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방
- layra
- ParLak
- AMHYANG
- La Porte etroite_naver
- 센서블리
- 나무, 버스정류장
- 댁의 예쁜이들은 어떻습니까?
- 한낮의 오수처럼
- 국경의밤
- off-the-record
- 강변살자_고아라님
- Winter Light l 빛. 맑음
- 사이이다
- NANAN -
- 유럽에서 100일
- seoyounhu.home
- BANGTAN BLOG
- 딴짓의 세상
- 슬로워크
- DECEMBER HOLIDAY
- 소년의 내일
- 바닐라 스카이
- 타르테의 기타이야기
- Paper Cloud
- urbanline
- MUSK ON, MUSK ON
- QUELPART
- HappySky + 맑게빛나다 :)
- Reason 4 breathing
- 이나 티스토리_스킨소스
목록DAILY LOG (1175)
Write Bossanova,
가을 볕이 아주 좋아 우리는 꽤 오래 산책을 했다. 사랑스러운 P씨가 추천한 곳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 길에 개들을 산책시키는 전문가분을 만났다. 외국 영화에서 볼 법한 풍경을 눈앞에서 마주한 우리는 잠시 호들갑을 떨었다. 얼음 나라에 온 것만 같았고 얼음 나라의 직원들은 투명한 유리컵에 블루베리맛의 둥근 지구를 담아줬다. 나는 지구가 담겼던 컵을 반납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튼튼하고 좋은 컵을 얻었다며 사무실로 들고 와버렸다. 저녁엔 야근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사치를 부렸다. 그리고 L씨의 맨투맨 소매는 무척 씹덕이어서 한 컷만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심지어 저 티 심장 가까운 부근엔 FEMINIST가 적혀 있다.
* 이전한 사무실 근처에 도산공원이 있다. 점심을 먹고 다 같이 산책을 하면 아주 좋다. * 우리는 실내화를 맞춰 신었다. 상황이 극한에 몰릴수록 우리끼리는 더욱 돈독해진다. 아, 사실 이녀는 여전히 별로다. 제발 어쩌다 한 번 야근한 거 가지고 맨날 야근하는 우리 앞에서 힘든 티 좀 안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그녀에게 시달리는 덕분에 자신이 세상 편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음도 자각하길 바란다. 이전한 사무실 건물 로비엔 경호원들이 있는데 그게 무척 부담스럽다. 계속 깍듯이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주신다. 또 저녁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무실에 와서 야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가는데, 고정 멤버가 있어서 곧 이름을 외워 주실 것 같다. * 옆 팀 L씨의 연애 고민을 들었다. 여자..
# 이전한 사무실로의 출근은 무척 험난하다. 어떻게 해도 쉬워지질 않는다. 자신이 없다. # 버스에서 정신 없이 자다가 앞 좌석에 이마를 찧었다. 콩. 잠깐 놀랐다 다시 잤다. # 나는 매일 나와 마찰한다. 좋아한다,는 고백은 그 마찰음을 못 들은 체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진심이다. 내뱉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이다. # 렌즈를 껴서 눈알의 흰자위가 잘 보이지 않는 눈은 너무 무섭다. 소름끼치게 싫어서 자꾸만 눈을 피하게 된다.
* 마지막 드로잉 수업. 제주도와 춘천 출장을 다녀 오느라 다섯 번의 수업 중 겨우 세 번을 나갔다. 오늘도 못 나갈 뻔 했으나 회사 이삿짐이 오후에나 이전한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해서 다행히 참석했다. 인물과 풍경이 함께 있는 여러 장의 이미지 중에 좋아하는 영화인 하와이언 레시피 이미지를 프린트 해갔고 2시간 반 내내 잡념 없이 집중했다. 그림자 표현이며 일부 드로잉을 작가님께서 도와주시긴 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작가님께 자꾸만 인물들이 못생기게 그려진다고 속상해하자 작가님은 웃으며 자꾸 하다 보면 늘 거라고 해주셨다. 작가님도 운영자님도 너무 좋다. 여유를 되찾고 채색반도 들어야지. * 이삿짐 정리를 하러 청담으로 넘어갔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예전 사..
