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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선배랑 덕수궁미술관에서 절찬리에 전시 중인 이중섭 아저씨 전을 봤다. 오전까지만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오후에 잦아들어서 변동 없이 만났다. 하지만 궁을 가로질러 미술관까지 가는 그 짧은 순간 장대비가 쏟아진 건 안 비밀. 둘 다 손에 든 우산이 무색하게 젖었다. 심지어 둘 다 흰 운동화였는데! 만나기 전에 이중섭 아저씨가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을 다 읽고 가서는 전시 내내 선배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선배는 대표작인 소 그림만 생각하고 굉장히 마초적이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편지를 저렇게나 다정하게 쓰는 사람이었냐며 놀랐다. 어제 동양화를 전공한 은경이한테 들은 건데, 아저씨는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그림에 관련해서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
요즘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계기는 잘 모르겠는데, 어째서인지 이걸 좀 잘 해내고 있다. 상대의 얼굴에 드러난 기분을 살피느라 초조해하지 않는다. 사실 실체조차 없는 기대들인데 괜히 스스로 그 짐을 지울 때가 있고, 그래서 어려운 관계들이 있다. 은경이와의 관계도 그 중 하나였는데 오늘의 만남은 아무 생각 없이 편했다. 은경이는 계속해서 '꿈, 무의식, 영전 존재, 사후세계'에 대해 작업하다가 최근 우연한 경험으로 '일상'을 주제로 작업의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대학원을 한 학기 남겨둔 상태에서 내리기엔 힘든 결정이었지만, 가장 처음 미술을 하고 싶었던 이유로 돌아간 것도, 이전의 주제로 작업할 때보다 나쁜 꿈을 덜 꾸는 것도 좋아 주저없이 결정하고 교수님께도 말씀드렸..
마지막 두 컷인 오늘자 기정이를 보곤 미뤄뒀던 기정이 포스팅을 실행했다. 누나 심장 힘들어 기정아 ㅜㅜㅜ 잘생겼지만 빈틈있고 평범한 여자애를 소소한 계기로 좋아하게 돼서 엄청나게 들이대는 츤츤대지만 다정한 전형적인 인소 남주st지만 그래서 전형적으로 심쿵한다. (이미지 출처 ; 웹툰 캡처)
맘스터치 휠렛 버거를 꼭꼭 씹어 먹으며 초점 없이 찍힌 꽃을 든 가오나시 만큼이나 초점 없는 얘기들을 이 센세와 주고받았다. 유어마인드에 들러 샘플로 나와 있던 마지막 를 집어 나의 차애 카페인 베를린에 앉아 이름도 외우지 못할 독일식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린 계속 초점 없는 얘기들을 나눴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아깝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센세와는 만남 자체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만남 속에서 나눈 대화들은 그것이 얼마나 아무것, 인지와는 상관 없이 가치를 지닌다.
*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느낌이 쎄-해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도 받지 않았다. 원래 만나기로했던 곳의 전 역인 종각에서 내려 영풍에 갔다. 이 코너 저 코너를 기웃거리며 한 시간 반을 보냈다. 일곱 통의 부재중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답이 없었다. 마음을 접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반 정도 갔을 즈음 K에게 미안하단 연락이 왔다. 처음엔 그냥 집에 가서 티비나 보겠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애를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어 그럼 신도림에서 보자,고 했다. K는 한 달 반의 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백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테이크를 사줬다. K의 와인과 나의 레몬에이드를 부딪치며 서로의 직업 없음을 축하했다. * 곳곳에 비. * 다음주 만..
* 큰 행사라 취재는 해야 하고 마감 때라 일손은 부족하고, 해서 엄마가 /네가 가라 일산/ 했다. 행사 자료를 잔뜩 받아 들고 이른 10시 반부터 늦은 5시까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국제 선교 전략 회의인 만큼 세계 선교계의 리더십들이 돌아가며 강연을 했는데, 외국 선교사님들은 어떻게 찍어도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세계 선교계에 어떤 움직임이 있고, 미디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엄마에게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최애 카페인 연희동 노란손수건에서 최애 메뉴가 탄생했다. 레드빈프라푸치노라니! 얼음이 크게 씹히지 않고 통팥이 들어가 있고 아이스크림도 크게 한 스쿱 들어가 있다.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져 있는 팥 세 알이 취향저격. 진짜 지금껏 만난..
