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방
- layra
- ParLak
- AMHYANG
- La Porte etroite_naver
- 센서블리
- 나무, 버스정류장
- 댁의 예쁜이들은 어떻습니까?
- 한낮의 오수처럼
- 국경의밤
- off-the-record
- 강변살자_고아라님
- Winter Light l 빛. 맑음
- 사이이다
- NANAN -
- 유럽에서 100일
- seoyounhu.home
- BANGTAN BLOG
- 딴짓의 세상
- 슬로워크
- DECEMBER HOLIDAY
- 소년의 내일
- 바닐라 스카이
- 타르테의 기타이야기
- Paper Cloud
- urbanline
- MUSK ON, MUSK ON
- QUELPART
- HappySky + 맑게빛나다 :)
- Reason 4 breathing
- 이나 티스토리_스킨소스
목록전체 글 (1331)
Write Bossanova,
종무식을 하고 연말 회식을 했다. 그렇지만 정말 올해의 출근이 끝난 건 아니지. 전전 회사에서는 종무식 후에 일주일 정도 전체 연말 연차 기간을 가졌는데, 당시에도 좋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봐도 참 좋았네. 저녁 일정까지 시간이 조금 떠서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Y언니와 연말 모임을 했다.
대표님은 지난 1년간 지켜본 나는 일을 열심히, 그러니까 어떤 시간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의 있게 한다,는 평가를 해줬고 나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성의가 없을 거면 아예 하지를 말아야 한다,고 엄마가 누누이 말해서(실은 그래서 혼난 적도 많고) 성의 있으려고 노력하거든. 대학원 동기의 초청으로 갤러리에서 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명상은 정말 오늘 프로그램의 일부고 결국은 그 친구 주위로 모여든 인물들의 파티파티 연말 파티였다. 삼삼오오 그룹 지어서 노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그 친구뿐이어서 명상이 끝나고는 "저는 너무 어색하고 갈 길이 머니까 가볼게요!" 하고는 무슨 명상 먹튀처럼 도망쳤다. 아예 다들 모르는 사이인 거면 몰라도 삼삼오오 아는 사이인 그룹에 초대자의 소개 없이 끼어드는 건 진짜..
입사 1주년은 내게는 좀 기념할 만한 일이지. 그런데 글자 수를 무조건 줄여달라고만 하면 어쩌자는 걸까. 작가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도 없는 콘텐츠라면 그냥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자기들 콘텐츠로 이용해 먹으려고만 하고. 한입 냠,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모든 전의를 상실했다. 아득하네.
종현이 기일을 잊었다. 어제였는데. 너의 날을 잊었어. 미안해.
뭐 이렇게 자기만 알고 있는 일정이 많지. 공유도 안 해줘놓고 뭘 자꾸 밭게 내놓으래. _ 이걸 어제 할 걸 그랬나 봐요, 라는 말에도 감정이 동요하지는 않았다. 아니지, 짜증은 좀 났지. 그래도 아 그러게 왜 어제 안 했을까, 같은 자책은 하지 않게 됐다. 어젠 그게 어제의 최선이었거든. 더 했으면 아주 괴로웠을 거고 늘어난 근로 시간에 오늘 컨디션이 더 안 좋았을 거다. _ H는 모든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해주지만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로 맺음한다. 그럼 난 할 말이 없지 뭐.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되면 대화가 자주 끊겨서 빠르게 머리를 굴려 다음 얘깃거리를 찾게 된다. _ 자다 일어나서 서울역이길래 황급히 내렸는데 카드를 찍고 나오니까 이어폰 한 쪽이 없었..
짧은 외근을 나갔는데 우산이 없었고 눈이 나렸다. 사무실을 벗어났다는 것 자체에 좀 신이 나서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 하고는 신나게 눈을 맞았는데 눈이 녹고 나니 코트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함부로 맞으면 안 됐던 눈. _ 나는 아카이빙과 헤리티지를 좋아하고 작가들의 이야기, 그들이 풀어내는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일부 작가들 외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으니 내가 그 틈을 채워보면 어떨까. 활동한 지 10년쯤 된 작가들의 기록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카탈로그 레조네같이 거장들의 이야기로만 재단, 미술관, 유수의 아트북 출판사 등에서나 만들어지던 걸 좀 더 캐주얼하고 퍼블릭하게 만드는 거다. 애정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쌓일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게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 같다. 방법을 찾아야지.
연차를 내고 비행기를 타면서 회사 일정을 낑겨 보너스 연차를 종종 받아낸다. 이번에는 부산에 배달해야 하는 그림이 있는데 걔가 혼자 무언가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내게 반차를 더해주고 비행기 편도 값을 대주는 게 더 이득이라서, 잡아뒀던 부산행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다시 끊었다. 또 법카 찬스로 공항에서 그림 배달 장소까지 택시를 탔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택시 기사님과 긴 얘기를 나눴다. 5시 정도였는데 길이 막히길래 "이 시간에 왜 길이 막히죠?" "어, 아무래도 퇴근 시간이라 그런 것 같은데요." "헙, 정말요? 5시인데 다들 이 시간에 퇴근을 한다고요? 허업- 짱이다!"에서부터 서로 대화가 트여서 기사님이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택시 기사를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택시도 부업이..
작가가 본격적인 추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초기 작품들이 많아서 그 파트만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전시였다. 특정 사조가 있고 그 무리 중 하나로 인정받는 건 물론 여러 측면에서 좋은 일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 극단적으로는 작가의 삶을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는 겨울의 끝자락에 봄을 알리며 내리는 봄비 소리 같았다. 점들이 전하는 차분한 율동감이 좋아서 전시 동선을 따라가며 보고, 가 놓인 분리된 공간에 갔다가도 다시 와서 보고, 전시장의 출구를 마주했다가도 다시 이 작품 앞으로 돌아와서 봤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중력에 의해 밀도 높게 떨어지는, 끝이자 시작을 알리는, 그런 비. 그렇다면 이건 그냥 삶 자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뉴욕..
사람의 죽음은 아주 시스템 안에서 이뤄졌고 그 과정에 개입하는 가족 외의 사람들은 아주 성의가 없었다. 그들에겐 일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좀 그랬다. 어쩔 수 없는 밥벌이 수단으로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해도, 자신들이 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의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태도를 정비해줬음 좋겠다. 일련의 과정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죽고 나서 며칠 동안 쓸 수 있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도 치뤄야 하고 처리해야 할 일도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높은 확률로 혼자 죽게 될 거라 걱정이 앞섰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아침에만 해도 내용이 선명했는데 저녁이 되니 흐릿했다. 어제 논문 포기를 포기당해서 이런가, 앞으로 험난할 시간을 예고하는 건가 싶었는데 늦은 오후에 외할머니의 부고를 접하고는 이거였나 싶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시고 난 뒤 꼬박 1년 만의 일었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했다고 했다. 산소호흡기를 잠깐 붙이긴 했는데 사람들이 자릴 비운 사이에 할머니가 스스로 떼어버리셨다고. 그러고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을 때보다 편해 보이는 상태로 계시다 돌아가셨다고 했다. 부고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하, 씨."