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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K씨가 멋진 곳에 데려가 줘서 배가 터지게 먹었다. 안주도 디저트도 훌륭하네. 그래도 한 4년 정도 다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번을 끝으로 미용실을 바꾸게 될 것 같다. 자꾸 말도 없이 앞머리를 짧게 잘라놓고 숱도 너무 많이 치고 오늘은 젖은 머리 스타일링에 쓰이는 에센스로 마무리를 해줘서 고민하다 결국 다시 머리를 감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해준 거 내가 마음에 안 들면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거에 너무 마음을 쓰는 것 같아서 되려 말한 나도 너무 불편하고. 이래저래 끝이 보인다. 소문난 잔치인 만큼 먹을 게 많았고 맛은 잘 모르겠다. 맵고 섬세한 맛인 것 같았는데 그 맛을 느끼려면 북적이는 줄을 따라 가며 깨알 같은 설명들을 모두 읽어야 했다. (오디오 도..

집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 건 무척 오랜만의 일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해도 거실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었거든. 어제 덕메랑 각자 챙긴 석진쓰 생일 케이크._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는 게 신앙과 기독교 문화인 것 같다._ 느낌표 안 쓰기 연습을 해야지 싶었다. 괜히 딱딱해 보이고 어색해서 슬랙이든 메일이든 메시지든 느낌표를 남발해오곤 했다. 사실 완전히 안 쓸 수는 없고. 세 번 쓸 거 한 번 쓰는 것 정도로다가._ 외형이 날카롭기는 글렀으니 눈빛이 날카로운 사람이 되어야지.

정신 빼놓고 살다 두밧두 콘 선예매 기간을 놓쳤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일반 예매 이틀 전이었다. 일단 가기만 하자,를 목표로 하고 4층을 잡아서 다녀왔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다음엔 꼭 기필코 반드시 절대로 선예매,... 손글씨 엽서부터 모아존 포카까지 수빈의 날이었다. 무대 앞뒤가 다를 수 있는 건 알지. 그렇지만 무대 위의 모습까지 의심하게 만들만한 모습은 안 보여주면 좋겠다. 고척 4층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전에는 왜 못 느꼈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음향이 당황스러웠다. 얘네가 진짜 마법 콘셉트에 진심이라 중앙 원형 무대에 마법진을 그려서 2층 정도까지의 방어막을 쳐놓은 건 아닐까, 그럼 좀 말이 되는데, 하고 잠깐 생각했다. 화려한 비주얼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는 음향이 답답해서 좀 아쉬웠다.그리..

조금 가벼운 가방을 들고 싶어서 궁리를 하던 차에 스페인 브랜드의 가방이 자꾸 인스타 광고로 떴다. 이래저래 후기를 찾아봤는데 괜찮은 것도 같고 애매한 것도 같아서 고민하다가 블프 세일도 한다기에 사봤다. 컬러가 많아서 고민하다 본능적으로 파랑을 샀고 와서 메고 보니 입고 있던 잠옷도 같은 파랑이었다. 파랑퍼렁파랭._ 아니 씨, 무슨 일이 해도 해도 끝도 안 나고 티도 안 나. 정시 퇴근에 왜 부채감을 느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8시간 일하기로 하고 지금 연봉 받기로 한 거고, 동의한 거긴 하지만 그마저도 이전보다 1000 가까이 역행한 거고. 상담 다시 받고 있어서 다행이다. 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게 인생이라면 정말이지 왜, 굳이, 그렇게까지,의 마음이어서. 지금은. 지..

두 번째 상담 시간에는 싫어하는 것들,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토로하듯 이야기했다. 생활 소음이 많은 것, 쩝쩝대면서 음식을 먹는 것, 음식의 냄새가 공간과 옷에 배는 것, 양치를 화장실 밖에서 돌아다니며 하는 것 등등. 선생님은 향과 냄새, 소리, 식감과 시각적 자극을 감각이자 공간, 분위기에 대한 예민함으로 풀어냈다. 그걸 들으며 하나하나의 감각이 모이면 모이면 분위기가 되는군, 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_ 계약서가 필요한 걸 제출 하루 전날 알게 됐고 우리에게는 그에 적합한 계약서 레퍼런스가 없으니 제일 비슷한 형태의 계약서를 언급하며 동의만 해주면 막도장을 찍어서 내겠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비딩을 위해 작가님의 경력을 회사의 경력으로 퉁친 것만 해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이 상황에까지..

