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방
- layra
- ParLak
- AMHYANG
- La Porte etroite_naver
- 센서블리
- 나무, 버스정류장
- 댁의 예쁜이들은 어떻습니까?
- 한낮의 오수처럼
- 국경의밤
- off-the-record
- 강변살자_고아라님
- Winter Light l 빛. 맑음
- 사이이다
- NANAN -
- 유럽에서 100일
- seoyounhu.home
- BANGTAN BLOG
- 딴짓의 세상
- 슬로워크
- DECEMBER HOLIDAY
- 소년의 내일
- 바닐라 스카이
- 타르테의 기타이야기
- Paper Cloud
- urbanline
- MUSK ON, MUSK ON
- QUELPART
- HappySky + 맑게빛나다 :)
- Reason 4 breathing
- 이나 티스토리_스킨소스
목록DAILY LOG (1175)
Write Bossanova,
한낮. 햇볕의 춤. 혼자 버스를 몰고 온 군인애가 차를 세우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다 담배를 발로 눌러 끄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내게 와서 동네 피씨방을 물었다. 아는 게 없어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누나가 미안해. 일 년여 만에 수린이를 만났다. 어제 내가 훔치듯 잡은 약속이었다. 카페에 앉아 세 시간을 떠들었다. 나는 자꾸 그 아이에게 이 만남이 어색하진 않은지, 잠깐씩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들이 괜찮은지 확인했다. 아이는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그런 게 아니냐며. 아주 아닌 건 아닐지 모른다. 그러면서 헤어질 때 또 만나 줄거냐고 물었다. 아이는 이번엔 저가 먼저 연락하겠다고 했다. 오. 나는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쌓여야 편해지는 촌스러운 사람이라. 막상 만나면 아주 편하지 않을 거..
털어내고 잊을 게 많은 하루였다. 오전엔 출판사 면접을 보고 오후엔 온라인으로 잡지사 작문 시험을 봤다. 오전엔 사전에 말도 없던 교정 교열 테스트를 봤다. 바로 채점을 해줬는데 좀 잘 봤다. 면접관 셋이 들어와서는 명함도 주지 않고 자기소개도 없이 면접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대뜸 가정의 경제상황이 상 중 하 중에서 뭐인 것 같냐고 물었다. 질문이 천박하다고 생각했다. 영어 시험도 안 봐놓고 복수전공도 안 하고 뭐했냐고 했다. 살면서 열심히 노력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배고파 본 적도 굴곡도 없는 삶이라고 평가했다. 술담배를 안 한다고 했더니 못마땅해했다. 국문과 나와서 교정 교열 좀 하고 글 다루는 재주 있는 것 외에 네가 내세울 게 뭐가 있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너네 신입으로 공고 냈..
난생처음 유학박람회에 갔다. 유럽 연합 교육 박람회라고 명명된 행사였고, 유럽 각국의 대학이 부스를 열어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일전에 영국 유학 검색하면서 알게 된 블로거처럼,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가 있고 서류나 영어 점수 등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최종점검 식으로 참여했으면 알찼을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서 동태만 살피러 갔는데 원하는 정보는 대학 홈페이지에 더 많은 느낌. 원체 사람도 많았고, 유독 내가 우선순위에 뒀던 독일 부스가 인기가 많아서 이래저래 어려웠다. 학비가 없다는 걸 노리고 독일에 관심을 뒀는데, 학비는 없지만 생활비는 못해도 한 달에 80이 든다고 했다. 녹록지 않구나. 사실 한국에 살면서도 그만큼을 쓰는데, 벌이 없이 타지에서 그만큼을 쓴다고 생각하니 헉,..
오래된 와이잭으로 음악과 처음과 분위기를 공유했다. 보람이는 건강할 뿐 아니라 강한 사람이었다. 강하면서도 비좁지 않고 따뜻했다. 원래 자신의 인생 목표가 행복한 것이었는데 한때 너무 행복해서 이미 인생의 목표를 성취해버렸단 생각에 공허해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한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자신의 좋은 에너지를 타인에게 흘려보내 함께 행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너는 내게 있어서는 이미 그 목표도 이뤘다고 말해줬다. 진심이다. 보람이가 대만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보람이에게 밝은 기운을 전해받지 않았던 적이 없다. 망원시장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닭강정, 김밥 등을 간식거리로 사고,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한 장에 네 개를 내어 주는 수입 맥주를 사서는 한강에 갔다. ..
