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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 발품 팔 일이 있어서 바로 방산시장으로 출근했다. 이십여 개의 점포를 돌았다. 점포의 주인은 전문가였고 나는 애송이였다. 점포의 주인은 중년의 아저씨였고 나는 (그들이 보기엔) 어린 여자애였다. 이 점은 대체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몇 군데에서는 /너는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니까/를 썩 유쾌하지 않은 방향으로 깔고 들어가기도 했다. 사실 그런 마음이 아니라, 그저 말하는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모든 시기가 다 그렇겠지만 사회에서 어린 여자애로 살아가는 시기 역시 장단점이 있다. 대체로 불쾌하지만. * 일을 마무리해 보고를 하고 2시쯤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는 불륜 느낌이 짙게 나는 커플이 있었다. (앞으로 하려는 얘기를 들으면 불륜이 아닌 거 아냐? 하..
해피투게더를 보다 이영표 선수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기록해 둔다. 엠씨들이 안정환 아저씨랑 이영표 아저씨의 현저히 다른 해설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영표 선수는 안정환 아저씨의 해설이 재밌고 편안하게 다가간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그와 똑같이 재밌는 것에 중점을 둔 해설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재미는 우리 팀이 승리하고 있을 때만 유효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 정말이지 아, 했다. 재미라는 무기가 무력해지는 순간이 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선 그 어느 것도 재밌을 수 없다. 그렇기에 지식과 경기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에 기반한 정확한 해설로 지금 왜 지고 있는지, 지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지 전달해줘야 하는 것이다. ..
꿈에 태태랑 남준이랑 정국이랑 홉이가 나왔다. 심지어 우린 내 로망이던 Y대 학생이었고(그런데 왜때문인지 여름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아, 와중에 홉이는 7-80년대st 마이까지 갖춰 입은 검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런 디테일한 기억이라니),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무슨 동아리였는지는 기억이 없다) 홉이가 동아리 장 같은 역할이었던 것 같다. 어째서인지 모든 동아리들이 공동 동아리방을 사용하고 있었고, 우리가 외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동방에 가니 그곳에 있던 한 학생이 나가면서 굉장히 아니꼬운 얼굴로 우리에게 동방 청소를 좀 하라고 했다. 우리는 아니 왜 우리만? 이라며 어이없어 하다가 이내 청소를 시작했다. 태태가 창틀을 닦겠다고 창틀 위로 올라가 앉는 걸 보고 나는 나쁜 손으로 궁디 ..
* 진기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순간 버스 안에서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아. 모든 생각을 멈추고 노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하는 목소리. 진기는 꼭 음 하나하나를 꼭꼭 밀어서 내는 느낌이다. 스엠은 왜 우리 진기 솔로 안 내주지요? 목소리가 이렇게나 좋은데? 엉엉. 하나 내 주라 줘. * 갑작스레 하루의 휴가가 생겨서 오전엔 기사 정리를 좀 하고 오후엔 급 K씨를 만났다. K씨는 오늘 리무버를 살 거라며 블랙 아이라이너로 점막까지 착실히 채우고 나왔다. 영화를 볼까 했으나 차선의 것밖에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 커피한약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B가 소개해 준 이후로 K씨와도 꼭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둘 다 더워더워더워 하며 1인 1컵빙수를 주문했는데, 흑임자 빙수인 듯한 빙수의 얼음(이라고..
신발을 사면 항상 뒤쪽 안이 헤진다. 그렇게 되면 양말도 같이 헤지게 되는데, 후자 때문에 더 속상해지곤 한다. 퇴근 길에, 신발 때문에 좋아하는 양말의 수명이 다해가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어! 하고는 퐁대로 달려갔다. (어차피 체인점을 이용할 거니 캉남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캉남은 발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땅이라 빨리 벗어나야 했다.) 두어 군데를 돌았지만 지금 신고 있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색 배합만 다른 새 신을 샀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AS 접수를 했다. 둘 다 더는 수선할 수 없을 때까지 고치고 고쳐서 오래오래 신고, 더는 신을 수 없게 되면 같은 걸 살 테다. 왜 여태 A사의 스니커즈에 눈을 두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마..
