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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눈이 펑펑 오던 날 스티키몬스터들의 전시된 일상을 보고 덕메와 태태의 생일도 축하했다. 스티키몬스터랩에 이런 세계관이 있는 줄은 몰랐네.

폐허에서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지.안젤름 키퍼가 태어나던 날, 그의 가족은 집을 잃었다. 병원에서 온 가족이 그의 탄생을 지켜보는 동안 그의 집은 폭격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5년의 독일이었다. 집을 잃었지만 사람은 지켰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모로코에서 만들어졌다는 벽돌로 쌓아올린 작품은 무너져 내리는 폐허 같기도, 쌓아올리는 중인 새로운 집 같기도 했다. 이 작품을 보다가 의 끝부분이 떠올랐다. 전쟁의 폭격으로 불타는 학교를 보며 원장 선생님이 "다음엔 어떤 학교를 만들까" 하고 말하던 장면. 사실 초등학생 때 읽어서 맞는 기억인지는 모르겠다.전시를 분위기로만 접했을 때는 폐허의 가을인 줄 알았는데, 작가 인터뷰 영상을 보고 나니..

예배 마치자마자 부산에 내려가 조금 느슨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식단을 열심히 하는 말라깽이 A 언니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사람 많은 게 싫어서 크리스마스에는 언제나 집콕이었는데 오랜만에 당일 외출을 했지. 그치만 인파에 지쳐서 먹을 걸 사들고 들어가 숙소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내년에 시칠리아에 가자고 약속했다. 다음 날엔 한 손으로 꼽고도 남는 몇 안 되는 고등학교 때 친구 G를 만났다. 진짜 너무 오랜만. G는 작년이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이제 해결책이 생겨서 좀 나아졌다고,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호화로운 파이어를 꿈꿨는데 이제는 물질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생활을 굴리는 선에서의 파이어를 추구하게 되었다고. 또 누..

너무 귀여워서 올해의 팀원들 선물은 이걸로 정했다. 그런데 너무 족구매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까 됐지 뭐. 내년을 위한 엄유정 작가님의 아름다운 달력. 찐 눈사람 모양의 케이크도 샀지. 그리고 작년 종무식 때 입은 빨간 니트 올해 또 입은 새럼._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힘껏 가 보고 운이 좋으면 그보다 조금 더 가 봐요, 우리. 하는 말이 떠올랐다. 내년 크리스마스 카드에 마무리 인사로 쓸까 봐.

연말에 사람들을 만나면 올해의 땡땡을 자주 한다. Y언니와의 올해의 땡땡을 신나게 녹음했는데 일시정지를 하고 다시 시작하다 날려먹었다. 술 넣기 전에 가볍게 배를 채우자, 하고 갔던 곳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정식 코스로 가봐야지, 싶었고 지난번 친구들과 갔던 복숭아 향이 나는 바를 또 찾아 이번에는 저번에 배불러서 시키지 못한 파르페를 시켰다. 대만족. C사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네 명의 사람들 중 계속해서 만나고 있는 사람은 Y언니뿐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언젠가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너랑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게 얼마나 기쁜 말이야. 지금 언니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가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성의껏 소비해주지 못하는 게 늘 미안할 뿐이다.

화가 나는 일들과 불안을 느끼는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나는 결국 지금, 삶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인간이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조차 정의하지 못해서 자꾸 화가 나고 불안한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목표와 의미가 없어서. 또 나만을 생각하는 옳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꿈이 계속 꿈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한심하고. 여러모로 수박 겉핥기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느낌. 그런데 지금의 회사에서는 성장보다는 내가 가진 능력을 계속 소비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건 분명한 한계.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종현이의 기일._ 세계는 넓어졌는데 시야는 좁아진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는데 언젠가부터 삶에 사랑이 없다. 내게 남은 진득한 감정은 증오뿐인 것 같다._ 요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는 다 우리가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얼마나 더 달라지기만 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인 것만 같아서 슬프다. 특히 결혼한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더 그렇고.

우리 회사 아티스트의 작품을 사람들이 이렇게나 즐겨주는 광경은 처음이어서, 주말 출근이었지만 무척이나 기꺼운 마음이었다. 게다가 일 째끔 하고 스탠딩 에그 연말 콘서트도 봤지. 절거웠네.스탠딩 에그는 노래만 들었지 콘서트는 처음이었는데, 아니 왜 그동안 스탠딩 에그 이렇게나 재미지고 위트 있고 신나는 팀이라는 거 아무도 안 알려줬지. 콘서트 중간 즈음 연쇄 반응으로 불어나는 신남 구간에서는 정말 신이 나서 일어서는 분위기의 존에 있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응원법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져서 예습 안 해가도 콘서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나 친절하고 즐거운 공연이라니. 에그2호 님 무대 짬바 진짜 너무 최고시고. 스탠딩 에그 응원봉도 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그봉, 에그밤 뭐든,.....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건 너무 좋고, 찾은 공간도 너무 좋았고. 그런데 두 유부들 사이에 있는 건 잘 모르겠어. 솔직히 나는 너무 할 말이 없었고 흥미도 없었고 더 솔직하게는 그냥 집에 가서 누워 있고 싶었다. 유부인 친구들과 1:1로 만나는 건 괜찮았는데, 둘은 좀 쉽지 않네. 앞으로 이런 모임은 좀 피해야지 싶었다. 가방 안이 빛의 삼원색이고 색의 삼원색이고 그렇다. 에스프레소 잔은 무척 포토제닉하다.

내 운동의 목적은 언제나 현상유지다. 그런데 올해는 바지를 입다 위험을 감지했다. 이제 더는 유산소를 미룰 수 없는 것인가, 싶어 러닝화를 사고 런데이 앱을 깔았다. 지난봄의 일이었다. 절박해지니 뛸 만한 곳이 없어 러닝을 하기가 어렵다던 그동안의 핑계는 문자 그대로 핑계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인도를 따라 동네를 달렸다. 중간에 이사를 한 후에는 집 옆에 작은 공원이 생겼지만 한 바퀴를 도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을 뛰려니 무료해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여름엔 잦은 비를 핑계로 러닝화를 방치했다. 이러다간 뭣도 안 되겠는데, 싶어 가을에는 주민센터의 헬스장에 등록했다.평일 5일 중 이틀은 필라테스를 가고 하루는 온라인 스터디를 하거나 상담을 받고 또 하루는 다정한 얼굴들을 만나고 나면 러닝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