* 뭐라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무 계획 없이 잠들었는데, 무작정 올라탄 버스에서 찾아보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정확히는, 있었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설렁설렁 옆동네를 걷다가 하나은행에 들어가서 유효기간이 만료된 체크카드를 갱신했다. 친절한 은행원 언니가 버스 카드 기능을 넣어 줄까요, 하고 묻기에 그게 좋겠다고 했더니 연한 하늘색 바탕에 카카오 프렌즈 중 튜브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카드를 내게 보여줬다. 나는 입에 손을 올리며 헉, 했고 언니는 웃으며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했다. 하나은행 계좌는 자동이체용으로만 쓰고 있었는데 자동이체용 계좌를 옮기고 하나은행 체크카드를 쓸 궁리를 해야지 싶었다. 짱귀염. * 나온 김에 미뤄뒀던 국민은행 체크카드 교체도 해버리자 싶어 ..
오늘은 그 어느 해보다 조용한 생일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즘 보고 있는 1박2일을 보며 손톱을 깎고 빨래가 다 되면 빨래를 널어야지. 그리곤 걷은 빨래를 개고 밥을 먹을 테다. 낮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보고 도레도레에 가서 '축하해'란 수식어가 붙은 케이크를 주문해야지. 야무지게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선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버스정류장으로 갈 테다. 저녁엔 그래도, 하며 자소서를 두어 개 쓰고 이번주부터는 꼭, 하며 뭐라도 쓰려 하겠지. 예상인 동시에 다짐이며 소망이다. 밤이 되면 퇴근한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쇼콜라 쿠키를 선물로 들고 오실 테고 나는 어깨 춤을 출 거다. 축하해, 생일. 기죽지 마. 마음을 잘 지켜야지. 잘 지킨 마음을 나눠야지. 축복해..
* 반엄마가 인천에 방문했다. 운전하는 멋진 여성인 반엄마는 나를 픽업해서 차가 없으면 가기 어려운 카페에 데려가 주었다. 주차공간도 있고 카페 왼편엔 커피나무가 있는 삼각형의 온실이 있고, 카페 뒤로는 낚시터로 사용됐다던 강(?)이 펼쳐져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근사한/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지난 일 년 동안의 일상과 최근의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반엄마는 결혼 후 많은 상황들이 변하면서 우울하고 무기력해졌었는데, 최근엔 말씀을 붙잡고 사람들도 만나며 그런 감정들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했다. 내게는 좀 벅찬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반엄마가 차분해져서 사실 나는 더 편안했다. 내게 이런 말 하면 어른인 척 하는 것 같아서 좀 별로긴 하지만, 정말,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천천..
스카이가 센스 터지는 cf 스타 선택과 함께 컴백을 예고했다. 두근두근. 3년 넘어가니까 폰이 슬슬 정신이 나가던 참이었는데 내 최애 스카이가 돌아온다니! 팬택이 망해서, 아이뻐도 삼별도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일본에 소니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스카이가 있다, 고 생각한다. 얌전히 출시 기다리고 있어야지.
* 인천역. 대학 다닐 때 졸다가 동인천에서 내리지 못하고 종착역인 인천역까지 갔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첫 방문이다. 사실 그마저도 수인선으로 환승하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지만. 동네. 오르막길. 영진분식과 백숙이 있고 옆으로 빠지는 모양새로 쭉 걸어들어가면 칼국수집이 있다. 계속 가면 등산로 입구를 만나 또 다른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다. 또 쨍쨍. * 가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임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얘길 엄마한테 했더니 그 누구도 잘못된 방법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바로잡아주셨다. * 늦은 밤에 B랑 통화를 했다, 오래. 그녀는 자신의 대학 시절 노트를 펼쳐 그 시절의 우리가 얼마나 좋은 공부를, 얼마나 의미 있는 질문들을 받고 고..
* 160617 금요일 가영 언니에게 올해 첫 생일선물을 받았다. 무려 꽃. 꽃을 선물 받는 건 2년여 만인 것 같다. 꽃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환해졌다. 같이 포장돼 온 꽃병에 물을 담고 설명서에 있는 대로 꽃대 끝을 대각선으로 잘라 꽂았다. 꽃다발의 향이 진했다. 꽃의 향이 풍겨올 때마다, 물을 갈아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볼 때마다 언니를 생각하게 될 테다. 동봉된 모이 팸플릿에 담긴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모이(MOOOI)는 네덜란드어로 '아름답다'는 뜻. 꽃은 사치품이란 인식이 보편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네덜란드에서 꽃은 생활용품이라고 한다. 얼마 전 이원근 씨랑 차학연 씨가 나온 브로맨스 어쩌고 하는 영상을 본 게 떠올랐다. 첫화에서 평소 꽃을 좋아하는 이원근 씨의 제안으로 둘은 꽃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