* 생면부지의 타인 셋이 단란하게 4등을 관람했다. 원체 상영관이 많지도 않고 개봉 후 시간이 좀 지나기도 해서 상영관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운 좋게 종영을 며칠 앞두고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의 호흡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글들을 봤다. 러닝타임을 확인하지 않고 들어갔고 체감 상영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였는데 나와서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흘러 있었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아이를 몰아세우던 준호 엄마의 연기 때문인가 싶다가 허허, 고놈 참,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귀엽고 담담한 눈망울로 잔망스럽게 연기도 수영도 잘 한 준호 때문인가 싶다가 초반에 넋을 놓고 봤던 정가람 씨의 몸 선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인권위원회와 관련해 제작된 영화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영화에서 세 가 정..
거의 4-50분 내내 말렸다. 웃으면서 자꾸 꼬리를 물었다. 바보같이 꼬리를 내 준 내 잘못이다. 초딩같았다. 내공이 부족하다. 그리고 진득한 경력이 아닌 경력은 없는 것만 못한 듯했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내향적인 것도 들키고 살갑지 못한 것도 들켰다. 필요할 땐 외향적이 되고 살갑진 못하더라도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였을 것 같았다. 더 큰 기획사가 아니고 왜 여기예요? 인디도 좋아한다면서 왜 여기예요? 생각해본 질문인데도 횡설수설 답해서 끝나고도 자꾸 곱씹게 된다. 여기서도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이 질문에서는 돈을 벌고 이제 제대로 경력을 쌓아야 하니 그냥 참겠다고 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인데, 너무..
백수의 월요일. 좋아하는 엔크리스토에 가서 초코 무스랑 샷을 하나만 넣은 우유가 가득한 라테를 마신다. 그리고 들고 간 노트북이 무색하게 들고 간 메시지 성경의 이사야서를 묵상하고 카페에 있던 신앙서적을 읽는 데 시간을 썼다. 영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다 읽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곧 다시 와서 마저 읽어야지. 그래도 지난 3월과 다르게 이번엔 걷고 있다. 같은 이름으로 명명될 시간이지만 그래서 같지만 다르다. 3월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어떤 의지도 생기지 않아 그 침잠하는 감정에 충실했다. 지금은 아니다. 걷고 있다. 뛰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더 천천히 걸을 예정이다. 계속 하다 보면 뛰는 사람에게도 나는 사람에게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
*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었다. 비긴 어게인을 제작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선택했다. 기계에서 발권한 티켓이 너무 구려서 속상했다. 그냥 영수증을 주지. 나뚜루 주인 아저씨께 바닐라 쉐이크와 초코 쉐이크 중 뭐가 더 맛있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해 초코 쉐이크를 샀다. 나왔어요~ 하며 건네 주시는 컵이 생각보다 작아서 또 조금 속상했다. 백수가 사치 좀 부리겠다는데 여러모로 안 도와주는구나 싶어서. 영화는 내 취향을 저격했다. 음악을 중심에 놓은 성장서사라니. 두 번째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여자애가 바다로 떨어지는 척만 하라는 대본과 달리 진짜 바다에 몸을 던진다. 심지어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왜 그랬냐고 다그치는 남자애에게 여자애가 말한다. 절대로 적당히 하면 안 된다고. ..
* 곡물빵 같은 건강빵 느낌의 무덤덤한 빵이 먹고 싶은 늦은 밤이었다. 먹고 싶어!라고 속으로 소리지르며 인스타를 보다가 뜬금없이 L언니의 게시물에 곡물빵이 먹고 싶다고 덧글을 달았다. 그러자 언니가 자신은 가진 게 돈뿐이라며 선물을 보내왔다. 짱 멋진 여자. 가진 게 돈뿐이라니! 나는 덥썩 받아서 시기를 골라 외출했다. 새로운 걸 먹어볼 생각에 신이 났다. 꾸덕한 치즈 위에 보슬보슬한 빵이 있고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생크림이 빵가루에 둘러싸여 있었다. 짱맛.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 어제의 출판사에서는 이번엔 함께 할 수 없다며 더 좋은 기회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되길 바란다는 식의 메일이 왔다. 더 좋은 기회,를 곱씹었다. 거절의 말을 하는 건 늘 어렵다. 그 팀장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애써..
* 신사역과 한남대교 중간즈음에 있는 곳에서 필기도 보고 면접도 봤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길이 또 있겠지. 요즘 주문처럼 되뇐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고. 그런데 면접에서 태어난 시간을 물어본 건 좀 의아했다. 사주라도 볼 셈인가. * 배가 고파서 별 생각 없이 들어간 지하철역 편의점에서 득템했다. 출시된 초반엔 동네 편의점에서 득템하곤 완전 취향저격 당해서 그뒤로 종종 찾아다녔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감격에 겨웠다. 오리온이 초코파이 바나나의 디 마케팅 전략을 철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오늘 이걸 득템한 것엔 기회비용이 따랐는데, 눈앞에서 버스를 보내고 초코파이 까먹으면서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 또 오해영을 회차마다 2번씩 본다. 에릭 씨 얼굴을 가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