언젠가부터 집중력이 흐려져 한 권을 채 다 읽지 못하고 다른 책을 집어 든다. 8월은 작고 예쁘고 웃음이 나는 책들과 보내고 있다. 여름에 알맞은 온도의 책들. 외에, Littor를 사서 구병모 작가님과 종현이의 인터뷰를 읽곤 잠시 덮어뒀고, 신간을 제쳐두곤 모든 요일의 기록을 사서 반쯤 읽다 또 덮어뒀고, 호기롭게 산 한국 학자의 자살론과 본문 조판 참고서,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집중적으로 기도하자,고 그러니까 이 기간 만큼은 매일 기도를 해 보자,고 정해놓은 기간이 끝나가기 무섭게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전 같았으면 무너져서 기도할 생각도 안 했을 텐데 이젠 덜 무너지고 가장 먼저 기도를 떠올린다는 거다. 정말이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빨강 뾰족 구두를 신은 M씨랑 예배를 드리고 더위를 피해 독서를 했다. 반 년간 공시를 준비하던 M씨는 좋은 기회로 다음주부터 회사원이 된다. 덕분에 맘편히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화면은 내내 선명하고 오색찬란했다. 유치하고 사랑스럽다. 취향저격. 왕대륙 씨는 더 크고 러프하고 잘생긴 버전의 동우 느낌이었다. 전형적인 스토리였고 그래서 이변 없이 좋았다.
* 갑자기 휴가를 받아서 원랜 저녁에 보려던 K씨를 낮에 만났다. 세 개의 노선을 타고 경리단길에 갔다. 살치살과 고추참치맛이 나는 스파게티를 배부르게 먹고 목적지인 마얘를 찾아 땡볕을 헤치며 걸었다.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휴가인지 굳게 닫힌 마얘와 마주해야 했다. 너무 더워 실망할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주저없이 바로 옆에 있던 카페에 들어갔다. 온 몸에 타투를 새겼으나 얼굴과 말투, 커피를 내려주는 행동은 무척이나 순박해 보이는 주인 아저씨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에스프레소를 담은 컵과 우유를 담은 병을 따로 들고 와서는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바로 라떼아트를 해주셔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로운 경험. 카페 한쪽에선 레오 아저씨의 리즈 시절이 담긴 영상이 나오고 있어서..
모든 마감은 일단락됐고, 일을 하자면 할 게 없는 게 아니었지만 또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었고, 이 더위에 에어컨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재한 상황이었고, 대표님은 사무실에 붙어 있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낮에 퇴근을 하게 됐고 2주의 방학 중 첫 번째 주를 보내고 있는 이 센세에게 벙개를 제안했다. 디큐브시티는 여름수련회를 마치고 집에 갈 때 신도림이 종점인 버스를 타고 내려 경유지로 지나가거나 지난 회사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 쪽을 이용했던 게 전부였다. 어쩐지 신도림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씨즤븨 이용 때문에 익숙하단 이유로 테크노마트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정말 갈 데가 없다고 툴툴대면서. 디큐브시티가 이렇게나 좋은 곳인지도 모르고. 센세를 만난 나는 ..
* 오랜만에 예전에 쓰다 만 noncommittal을 꺼내봤다. 사실 팬픽이라는 건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해 보게 되는 건데, 내가 내 취향을 잔뜩 넣어 쓴 것이니 좋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해. 너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걸로 하자. 변하지 마. 사실, 그게 좋은 거잖아. 그치만, 나는 변하지 않으면 조금 곤란해지니까, 나는 되도록이면 빨리 변해버리는 사랑을 할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게. 너의 사랑은 변하지 않아야 상대를 지킬 수 있지만, 내 사랑은 변해야만 상대를 지킬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나 자신도." 이 부분을 읽고는 이걸 다시 이어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써 봐야지.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졌다. * 팬픽도 그렇고 일로 쓴 기사도 그렇고. 당시에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