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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 위클리를 정리하다 뒷편에 꽂아둔 걸 다시 찬찬히 봤다. 지금까지 받은 올해의 마음들이 모두 노랑노랑하다. * BLACK WE LOVE. 29cm랑 i hate monday의 컬래버레이션. 네 켤레 중 두 켤레에만 포인트가 있는 게 조금 아쉽지만, 진짜 마음에 든다. * 채널을 돌리다 엠넷에서 센치해 뮤비를 보곤 취향저격 당했다.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디지페디였다. 아, 노래도 취향저격.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빅뱅과 아이콘 사이에 이렇게 참한 것이 있을 줄이야. 이번 앨범과 지난 앨범을 모두 찾아 들었는데 진한 힙합이거나 어쩐지 와 닿지 않는 몇 곡을 제외하곤 모두 좋았다. 위너 노래 진짜 좋네. 아낌없이 좋다.
잘 모르는 선배의 부고를 들었다. 이제 겨우 스물아홉인데. 그녀의 부모님은, 남편은, 어린 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모든 언어가 혀끝에서 증발됐다. 삶이 이런 걸 마주할 때마다, 매일매일 잘 살아내는 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진심으로.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엔 가족들의 마음의 위로를 구하는 기도를 드려야지. 죽음 앞에선 내가 마주하고 살아내야 할 삶의 방향이 너무도 명확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것이 한 순간의 상황과 감정에 휩쓸리기만 하고 정작 삶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 6개월 동안 다녀본 공방 사무실 중에 가장 예뻤다. 옆에 있는 펜션도, 이 공방 건물도 지인들과 함께 직접 지었다고 했다. 기껏 춘천까지 가놓고는 펜션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촬영을 위해 동행해 주셨던 팀장님께선 얜 도대체 기사를 쓸 애가 그런 것도 적극적으로 둘러보지 않고 뭐 한 거지, 하는 마음을 내비치셨다. 부끄러웠다. * 화보가 늘 취향저격인 어r반라이크,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맙소사 스코틀랜드!를 외치게 했던 김애란 씨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한 번쯤 읽고 싶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늘 예쁜 방탄이들의 DARK&WILD.
신작이 나왔다는 말에 잴 거 없이 서점에 달려갔다. 사랑합니다, 윤이형 작가님. 엉엉. 그리고 늘 좋은 나일론. 작년 12월호 못 산 게 아직도 한이다. 외에도 사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겨우 이 두 권만 건져 왔다. 지난 여름에 서점에서 번호를 달라고 했던 애를 또 만났다. 내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책을 검색하는 내 옆에 와서는 정말 자기 이상형이라 그런데, 자기가 이러는 거 정말 처음인데, 라며 옆에서 웅얼웅얼 말했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니까 처음에는 고맙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책은 안 찾아지고 옆에서 자꾸 웅얼거려서 지금 뭐라고 하시는지 하나도 안 들린다고 말했다. 소심한 얼굴을 한 그 아이는 내가 짜증스럽게 엔터를 치자 아, 그럼 책부터 먼저 찾..
★이사야 45장 04절-08절 "공의가 움돋는 땅"_김기석 목사님 사람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까닭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의 불의에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그분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좌절 속에 있는 이들에게 빛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말씀은 고레스를 통한 해방 이야기다.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보고 계시며 고레스와 같이 그분을 알지 못하는 이들까지도 그분의 일에 도구로 사용하신다. 모든 일들 속에 하나님이 함께하시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생에서 만난 모든 것을 하나님과 접속하기 위한 기회이자 도구로 삼아야 한다. 그랬을 때 인생이 헛되지 않게 된다. 하나님과 접속해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
* 디자이너님께서 용기, 라며 주셨다. 으왕. 아. 단행본에서 벌써 오류가 두 개나 발견됐다. 서문에 글자가 하나 빠졌고, 본문 중에 '>' 기호로 표시됐어야 할 것이 처음 표기였던 'Q.'로 남아 있는 페이지가 있었다. 너무 속상해서 한숨밖에 안 나온다. 왜 그걸 못 봤지. * 광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는 예쁜 언니를 만났다. 서울에 올 때마다 시간을 내 만나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덕분에 일 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본다. 언니를 속상하게 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듣곤 울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 얼마나 잘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곤란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최악은 잠수다. 아닌 거면 차라리 아니라고 확실히 말해주는 편이 낫다...
* 나온다 곧. 그리고 나온다 나도 곧. 매달 같은 이유로 고민하는 건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 그리고 보실 리 없겠지만, 마음을 전해야지. 엄청 귀찮게 굴었는데도 친절히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1분 모두. 사실 개중에는 이전에 다른 기자들이 한 실례에 마음이 상해 이번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으신 분들이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무수히 죄송,해야 했다. 그래도 종내엔 내가 무슨 잘못이겠냐며 좋은 얼굴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 지하철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을 꺼내든 남자의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단순히 제 정신이야? 하는 마음이었다가 왜?를 생각했다. 너무 춥고 어두워서 그랬던 게 아닐까. 노숙보다 감옥이 나을 것 같아서.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칼을 꺼내들기로 결심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고통..
열일곱에 만났는데 벌써 스물하나가 된 과외몬들을 만났다. 분위기 메이커인 J가 여자애들하곤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도, 소심해 보이기만 하던 H가 사교성이 좋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둘 다 해맑아서 내내 즐거웠다.
* 이 센세의 말에 번졌나? 하고 눈 밑을 몇 번이고 문질렀지만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밧데리가 없다. 충전돼 있다고 생각한 걸로 바꿔 끼웠는데 반도 채 충전돼 있지 않았다. 늘 쌍방과실이다. 당신도 나 만큼이나 잘못이 있단 말이다. 내가 너무 쌍년이 된 것 같아서 엄마랑은 통화하면서 조금 울기도 했다. 엄마는 울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 말을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그런 사람의 말을 내 것으로 받아 속상해 하기엔 내 감정이 너무 아깝다고. 엄마의 말대로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나는 아직 그만한 깜냥이 안 된다. 늘 부정적인 말들을 잔뜩 주워들고 무거워 심해로 꺼져버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뭍으로 올라가기 위해 애처로울 정도로 발길질을 해댄다. 그래서 센세와 마주한 나는 급격하게 ..
핵은 여기도 떨어진 것 같다. 나는 지금 진행하는 일들이 감당이 안 되고 앞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너무 많다고 말해봤자 많지도 않은 걸로 왜 유난을 떠냐는 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 바닥 자체를 떠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짙은 요즘이다. 일단은 여기부터.
★마태복음 04장 12절-22절 "그늘진 땅을 비추는 빛"_김기석 목사님 악마는 식별 가능한 객관적 실체라기보다 우리의 마음을 현실에 묶어두고 하나님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세력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이 세력의 유혹을 받으셨지만 확실하게 뿌리치시고 세상이 그를 휘두를 수 없는 독립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그와 동시에 예수님은 십자가 사건 이전부터 자신을 죽이셨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죽음 즉, 자기부정 없이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예수님이 거주하신 가버나움은 해변 무역로가 통과하는 곳으로 사람도 돈도 많았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을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표가 돈이 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확실히 불행해진다. 이사야의 표현을 빌리면 가버나움은 그늘진 죽음의 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