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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 디자이너님이 공차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주셨다. 사진으론 잘 못 담아냈는데 뚜껑이 진짜 고퀄이다. * 선배에게 요즘 관심사를 물었더니 얼마 전에 여자친구 생겨서 연애가 요즘 관심사 중 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 훅, 들어온 감이 없지 않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드디어 연애하는 거냐고 했다. 진짜 신나 보였다. 다음엔 덜 억울하게 잘생긴 사람 좋아할 거다. 그게 마음대로 되냐마는. * 요즘 팬질 너무 어렵다. 팸끼리 명함 돌리던 때가 좋았지. 근데 아무리 초동 때문이라지만 똑같은 앨범 그렇게 많이 내는 거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별개로. 민윤기한테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 윤기 오빠 ㅜㅜㅜ 민오빠 ㅜㅜㅜ * 흔히 우리 세대를 N포 세대라고 한다. 청년들에게 월 얼마를 받으면 연애도 취미도 포기하지 않으..
아이돌 덕질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아이돌은 결국 성장서사고 나는 성장서사 덕후이기 때문이다.
* 호시절 * 이번주부터 새로운 디자이너님과 일하게 됐다. 디자이너님 진짜 짱좋다. 그래서 어젠가는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노나먹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며 뜬금없이 디자이너님이랑 일해서 진짜 좋다고 고백했다. * 예민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 잔상이 아주 안 남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타인의 눈치를 보고 내가 타인의 앞에서 했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불안해하는 게 좀 나아졌다. 잠깐 생각하다가도 에이- 이미 지났는데 어쩌겠어, 하고 말하버린다. 그래 어쩌겠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상대 마음에 들어야 할 이유도 없고. * 김성규 진짜 좋다. 태풍도 들을수록 좋다. 늘 그랬듯이 성규 파트가 가장 많고 성규 파트가 가장 좋다. 이번 앨범 중 가장 주저없이 플레..
* 서울역에서 7시 반에 KTX를 타기 위해 5시 반에 집에서 나왔다. 10시부터 있던 일정을 마치고 같이 점심을 먹고 다시 서울역에 도착하니 3시 반이었다. 과연 일일 생활권은 좋기만 한 것인가, 에 대해 생각했다. * 인터뷰를 다니면 각 지점의 지점장님과 부지점장님들을 만나뵙게 되는데 이번 달에는 한 분의 여자 지점장님과 한 분의 여자 부지점장님을 뵀다. 은행에서, 넓게는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남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당차고 스타일리시 해야 하는구나. * 서울역에서 아침을 맞는 홈리스 분들을 보면서 문득.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팩트는 그들에게 집이 없다는 거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연휴의 마지막 날 센세와 노 계장을 만났다. 노 계장과는 2년 만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나는 자꾸만 노 계장을 공격했다. 걔만 보면 그렇게 못된 말을 하게 된다. 막 악의가 있는 말은 아니고 그냥 가벼운 디스랄까. 노 계장도 그걸 알아서 자꾸 억울해하면서도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사실 우리는 노 계장과 할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카페에 앉아 있으면서 서로 눈치를 보며 쟤는 왜 안 일어날까, 생각했다. 결국 내가 /이제 널 보내줄게!/라고 외쳤다. 노 계장을 역까지 바래다주곤 센세와 3차를 가 2차에서 다른 음료를 마시느라 마시지 못한 카페인을 섭취했다. 센세는 요즘 커피 없인 못 사는 몸이 돼서 자신의 몸속엔 커피가 흐르고 있을 거라고 했다. 센세와 있으면 할 말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 사이에 노..
* 좀 뜬금없지만, 엄마에게 내가 지금은 너무 미진하니 더 좋은 딸이 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부차적인 건 나를 위해서 필요한 거고 나는 지금의 나로 됐다고 그 자체로 100%라고 해주셨다. * 규에 대해 생각한 거라곤 최근 접한 컴백 티저를 보고 돈을 너무 안 썼구나, 가 전부였는데 꿈에 규가 나왔다. 심지어 규는 규인데 너무 피곤해서 쌍꺼풀이 진하게 생긴 얼굴을 한 규였다. 덕분에 꿈에서도 내내 혼란스러웠다. 저 얼굴이 규라니. 규의 얼굴이 아닌데 나는 왜 저 사람이 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동기인 탱도 탱의 남자친구와 함께 나왔다. 당황스럽게도 탱이 원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여우 같은 성격으로 나와 꿈에서의 악역을 맡았다. 나랑 규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만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 서..
* 연휴에도 토익 강의는 휴강을 하지 않아서 부침개도 못 부치고 강남에 가서는 일본풍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먹었다. *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처음 들어가서 이력서에도 못 쓸만큼 다니고 나왔던 곳의 대표님에게 뜬금없이 연락을 해 추석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때 격려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글을 쓰는 걸로 먹고 살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답장이 안 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답이 왔다. 당당하면 당당해질수록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 당시에도 훌륭한 기자가 될 인재로 봤었고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응원하겠다고 또 격려해 주셨다.
* 오늘부터 연휴를 하라고 하셔서 2회차를 끊었다. 초반부에 나오는 연극 대사에 /각성/이란 단어가 포함되는데 다시 봐도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내가 느끼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결과 다른 결이랄까. 후반부에 은희가 읊는 건 은희의 목소리 덕분에 이질감이 덜한데 초반에 그 여성분이 제대로 각 잡고 발음하는 /각성/은 그 부분에서만 영화의 장르가 바뀌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보니 료헤이는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네 잔의 차만 마셨더라. 안쓰럽. 이게 다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사람들은 료헤이의 말을 듣지만 알아듣지 못한다. 은희는 모두와 소통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잘 모르는 외국어로 대화를 해야 하는 료헤이하고만 거짓이 없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잘 모르는 외국어로 대화를 할 때는 가장 직관적이고..
* 오후에 용인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강남으로 넘어와 저녁에 토익 수업을 들었다. 의지적으로 빠지지 않은 게 무색하게 리딩 수업 후반부는 계속 졸았다. 선생님 보기가 민망했다. 스물여섯을 먹고도 수업 시간에 졸다니. 휴ㅅ휴 리딩 강의 뒤에 리스닝 강의가 있는데 리스닝 강의는 뒷 반과 합반을 해서 듣는다. 그래서 리딩 강의가 끝나면 교실에 있던 수만큼의 학생들이 더 몰려오는데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내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 괜찮아요- 하며 주섬주섬 가방들을 치우려는데 뒷자리가 비었고 아이는 자신이 뒤에 앉을 테니 그냥 두라고 했다. 교복도 아이의 얼굴도 말간 느낌을 줬다. 그게 괜히 좋아서 부농부농한 미니쉘 하나를 건넸다. 녹았다가 다시 굳은 거라 모양은 좀 이상한 데 이상한 건 아..
* 올해 가을의 첫,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의 내 첫 인터뷰는 대전 성심당. 대표님이 들려 주신 이야기들이 무척 참해서 이걸 어떻게 잘 담아내야 하나, 하고 내내 마음에 긍정적인 부담이 됐다. 사랑이 중심이 된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 오늘의 하늘 * 서울극장에서 를 봤다. 이 내가 접한 최초의 독립영화인데다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도 책도 모두 좋아하는 분위기여서 도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좋아해마지않는 한예리 씨가 주연인데! 참한 권율 아저씨도 나오는데! 그러다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아, 결국 영화관에서는 못 보는 건가 했는데 뜻하지 않은 타이밍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게 됐다. 럭키. 영화는 역시 좋았다. 의 첫 번째 이야기가 떠올랐다. 둘 모두 타국어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