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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 새 양말. 누가 들으면 진짜 웃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옷을 고르는 것 만큼 신중하게 양말을 고른다.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며칠을 들어가서 고민하고, 인스타에서 업데이트 된 걸 보곤 캡쳐해 놓고는 며칠을 또 본다. 내가 양말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몇몇 지인들이 종종 양말 선물을 해주곤 하는데, 사실 고백하자면, 그럴 때면, 조금 곤란하다. 아직 내 취향에 맞는 양말을 선물받아본 적이 없다. * 가사에 좋아해 마지않는 단어들이 잔뜩 들어 있다. 너무 좋아서 아끼고 아껴 딱 필요한 곳에 조심스레 두고 싶은 그런 단어들. 뮤직비디오에서 신호를 인지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에선 같이 울컥, 했다. 목소리가 그리는 감정도 배우들의 얼굴에 담긴 감정도. 그 어느것 하나 마음을 붙잡지 않는 것들이 없다. 이..
어젯밤에 보다가 대장정의 끝-다시 시작,의 느낌이라 괜히 울컥했다. 청춘 콘셉트는 늘 옳다. 진짜 너넨 이제 꽃길만 걸어라. 너네도 잘 하고 우리도 잘 해서 같이 걷자. 아, 빅힛도 잘 해야지. 그리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남준이는 나랑 살자. 엉엉. 남준아. 끙끙.
*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김금희 작가의 글을 보곤 첫눈에 반해서 다시 서점에 갔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집인 센티멘탈도 하루이틀,을 샀다. 이렇게 반짝반짝한 걸 이제야 알았다니. 이야기가 궁금해 급하게 읽다가 문장들이 붙잡아 다시 돌아가서 읽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된다. 그럴 때면 몸을 짜면 커피가 나올 것 같은 좋지 않은 기분이 든다. * 꿈에 잘생긴 남자랑 썸타다 사귀기로 했다. 아마 결혼도 하자고 했던 것 같다. * 며칠 전에 잔뜩 주문한 양말이 도착해 있었다.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랑해요, I hate monday♥
* 집에 가는 길에 만났다. * 꿈에 남준이가 나왔다. 남준이랑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고 우린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마치 영화 화면을 보는 듯이 문자 하고 있는 모습이 동시에 비춰졌다. 이번 공연 끝나고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다음 팬싸인회(공연이었던 것 같기도)에서 만날 수 있겠다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그 팬싸는 100명 한정이었다. 거기에 내가 당첨됐다니!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그곳에 갈수밖에 없는 인맥이 있구나 싶었다. 하. 김남준 정말. 꿈에서도 날 이렇게 설레게 하다니. * S가 전화로 오래오래 불만을 토로했다. 교수들에게 알랑방구 끼는, 자기보다 성적도 못한 아이가 대학원에 갔다면서. 심지어 그 교수는 자기에게 네 성적이 별로여서 내 사회적 위치도 있고 하니 대학원 추천서를 못..
세상 모든 것에 흥미가 감소하는 순간. 종종 그런 순간이 있고 지금이 그렇다. 이것은 아주. 무척이나. 일시적인 감정인데 기존의 어떤 감정이나 상황에서 파생된 것인지 섬광처럼 아무 것과도 연계성이 없는 찰나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그렇다.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것들. / 예전부터 할까 말까 고민하다 지금이야, 하는 마음에 종이로 묶어낸 대학 때의 일기를 모두 비공개로 돌렸다. 웹툰 유료화 같은 개념이랄까. 나만 볼 테다.
책이 잔뜩 쌓인 창고 정리를 위해 알바를 써야 했다. 사장님은 친구들 중에 시간이 괜찮은 사람을 부르라고 했고, S찡이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고 노곤노곤해졌다. 중간에 선배한테 창고청리를 해서 노곤노곤하다고 했더니 화이트칼라인 줄 알았더니 블루칼라였다며 웃었다. 내가 고자라니, 버전으로 내가 블루칼라라니, 를 한 번 외치고 퇴근 준비를 했다. S찡이 고생해준 게 못내 고마워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마침 S찡이 다음날 예정돼 있던 피맥 약속이 취소됐다기에 그럼 피맥! 하곤 지난번 선배가 알려준 팁대로 '광화문 피자 존맛'을 키워드로 검색해 '핵존맛'이라고 추천하는 곳을 찾아갔다.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단 블로거의 말에 조마조마했는데 럭키. 전혀 없었다. 지난 번 만난..
