋ 아 오늘은 J님이 찾아와 주시고 ...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요? 문득,..

예정에 없이 세미 야근을 해서 Y언니가 한참 기다려줬다, 불편한 기색도 없이. 언제나 고맙지._ 은 정말 너무 행복이다. 인쇄술이 발달해서 정말 너무 다행이지 뭐야. 이런 아름다움을 손 뻗으면 닿는 책장에 꽂아둘 수 있다니._ 퇴근하면 그걸로 그날의 할 일이 끝난 거였으면 좋겠다. 운동도 공부도 몇 푼 더 벌어보자고 하는 일도 다 너무 지겹네._ 어제는 복근 운동을 빡세게 했고, 운동이 끝난 후에는 살면서 내 복근 처음 만져보는 경험을 했다. 물론 한 한 시간 있다 사라지긴 했다. 아 또 물론 살 때문에 눈으로 보이지는 않고 만져 봐야만 알 수 있었지. 그래도 신기했네._ 그리고 나 내일 졸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