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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롱 탐 노 씨, 일기. 직전 일기와 이 일기 사이에는 대만과 일본이 있다. 언젠간 기록하게 되겠지._ 사무실 화장실에는 비밀번호가 있는데 며칠 전에는 휘몰아치는 업무를 하고 화장실 문 앞에 섰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결국 사무실로 가서 번호를 물어보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진짜 막막하더라고. 2021년에도, 2023년에도 센트럴파크에 있는 사람들은 느긋해 보였다. 모두의 마음이 풀어지게 만드는 장소에 대해 생각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며 살갗에 닿는 햇살을 감각할 수 있는 곳. 나에게 그런 곳은 어디일까.전시장 가득한 사진들 만큼이나 자세히 보게 됐던 것은 작가님의 메인 잡이 물리치료사라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이었나,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한 친구들과의..

나는 우스OUSSS[us :]라는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한정판 플라마리온 프랑스어 사전에도 은근슬쩍 올려놓은 그것. 하지만 ',,,+!]((('로 시작하는 이것을 독해해낼 능력은 없어서 또 자료를 조각 모음했다. 작가의 인터뷰와 여러 전문가들의 해석을 토대로 가닿아 본 우스는 다음과 같다.'작업 중이던 작가가 찾는 생각의 공간. 1990년대 후반부터 차근히 구축되어 온 우스는 작가의 우주이자 피난처인 동시에 형태소이고 접속사이며, 용어이자 개념이다. 이곳의 캐릭터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형상이다.'근본은 어쩔 수가 없어서, '형태소'를 언급한 대목에 마음을 빼앗겼다.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 형태소. 이것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전시실 중앙에 놓인 작품의 상..

Y언니랑 급 드라이브. 왜인지 무료 통행의 날이라서 오 굳! 하고 신이 났다._ 각 시기마다 배역을 따낸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처럼 인생을 대하면 어떨까. 그 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거지. 새롭게. 다음 자소서는 이 맥락으로 써봐야지 싶다.

구글의 역사가 겨우 25년밖에 되지 않았다니. 마지막 공간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눈을 가리는 감언이설들에 대해 생각했다. 전시를 보고는 마음이 파탄났다. 김구림 작가님 작품들은 배경 지식 없이 보기가 어려웠다. 도슨트 타이밍을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_ 그런데 갑자기 미술관 들어오기 직전에 친구랑 까똑으로 보험 얘기 시작되고 오늘까지 보장이 쩌는 게 있어서 자기도 들었다는 말에 전달받은 오픈챗으로 보험 얘기 시작하고,... 견적서 받아도 진짜 보험은 용어부터가 너무 이세계라. 다음 전시도 예약해놔서 넘어가야 하니까 일단 전시장을 돌긴 도는데 정신은 분산돼 있고 작품은 심란하고 해서 두 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 진짜 보험 용어 왜 그렇게 유지해야만 하는 건지,... ..

반하는 일은 사고다. 내 의지가 개입될 틈이 없고, 사고 현장의 주변부를 살피거나 목격자의 진술을 더해 그 원인을 규정해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실은 그 원인,이라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그저 취향의 궤적을 되짚으며 얼기설기 유추해낼 뿐이다.갤러리 안을 걸으며 작년 화랑미술제에서 최수인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기억을 더듬고 다시 눈앞의 그림들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일어서 있다'를 건져냈다. 분명 파도인데 이족 보행을 하듯 일어나 있었다. 파도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파도가, 일어서, 있다. 이렇게나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배경은 무척 화창하다.'일어서는 일'을 마주할 때면 황정은 작가님의 《백의 그림자》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그 책의 등장인물들은 삶을 잘..

요즘 티켓팅 타율이 바닥이라 나는 또 실패했지만 자력 티켓팅엔 언제나 강한 덕메 덕분에 경복궁 생과방 체험을 했다. 진짜 이런 신선놀음이 또 있을까. 활옷, 화롯. 새로운 세계. 생활기록부 열람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대서 쓱 봤다. 선생님들 진짜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말만 써주는 것도 대단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기록이 가능할 정도로 애들과 생활을 하고 지도를 했다는 것도 대단하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젊은 선생님들은 지금의 나와 나이가 같거나 더 어리거나 겨우 두어 살이 많을 뿐이다. 으른이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진짜 요즘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왜지, 하다 생각했다. 인간 충치가 된 것 같다고. 나 좋을 대로 단 거 잔뜩 먹고 닦지는 않아서._ 또 생각한다. 나는 아무래도 관계 파탄자인 것 같다고. 그러니 아주 외롭게 죽게 되겠지.

관계를 맺고 있는 아티스트의 개인전이 한국의 사립 미술관에서 열렸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오프닝에 참석해 작가와 인사를 나눴고, 늘 그렇듯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아,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했다. 조금 고무적인 건 영어로 했어야 할 말을 생각해냈다는 거다. 파인애플 볶음밥 너무 맛있고 졸귀._ 가끔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이 팽팽 돌아갈 때는 혼잣말로 소리 내서 말해야 한다. "그만 생각해" 하고.

이거 보자마자 체육인 T가 떠올라 찍어서 뜨생 톡방에 공유했다. 내밀한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오랜 기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뜨생은 일종의 그룹 심리 상담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_ 아티스트와 뭘 하겠다는 얘길 계속 듣고 있는 게 불편했다. 그들을 활용할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에이전시고 매니지먼트라면 우선의 목표가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우리 코가 석 자인데 누가 누굴,... 어떻게 벌지, 돈. 많이 벌어서 작가 지원에 펑펑 쓰고 싶다._ M님은 일이 몰렸을 때 짜증이 난다, 피곤하다, 화가 난다 등의 감정이 아니라 위험해, 라는 생각이 든다고..

여름이 막 시작되던 6월의 일이었다. 인스타로 작가님의 개인전이 9월에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은 화면 너머로 보면서 감탄했던 유리컵 정물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건가! 하는 설렘에 여름 내내, 자주 마음이 부풀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기대는 실제 전시 공간을 마주했을 때 허업, 하고 들이마시는 감탄으로 치환됐다. 실제로 보니 정말이지, 말갛게 아름다워서.전시 초입에 있던 인터뷰도 여러 번 봤다. '작업의 중심 요소'를 묻는 파트에서 '사랑하는 것들, 귀하고 소중한 순간이나 경험을 많이 그린다'는 답변에 2018년 여름, 혜화에서 작가님의 그림 클래스를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네 번째 퇴사를 하고 막 백수가 된 참이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정말 사랑스럽게 반짝였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표..

전시 포스터가 너무 귀여워서 잔뜩 기대했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박송이 작가님 작품 본 걸로 만족. 프리즈-키아프 보러 넘어가기 전에 빠르게 아렘 생일도 챙겼지. 추억의 세시셀라에 갔다. 추억인지 트라우마인지 모르겠지만, 당케 여전히 맛있고요. 이번에는 비장해지지 않았다. 쇼핑한다는 생각으로 지나다녔지. 그래서 쭈그러들지 않고 열심히 물어보며 다니기도 했다. 그렇잖아. 아트페어는 고급 장사판인데. 작년의 F는 보여줄게, F가 어떤 건지!의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팔아보자!의 느낌이었다. F에서는 박서보 선생님, K에서는 김구림 선생님의 작품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올해는 F의 갤러리들이 작년보다 더 한국인 스태프를 충실히 활용하고 있어서 용기를 내 영어로 말을 걸면 안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