여덟 번째 뜨거운 생활을 마쳤고 H 오빠를 만나 배부르게 피자를 먹고 쓸데없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을 한가득 했다. 그리고 내내 생각했다. 위험하다고. 타인을 잔뜩 만나 하루를 채웠는데 타인에게 나눠줄 좋은 에너지가 없었다. 에너지는 바닥을 긁고 있었고 나는 자꾸만 주저 앉고 싶었다.
* 그녀는 또 거짓 연차를 쓰고 8시에 나타났다. 신이 나서. 못 보던 핸드백과 함께. 그리고는 그때부터 이사 준비를 하겠다고 폼을 잡고 일을 줬다. 8시에 사랑스러운 P씨와 뮤지컬을 보기로 돼 있었던 나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일을 주는 그녀에게 '지금요?' 하고 물었고 그녀는 조금 당황하더니 '월요일에 보고해야 하니까 지금이나 아니면 주말까지 하면 되지' 했다. 나의 주말을 왜 그렇게 당연한듯 업무 시간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일단 가야 했다. 서둘렀음에도 입장 시간을 놓쳐버려 1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 P씨와 조우했다. 홍광호 님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동했다. 시라노는 한 치의 티끌도 주름도 없는 당당한 영혼..
# 나는 내가 그립다. _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지금보다 여유롭고 너그러웠으며 다정헀다.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고 그 중요한 것을 지키려 애를 쓰고 노력도 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 집에 가는 길에 난데 없이 킴쫑의 하루의 끝,이 듣고 싶어져서 클라우드에 넣어 뒀던 파일을 꺼내 들었다. 내겐 킴쫑의 하루의 끝,과 하이 씨의 한숨,이 같은 킴쫑의 결을 갖고 있어서인지 세트의 노래로 들려 듣는 김에 하이 씨의 곡도 함께 들었다. _ 킴쫑은 '끝'을 정말 정성껏 발음한다. '끝'을 소리나는 대로 알파벳화하면 마지막 철자가 't'일 텐데, 그 't'를 명확하게 발음하는 것이다. 마치 붓으로 마지막 획의 끝을 정성껏 올려야만 하는 한자를 쓰는 것처럼.
* 사랑스러운 P씨와 호탕한 L씨와 함께 양꼬치를 먹고 인형 뽑기로 2만 원이나 탕진하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잔뜩 흥이 나서는 카페에서 단단히 힙업이 된 조각상을 보며 단 걸 먹었다. 좋은 저녁이었다. * 어제의 춘천. 거짓말쟁이와 일하는 건 너무나 고통,이라는 걸 느끼며 일하러 춘천에 갔다. 작은 규모의 영화제였고 그럼에도 의미는 꽤나 좋은 것이어서 좋은 배우들이 왔다. 사실 리스트업을 모르는 상태로 간 거라 최희서님과 박해일 님을 보곤 급 흥분을 해서 넘의 소속 배우들 사진을 찍었다. 변요한 님은 헤어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던 때와 많이 바뀌어서 이름이 호명된 후에야 알아보고 급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감출 길이 없고. 한지민 님은 너무나 아름다우셨고. 사진 촬영과 관..
Her_01 그녀는 종종 공식 연차를 내지 않고 회사에 안 나온다. 그러고는 누가 물으면 연차,라고 하란 지시를 한다. 문제는 이러고 퇴근즈음 회사에 기어 나와 /오, 연차라며 왜 나왔어!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라는 소릴 기어이 들어낸다는 거다. 더 문제는 그때부터 신이 나 회의를 하자고 하고 그놈의 '컨펌'을 해 주겠다고 한다는 거지. 아니 너는 실컷 놀다 지금 나왔지만 나는 아침부터 나와 에너지가 다 한 상태인 걸. Her_02 그녀는 내가 무뇌아이길 바란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그렇게 해서 일이 잘못됐을 땐 기꺼이 욕받이가 돼 주길 바란다. 회사 로고가 박힌 시나리오를 외부에서 복사를 해 오라고 했다. 다른 팀한테 들키지 말고 조용히 보고 돌려달란 얘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