봄밤. This is my Father's World. 집에 오는 길에 교보에 들러 올해의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샀다. 2011년부터 매년 빠뜨리지 않고 산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소설을 읽었다. 이 작품을 잘 읽어내야만 한다는 부담 없이 문장이 살갗에 닿는 느낌 그대로. 사무실이 광화문 교보 근처에 있다는 건, 마치, 방앗간을 지척에 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백석 아저씨가 진짜 근현대 문학사 비쥬얼 원톱인 것 같다. 넘너른히. 좋아하는 거냐 물었더니 잠시의 침묵 후에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더라. 나는 정곡을 찔려서 당황한 침묵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어. 겁나 매력있네. 네. 사랑합니다. 선배에게 키가 크고 싶다고 말했다. 왜냐고 묻기에 롱재킷을 더 멋있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 Phonebooth * 안 그래도 어제 엄마에게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가 내일 혼자 사 먹으,라는 소리를 들었던 참이었는데. 엘님과 션님을 만나 스테키를 먹으러 가게 됐다. 야훌라이! 나는 너무 신이 나서 조금 이성을 잃었다. 아니 조금 많이. 주저없이 살치살을 골랐고 후회는 없었다. 엘님은 내게 크레마 영업을 했고 나는 지금 거의 넘어간 상태다. 돈만 준비되면 될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엘님은 먼저 집에 들어가시고 션님과 둘이 수경이가 일하는 카페에 갔다. 탈탈탈탈 지하철을 타고. 수경이랑은 거의 6년 만에 만났다. 반가워라. 션님과 한참 연애 얘기를 하고. 쇼부를 봐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수경이가 잠깐 짬을 내서 올라오고, 셋의 핸드폰을 모았더니 덕후 냄새가 진동을 했..
* 예배 마치고.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학교에서 제대로 꽃놀이를 못 했으니 오늘 꽃놀이를 가자는 뜻밖의 제안으로 라이딩과 함께 꽃놀이를 즐기러 상암월드컵공원에 갔다. K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그녀의 꾐에 넘어간 것이다. 150원에 자전거를 빌리고는 공공재가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험했다. 내 자전거의 안장은 휘휘- 돌아갔고 K의 자전거 체인은 빠져 있었다. 다행히 안장은 고정이 됐는데 체인은 될듯될듯 결국 안 돼 손에 검댕만 묻히고, K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른 자전거를 빌려 왔다. K는 이제 자전거를 잘 탄다. 그녀의 말대로, 동유럽에 가도 될 것 같다. 나는 자전거 여행 말고 가서 잠깐 빌려 타는 코스로 자전거를 넣자,고 했다. 호수(인지는 뭔지는 잘 모르..
새 신을 신고 동서울터미널로 외근을 다녀왔다. 동서울 터미널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군대 간 애인이 없었어서 그렇다. 너도나도 다 신는 흰색 스니커즈를 나도나도 샀다. 엄마 앞에서 원래 신던 걸 빨았더니 신을 게 없고 나는 흰 운동화가 갖고 싶다고 한탄을 했더니 맘 바뀌기 전에 얼른 하나 고르래서 골랐다. 알고보니 나는 아직도 에이비씨마트 회원이 아니길래 가입하고 만오천 원이나 할인을 받았다. 제 돈 주고 사면 아까운 것들이 많다. 그치만 그러면서도 제 돈 주고 사야 제대로 된 걸 샀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제멋대로다. 경건은 형태가 아니라 마음이고 마음에서 비롯되는 행위다. 그런데 자꾸만 텅 빈 형태를 정해놔서 문제다. 마음이 없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속이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건 어려운..
반 년만에 꽃놀이를 하겠다고 찾아간 학교가 너무 못생겨져 있어서 속상했다. 이제 경희랜드는 없다. 오랜만에 만난 A씨랑 졸업하고 더 자주 보는 K씨랑 꽉 참으로써 휑해진 학교를 산책하면서 그래도 학교가 예쁠 때 다녀서 다행,이란 말을 주고받았다. 학교를 산책하기 전에 조금 매콤한 치킨이랑 인절미가 얹어진 피자를 먹었다. 짱맛. 둘을 함께 만난 게 신나서 복숭아 맛 알코올을 너다섯 잔 마셨다. 흥이 올랐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졸린 기분이 들고 눈꺼풀이 무거운데 눈을 감아도 잠은 안 온다. 명확하고 쉽고 일렁이는 문장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