회사 근처에 다양한 에쏘를 파는 에쏘바가 있어서 점심을 먹고 종종 들러 서서 호록호록 마신다. 나는 자주 사무실 일등 출근을 하고 부지런히 퇴근을 한다. 로에베가 말아주는 핫춰컬릿을 먹으려고 개인 정보를 넘기고 매장을 둘러보는 척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았지. 나의 목적은 단지 핫춰컬릿뿐이라는 걸. 그런데 이번에 일본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라인이 출시됐다고 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거리가 있기도 했다. H에게 받은 뜻밖의 트리 와인. 좋은 날 좋은 사람이랑 까야지. 카페 안도 밖도 벌써 온통 크리스마스라 너무 좋네.

B가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포르투에서 데려와 준 양말. 타일이 유명한 곳이라 타일 무늬가 들어간 양말을 골랐다고 했다. 귀여워. 한번 굽 높은 신발을 신기 시작하니 원래 신던 보통의 굽이 성에 차지 않아서 새 닥마를 샀다. 그런데 길 잘못 들여서 오른쪽 주름이 휘몰아치고 있다. 맴찢. 게다가 굽이 높은 것과 발목 통이 좁은 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첼시보다 발목 통이 좁아서 발목 바깥쪽 살갗이 쓸려 착색이 됐다. 두 번 맴찢. 구운 파인애플 진짜 맛있는디. 하와이안 피자도 당연히 호고, 민초 대극호. 국가 지원 사업의 혜택으로 다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전 마음이 휘몰아칠 때 신청했다가 이제야 티오가 나서 받게 된 거라 그 사이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물론 요즘 계속 화가 난..

야근 멈춰, 다들. 현대미술 스터디 5주차 끝. 시작 정도는 오프라인 모임으로 해도 좋았을 텐데, 5회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내내 좀 어색했다. 팬데믹 때문에 대학원도 절반은 온라인으로 했는데 여전히 쉽지 않네. 말할 타이밍 찾기도 어렵고 사실 집중도 오프라인보다 덜 되는 게 사실이고. 좋고 아쉽고 그러네. 게터다운 UX를 경험해본 건 좋았다.

대학원 첫 학기에 학번으로 잘라서 같은 조가 되었다는 인연으로 학기 중에도, 졸업 후에도 꽤나 정기적으로 만나서 이것저것을 먹고 보러 다닌다. 배경도 나이도 성향도 모두 달라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 일 어떻게 될지 진짜 알 수 없다. 처음엔 좀 어색하고 불편한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몇 번 부딪치고 나니까 민감한 주제는 암묵적으로 꺼내지 않고 서로 웃을 수 있는 주제들을 고른다. 이런 관계는 또 처음이라 신기하고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 이번에는 만나서 코스로 나오는 캐주얼 퓨전 요리를 먹고 노을을 잔뜩 보고 추위에 떨며 내려와서는 뜨끈한 오뎅바에 갔다.

미스치프 전시 보려고 부지런히 퇴근했는데 입장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라멘이나 먹었다. 그러고는 돌아가는 길에 한 건물 로비에서 스티븐 해링턴 작품을 만났고 오늘은 이걸로 됐다 싶었다. 넘좋. B랑 포근한 가을 밤 산책도 잔뜩 즐겼고. 갑자기 우박 내린 거 실화입니까. 운동 끝나고 집에 가다가 너무 놀라버림. 지구가 착실히 파괴되고 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SHINee's BACK, 하고 시그니처 사운드가 나와서 뒷목에 소름이 싹 돋았다.울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울 줄은 몰랐지. 첫 무대 영상으로 누너예가 나올 때부터 내내 울었다. 영상에서는 데뷔 연도인 2008부터 시작해 매해의 숫자가 화면 가득 띄워졌다. 그 숫자가 2017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사실 2017년에는 내가 나를 우느라 그 애를 위해 울지 못했다. 오히려 편해졌겠다 싶어 부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던 시절이어서. 그런데 이제는 그 애를 위해 울 수 있게 됐다. 그러느라 영화관에 앉아서 그렇게 많이 울었나 싶어. 나는 이제 나를 위해서 울지 않아도 괜찮아. 너도 네가 있는 곳에서 그랬으면 좋겠다.90년대생들의 성장을 함께한 영화가 라면 아..

트렌디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 구성과 공간 디자인으로 입소문을 탄 곳이었는데, 이제는 그걸 넘어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는 안산에서 꿈을 꾸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갔다-올게,란 인사를 곱씹다가 무너져 내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애정을 나누며 함께하던 이가 사라졌을 때의 감정을 슬픔이자 아픔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맞지. 감정과 감각은 연결되어 있지.돌연 풀밭에 엎어져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게 너의 얼굴이었다가 나의 얼굴이었다가 또 어느 누군가의 모든 얼굴이 되는 메타포도 좋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물이 닿지 않도록 랩으로 감싸주고, 잃은 것을 체념하지 않고, 지난 이별을 떠올리며 크게 울 수 있게 위안해주고, 작별 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